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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만에 최저임금 결정구조 바뀐다. 핵심은 '구간설정과 결정'의 이원화다

찬반 의견이 나뉘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 초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는 최저임금 상·하한 범위를 제시하고, 노사공으로 구성된 결정위는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개편되는 것은 지난 1988년 최저임금법 시행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전문가 토론회, 대국민 의견수렴 등을 거쳐 1월 중 최종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결정 이후에도 후폭풍이 심하다는 점을 감안해 개편 논의를 진행했다.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최저임금을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저임금 결정방식이 개편되는 것은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지난 1988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우선 개편안에 따르면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근로자의 생활보장‘과 ‘고용·경제상황’이 추가된다. 현행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기준에서 확대된 것이다.

근로자의 생활보장에서는 △근로자의 생계비 △소득분배율 △임금수준 △사회보장급여 현황 등이, 고용·경제상황에서는 △노동생산성 △고용수준 △기업 지불능력 △경제성장률 포함 경제상황 등이 반영된다.

개편된 결정체계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부합하는 ‘노사공 3자 위원회’ 방식을 유지하되, 합리성과 다양성을 높인다. 공익위원 추천에 있어선 정부의 단독 추천권을 폐지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정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해당 구간에서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는 ‘결정위원회’로 이원화된다.

구간설정위원회는 5년 이상 대학에서 경제학, 노사관계 분야 등에 부교수 이상으로 재직한 사람이나 10년 이상 공인된 연구기관에 종사했던 전문가 등 9명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은 위원 중 투표로 결정한다.

결정위원회 구성은 1안 21명(노사공 위원 각 7명), 2안 15명(노사공 위원 각 5명)으로 나왔다. 1안대로 하면 구간설정위(전문가 9명)와 합하면 총 30명, 2안은 2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결정위 위원장은 정부추천 공익위원 중 대통령이 임명하며, 위원장은 전체 최저임금위 위원장을 겸임하게 된다.

결정위에서는 위원 구성 폭도 넓힌다. 노사 단체가 추천하되,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 중소‧중견기업‧소상공인 대표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법률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개편 이후 최저임금 심의 절차는 고용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에 최저임금안 심의를 요청하면 최저임금위원장이 구간설정위에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심의 요청하게 된다.

이후 구간설정위는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의결해 결정위에 제출하고, 결정위는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안을 심의·의결해 고용부 장관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심각해지고 있다”며 ”그간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반복되어 왔던 소모적인 논쟁들은 상당부분 감소될 것이며 사실상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논란도 많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렸다.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 이원화로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는 우려와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교차했다.

정부는 결정개편으로 노사간 소모적인 논쟁이 줄어들고 합리적인 최저임금 결정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일방적인 개악안’이라고 극심하게 반발해 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간설정 과정에서 노사갈등과 결정에서의 노사갈등이 오히려 이중화되고 연장될 수 있다”며 ”한번 겪어야 할 갈등을 두번 겪는 것이기 때문에 운영이 효율적으로 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역시 ”두개의 위원회로 나누는 것이 합리적이고 객관화하는 장치인가는 의문스럽다”며 ”수치가 객관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고, 해석이 다 다르기 때문에 논의가 어렵지 않을까 본다”라고 분석했다.

최저임금 구간 설정에서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체계는 기본적으로 경제적 여건이나 상황을 전혀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개편이 낫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상황이나 경제적 여건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 결정은 노사 간 이념적 특성도 있지만 경제적 지불여건과 예측가능성, 전문성도 필요하다”며 ”구간설정위에서 전문적으로 구간을 정하고, 결정위에서 노사가 이념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을 절충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노동계는 ”노동계 의견을 배제한 개악안”이라며 극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를 향한 대투쟁도 예고해 최저임금 결정 개편의 최종안이 도출될 때까지는 상당 부분 혼란이 예상된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제시한 구간설정위원회는 당사자가 배제된 채 공익위원으로만 구성되기 때문에 사실상 최저임금이 공익위원에 의해 결정되는 불균형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역시 ”저임금 노동자 생활안정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일부 제도보완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악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반발했다.

이에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그동안에 문제가 제기됐던 최저임금의 심의과정에서의 공정성이나 합리성을 좀 더 보완하고자 했다”며 ”노동계도 아마 전체 내용을 자세하게 보고 나면 ‘노동계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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