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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빌딩에 매달린 그린피스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다

예윤영 활동가와의 인터뷰

IPCC 총회가 열린 인천 송도 컨벤시아 빌딩에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매달려 전 세계 언론과 시민에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과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
IPCC 총회가 열린 인천 송도 컨벤시아 빌딩에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매달려 전 세계 언론과 시민에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과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 ⓒ그린피스
ⓒhuffpost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던 여름, 11월에 내린 폭설, 전 세계에서 들려온 산불, 태풍 등 기후 재앙 뉴스들… 2018년은 참으로 기후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한 한 해였습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지금 변화가 필요합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IPCC 총회가 열린 건물에 매달린 예윤해 활동가의 이야기를 인터뷰 글을 통해 들어보세요.

살을 타들어 갈 듯한 무더위에 아프리카 대신 ‘대프리카’ 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11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되며 올겨울 혹한을 예고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세계 곳곳의 산불, 태풍 소식이 들려왔구요. 2018년은 실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몸소 느낄 수밖에 없던 한 해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결정한 중요한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재앙을 막을 중차대한 기회가 바로 향후 10여 년이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운명이 우리 세대의 선택과 행동에 달렸지만 무관심의 벽은 여전히 높고도 막강합니다. 그린피스에서 액티비스트(자원활동가)로 활약 중인 예윤해 활동는 바로 이 무관심을 바꾸고자 했습니다.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위대한 변화의 출발은 개개인의 용기 있는 행동입니다. 예윤해 활동가는 전 세계에서 모인 기후 활동가 팀원들과 함께 용감한 기후 행동에 나셨습니다. 바로 유엔 기후변화를 위한 국가간 협의체 ‘IPCC’의 총회가 열린 인천 송도에서 건물 외벽에 매달려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펼쳐 보인 것입니다.

그린피스가 비폭력직접행동(Non-Violent Direct Action)이라 부르는 이 활동 방식은 언론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환경 문제를 알리고, 참여를 촉구하는 데 기여합니다. 물론 빌딩에 매달리는 액션이 보는 이에 따라 다소 극단적으로 느껴질 수지만, 정말로 극단적인 것은 다름 아닌 기후변화가 가져올 재앙이죠. 예윤해 활동가는 아직은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믿었고, 변화를 더 빠르게 일으키기 위해 기후 행동에 나서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다음은 예윤해 활동가와의 인터뷰 문답입니다.

- 그린피스(이하 ‘그’) 어떤 계기로 이번 기후 행동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 예윤해(이하 ‘예’) 평소에 산과 바다에 가는 것을 즐깁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자연이 점점 더 파괴되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그 답이 그린피스 액션에 참가하는 것이였죠. 기후변화로 인해 이미 많은 자연이 파괴되고, 또 우리도 일상에서 폭염과 한파를 겪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심해질 것이고요. 이번 액션에 참여한 것도 지구를 사랑하는 제 마음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공감을 얻어냄으로써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후변화 문제는 인권이나 정의와도 연결됐기 때문에 적은 힘이지만 저부터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기후변화와 인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어요?

= 기후변화는 사람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인권과 긴밀하게 연결된 문제죠. 특히나 폭염과 한파 등 이상기후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사회 극빈층이잖아요. 기후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거나, 살아 온 땅이 사막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환경난민, 혹은 기후난민이라고도 하죠. 사실상 지구온난화를 앞당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을 자기 삶의 터전에서 내쫓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정의롭지 못한 일이죠.

- 한국에서는 기후변화를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국내의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참여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 규모로 본 전 세계 10대 석탄발전소 중에 3기나 한국에 있어요. 아시다시피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고요. 정부가 바뀌면서 보다 친환경적인 정책을 펼치고는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에너지 리더십을 보이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1.5도 기후 행진’과 같은 그린피스 캠페인에 참여해왔습니다.

- 말씀하신 대로 기후변화의 현실에 관해 더 많은 사람이 알고 행동에 나서야 하는데요. 이를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 한국 시민으로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바로 언론이에요. 특정 산업계와 이해관계로 얽힌 많은 언론은 화석연료와 원자력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재생가능에너지가 너무 빨리 확대되는 바람에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전기 요금이 올라갈 것이라고 거짓으로 얘기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재생가능에너지는 급격하게 성장했고 이미 몇몇 국가에서는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됐죠. 전문가들은 2030년이면 우리나라에서도 재생가능에너지가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요. 이미 전 세계 수많은 기업이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약속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통해 심각한 기후 재앙을 막을 수 있습니다. 언론이 이해관계를 떠나 이러한 부분을 공정하게 보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IPCC 비폭력직접행동을 위해 준비 중인 예윤해 활동가
IPCC 비폭력직접행동을 위해 준비 중인 예윤해 활동가 ⓒ그린피스

- 이번 기후 행동에 예 활동가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팀을 이루어 활동했잖아요.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좋은 팀워크가 기후변화에 맞서는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데 어떤 역할을 하나요?

= 나뭇가지 하나는 쉽게 부러지지만 한데 엮인 나뭇가지들은 쉽게 부러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팀의 필요성이자 좋은 팀을 만들어야 할 이유이죠. 강한 팀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바로 ‘함께 하고 있다’는 연대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연대감이 ‘희망’에서 나온다면 더 끈끈한 팀워크를 만들 수 있고요. 한 사람 한 사람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한 걸음씩 움직일 때야 비로소 변화가 만들어지니까요. 이 움직임이 지금은 우리만의 행동일 수 있지만, 희망의 물결을 타고 점점 퍼지면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거예요. 이런 시민 행동이 결국에는 기후변화를 늦추는 원동력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시민운동에 대해 좀 더 얘기해볼까요? 더 많은 사람의 참여가 절실하잖아요. 우리나라는 촛불집회로 거대한 시민운동을 경험했는데 이처럼 거대한 시민운동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 저도 당시 작은 촛불 하나였는데요. 현장에서 느꼈던 것은 하나의 촛불은 연약하지만, 모두가 한자리에 모인 촛불은 흡사 불빛의 바다와 같았단 것입니다. 그 불빛은 희망을 간직하고 있었고 바로 그 희망이 우리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만들었지요.

사실 사건이 터지면 매번 수습하는 것은 시민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 사회적 자원이 듭니다. 따라서 이제는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선제적인 태도로 촛불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하겠지’라는 수동적인 태도보다는 ‘나 하나라도 해야지’라는 적극적인 태도로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민주주의고, 따라서 우리 모두의 삶의 터전인 지구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 그린피스 액티비스트로서 꽤 오래 활동해 오셨잖아요. 그동안 액션에 동참해 이루어 낸 변화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 기업인 삼성전자에 에너지 리더십을 보여달라는 다수의 캠페인과 액션에 참여했어요. 북극곰 탈을 쓴 수많은 시민과 삼성 사옥을 찾아 분명한 재생가능에너지 목표를 세워달라고 요구했었죠. 비틀즈 분장을 하고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스마트폰을 요구하기도 했고요.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삼성전자의 변화를 만들어 냈다고 봅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유럽, 중국에서 제조 공장을 포함한 전 사업장의 전력을 2020년까지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약속했으니까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행동하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린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회의장 건물에 그린피스가 기후변화 대응위한 메시지를 투사하고 있다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린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회의장 건물에 그린피스가 기후변화 대응위한 메시지를 투사하고 있다 ⓒ그린피스

- 그린피스 동아시아의 활동가이자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한 개인으로서, 우리가 희망을 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인류는 무언가 절실히 필요할 때 행동을 통해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역경을 이겨 내면서 발전해 왔어요. 이러한 인간의 역사를 통해, 저는 이번 기후변화도 모든 인류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석기시대가 돌이 다 떨어져서 끝난 것이 아니듯 이제 화석연료와 원전에 의존하는 시대를 정리해야 합니다. 환경을 살리는 길이 인류가 발전하는 길입니다. 저는 희망이 있기에 행동합니다. 이 희망은 제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희망이 없다면 삶이 가치 있다 말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한 일도 함께라면 가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이러한 희망을 보고 자라났어요. 우리는 촛불집회를 통해 큰 변화를 만들어냈고, 시민 행동으로 삼성전자가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약속하게 만들었죠. 이는 모두 ’시민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모두가 함께 해낸 것이죠. 기후변화에서도 우리가 함께 긍정적인 변화를 지속해서 만들어 낸다면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 전 세계의 활동가들이 함께 기후변화에 맞서 공동의 행동을 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기후변화는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사실 모두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치명적인 피해를 받으면 그때는 더 큰 공동의 행동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을지도 모르지만, 그땐 이미 희망이 없을지도 모르죠. 그런 비극으로 인한 참여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함께할수록 희망이 그만큼씩 늘어난다는 마음가짐으로, 지금 바로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저희 부모님도요) 박사 학위를 가진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건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말랄라는 본인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했고, 그 결과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고 그렇게 그녀의 희망과 영감을 전파했습니다. 말랄라는 본인이 특별해서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요. 실제로 이렇게 말했죠. ”저는 그냥 평범한 여자애예요.” 하지만 그녀가 만들어 낸 변화와 희망을 보세요.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낼 수 있는 더욱 큰 변화를 상상해 보세요. 우리는 아직 늦지 않았고 기후재앙을 막을 힘이 있습니다. 희망을 품은 평범한 사람으로서, 긍정적인 변화를 함께 만들어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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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및 인터뷰 :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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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지구온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