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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움'으로 병원 떠나는 보훈병원 간호사들의 폭로가 공개됐다

*태움: 선배 간호사들이 후배들을 괴롭히는 '갑질' 문화

자료 사진입니다.
자료 사진입니다. ⓒsudok1 via Getty Images

후배 간호사들에게 자신의 밤샘근무를 떠넘기고, 태움(괴롭힘)을 미끼로 수백만원의 상품권을 강요하는 등 보훈병원 주임간호사들의 ‘선배 갑질’에 대한 폭로가 나왔다.

9일 ‘뉴스1’이 입수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산하 5개 병원에 대한 2017~2018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중간관리자인 주임간호사들이 밤샘근무(나이트)를 후배들에게 고질적으로 떠넘기고, 연차 신청까지 거부한 사실이 적발돼 병원장들이 ‘권고조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괴롭힘 덜 당하고 싶으면 명절 선물로 상품권 달라”

 

서울에 있는 중앙보훈병원의 경우 5년차 이하 간호사들은 월평균 5회 밤샘근무한 반면 주임간호사는 단 1회도 밤샘근무를 하지 않았다.

대전보훈병원과 대구보훈병원의 경우는 근무 후 16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해주는 내부규정이 없었고, 저연차 간호사가 6일 연속 ‘이브닝’ 및 밤샘근무를 선 사례가 적발됐다. 

광주보훈병원의 경우에는 간호과장이 간호계 고질병인 태움을 무기로 간호사들로부터 수백만원의 상품권을 수수했다가 이미 파면됐다. 수시로 야근을 강요받던 간호사들이 더이상 견딜 수 없어 지난해 3월 공단에 민원을 넣어 간호과장이 파면조치된 것.

해당 간호과장은 퇴근한 간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과장보다 먼저 퇴근 하느냐”며 질책하기도 하고, ”괴롭힘을 덜 당하고 싶으면 명절선물로 상품권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간호과장이 이렇게 간호사들로부터 챙긴 금품은 약 410만원에 달했다.

 

밤샘근무

 

대부분의 병원들은 3교대하는 간호사들이 3일 이상 연속으로 밤샘근무를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중앙보훈병원의 경우는 ’2017년 임단협’을 통해 밤샘근무를 월 7회 이하로 제한했지만 그 이상 근무한 간호사가 158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밤샘근무를 월평균 11회 한 간호사도 11명에 달했다.

또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신부에게 휴일근무나 평일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밤샘근무를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임신부가 동의서를 작성해 청구하는 경우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철저히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병원을 퇴사한 간호사들의 주장이다. 임신 14주 이하의 초기임신 간호사들이 병원에 임신 사실을 보고해도 근무표에 반영되지 않아, 배가 불러오기 전까지 울며 겨자먹기로 밤샘근무를 했다는 것이다.

중앙보훈병원을 퇴사한 간호사 A씨는 ”신입 간호사들 위주로 밤샘근무를 서다보니 야간 응급상황에 의료진의 대처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초기 임신부들이 근무에서 배려를 받지 못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주임간호사가 개인용무를 이유로 후배 간호사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시스템에 접속해 휴가일정을 바꾸고 통보한 사례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병원을 떠나는 젊은 간호사들

 

5개 병원의 5년차 이하 간호사 퇴사율은 6.81%로 5년차 이상 1.86%에 비해 약 4배 높았다. 특히 중앙보훈병원은 2015~2017년 3년간 퇴사한 5년차 미만 간호사가 217명(퇴사율 10%)에 육박했다. 

감사 결과에 대해 중앙보훈병원 간호본부 관계자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현호 법무법인 해울 변호사는 ”임신부의 밤샘노동은 산업재해로 이어질 수 있으나 이를 입증하는 건 매우 까다롭다”며 ”부당노동행위가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노동부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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