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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국경 장벽' 대국민연설을 팩트체크 해보자

트럼프가 '국경 장벽' 여론전에 나섰다. 민주당도 물러서지 않았다.

  • 허완
  • 입력 2019.01.09 16:29
  • 수정 2019.01.09 18:14

미국 연방정부 부분적 셧다운(일시 업무정지)가 18일째로 접어든 8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대국민연설에서 남부 ‘국경 장벽’ 건설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이 연설은 저녁 황금시간대에 주요 지상파 TV로 생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으로 인해 남부 멕시코 국경에서 ”인도주의적 위기와 안보 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셧다운 사태는 민주당이 국경 안보를 외면하기 때문이며, ”물리적 장벽”은 국경 안보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는 부정확한 정보와 왜곡된 주장이 가득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연설 직후 민주당 지도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위기를 만들어내지 말라”며 즉각 셧다운을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주장 1 : 민주당 때문이다

″연방정부 셧다운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뿐입니다. 민주당이 국경 안보에 예산을 배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에 셧다운 사태의 책임을 돌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위기를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있으며, 우리의 용감한 국경 요원들이 우리 가족과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도구를 제공하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같은 주장을 ”거짓”으로 분류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국경 장벽을 거부하고 있을 뿐, 13억달러(약 1조4600억원)에 달하는 국경 안보 예산을 제안했다는 이유에서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인 척 슈머(뉴욕)는 연설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해하지 말라. 민주당과 대통령은 모두 국경 안보 강화를 원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이냐에 대해 대통령과 의견을 극명하게 달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민주당 척 슈머 상원의원을 비롯한 ”다른 많은 민주당 의원들은 과거 여러 차례 물리적 장벽을 지지했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니까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맥락을 왜곡한 발언이다. 2006년 슈머 상원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26명이 찬성해 통과된 법안은 남서부 국경 700마일(약 1127km)에 펜스를 세우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짓겠다는 ‘장벽‘과는 차이가 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콘크리트 장벽’을 주장했던 트럼프는 당시 이 법안을 ”그건 장벽도 아니다”라고 했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주장 2 : 범죄자들이 몰려오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이민세관국(ICE) 요원들은 범죄 기록이 있는 26만6000명을 체포했는데, 이 중에는 폭행 10만명, 성범죄 3만명, 살해 4000명 등으로 기소되거나 유죄를 받은 이들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몇 해 동안 수많은 미국인들은 불법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됐고, 우리가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더 목숨을 잃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으로 인한 피해를 언급하며 꺼낸 말 중 하나다.

그러나 26만여명이라는 숫자가 정확하긴 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교통 위반 같은 경범죄, 마약 소지 또는 판매, 불법 입국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주 헤로인 때문에 목숨을 잃는 미국인만 300명”이라며 ”헤로인의 90%는 남부 국경을 건너 쏟아져 들어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보다 올해 마약으로 사망한 미국인의 숫자가 더 많을 것이다.”

법무부 산하 마약단속국(DAE)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헤로인의 90%가 멕시코에서 들어온다는 사실 자체는 맞다. 그러나 절대다수는 ”합법적 입국 경로를 통해, 합법적 제품들과 섞여서” 들어온다는 게 DAE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으려는 국경 장벽으로는 이를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Sandy Huffaker via Getty Images

 

주장 3 : 멕시코가 간접적으로 장벽 비용을 댈 것이다

″국경 장벽 건설 비용은 매우 빠르게 그만한 비용을 절감시킬 것이다. 불법 마약으로 인한 비용은 한 해 5000억달러(약 561조원)이 넘는다. 우리가 의회에 (국경 장벽 건설 예산으로) 요청한 57억달러(약 6조4000억원)보다 훨씬 많다. 또한 이 장벽 비용은 우리가 멕시코와 맺은 훌륭한 새 무역 협정에 의해 간접적으로 지불될 것이다.”

‘멕시코가 돈 낸다’는 부분부터 살펴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경 장벽을 거론하며 멕시코 정부가 돈을 “100%” 부담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WP에 따르면, ’200번 넘게’.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간접적’으로 멕시코가 국경 장벽 건설 비용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게 어떤 뜻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트럼프 정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할 새로운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를 체결한 바 있다. 아직 의회 비준이 완료되지는 않았다.

WP는 무역으로 돈을 잃거나 번다는 개념은 ”경제학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벽을 지으려면 무역 협정과는 무관하게 정부 돈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불법 마약으로 인한 비용’을 언급한 부분도 석연치 않다. NYT는 2015년 보고서를 인용해 불법 마약의 연간 경제적 피해는 1930억달러로 추산된다고 지적했다. 또 불법 마약이 남부 국경을 통해서만 유입되는 건 아니므로 국경 장벽 건설 비용과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NICHOLAS KAMM via Getty Images

 

민주당의 반응 : 위기를 만들어내지 말라

민주당의 상·하원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안타깝게도 이 무분별한 셧다운 내내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 중 상당수는 부정확한 정보, 심지어 악의로 가득차있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공포를 조장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우리는 팩트를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팩트는 의회 개원 첫 날부터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하원과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이 정부 업무를 재개하고 스마트하며 효과적인 국경 안보 대책에 예산을 지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입니다.” 펠로시 하원의장이 말했다. 

그는 ”비싸고 효과도 없는 장벽, 멕시코가 비용을 댈 것이라고 대통령이 늘 약속해왔던 그 장벽에 미국 시민들의 세금 수십억달러를 낭비하기를 강요하는 그의 집착” 때문에 셧다운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팩트는, 국경 안보를 지키면서도 우리의 가치를 지킬 필요가 있다는 데 우리 모두 동의한다는 것입니다. 입국 장소에 인프라를 짓고 도로를 놓을 수 있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마약을 적발하기 위해 차량과 트럭을 검문할 신기술 장비를 설치할 수도 있습니다. 국경에서 무역과 이민을 담당할 필요 인력을 고용할 수도 있습니다. 허가 받지 않고 국경을 넘는 이들을 발견하는 데 더 혁신적인 방안에 예산을 쓸 수도 있습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척 슈머는 ”분노 발작”으로 정부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자신이 주장한 효과 없고 불필요한 국경 장벽에 멕시코가 돈을 대도록 하는 데 실패하고, 의회나 미국인들을 설득해 이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설득하지도 못한 미국 대통령이 정부 업무를 중단시켰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위기를 만들어내고, 공포를 조장하며, 정부 내 혼란으로부터 주의를 돌리기 위해” 이번 대국민연설을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경 안보에 대한 논쟁과 셧다운을 분리시키라”고 촉구했다. 물러설 뜻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우리는 효과 없고 값비싼 장벽 없이도 국경 안보를 지킬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안전과 안보를 해치지 않고서도 합법 이민자들과 난민들을 환영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상징은 9미터짜리 장벽이 아니라 자유의 여신상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의 제안은 간단한 것입니다. 대통령님, 정부 업무를 재개하십시오. 국경 안보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면 됩니다. 그러나 이 셧다운을 지금 멈추십시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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