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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시점 소설 '언더 더 씨'의 일부 표현이 성희롱 논란을 빚었다

"내 젖가슴처럼 단단하고 탱탱한 과육"

 

“지금쯤 땅위에선 자두가 한창일 텐데. 엄마와 함께 갔던 대형마트 과일 코너의 커다란 소쿠리에 수북이 담겨있던 검붉은 자두를 떠올리자 갑자기 입속에서 침이 괸다. 신 과일을 유난히 좋아하는 내 성화에 엄마는 눈을 흘기면서도 박스째로 자동차 트렁크에 실어오곤 했는데…… 내 젖가슴처럼 단단하고 탱탱한 과육에 앞니를 박아 넣으면 입속으로 흘러들던 새큼하고 달콤한 즙액. 자두가 물러지면 엄마는 잼을 만들곤 했다.”

이는 지난해 9월 공개된 강동수 작가의 소설 ‘언더 더 씨‘의 한 대목이다. 이 소설은 총 7개의 단편집으로 구성됐다. 인용된 대목은 소설집과 동명의 단편집 ‘언더 더 씨‘의 한 부분으로 이 소설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여학생 ‘나’가 바다 밑을 유랑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소설은 뒤늦게 비판받았다. 의견은 대체로 남성의 시각으로 희생자를 ‘성적 대상화’ 했다는 내용이다. 이 글은 희생자의 1인칭 시점으로 소개되었는데, 여학생이 자신의 가슴을 ‘젖가슴’이라고 표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일의 싱싱함을 빗대어 표현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전형적으로 타자, 특히 나이 든 남성이 자신의 시각으로 대상화했다는 시점이다. 특히 이 작가가 화자로 삼은 대상이 세월호의 희생자라는 점에서 ‘고인을 모욕했다’는 비판까지 이어졌다.

소설가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기된 비판을 다시 비판했다. 그는 ”내게 졸지에 ‘개저씨 작가‘란 딱지’를 붙였다”며 이 소설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일종의 문학적 진혼굿”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젖가슴이란 단어를 썼다고 야단들인데, 여성의 해당 신체부위를 그 단어 말고 무엇으로 표현하나”며 ’젖가슴이란 단어 자체가 소설에서 결코 쓸 수 없는 금기어라도 된다는 것인가? 차라리 국어사전에서 그 단어를 삭제하라는 게 낫지 않을까? 소설이 성경인가?”라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고지 120매 짜리 긴 소설의 한문장을 떼어내, 소설 전체의 의도와 맥락은 깡그리 무시하고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막무가내적이고 천박한 문학 텍스트 읽기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일간신문의 기자가 텍스트의 본질과 상관없는 찌라시 수준의 글을 어떻게 보도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극렬 페미니스트 카페 등의 회원들이 자기네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쓴 사람을 찾아다니며 온갖 악성 댓글 폭탄을 퍼붓는 요즘의 세태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런 편향성과 무지는 지나치지 않나”라고 말하며 ”누군가가 ‘개저씨 소설이다’ 하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이들이 한편 가련하기도 하다. 어떻게 집단의 폭력으로 한 작가의 입을 막으려 드는지, 표현의 자유를 옥죄려는지 우리 사회의 일각의 반지성주의가 끔찍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해명은 또다른 비판을 불렀다. 주로 남성 작가들만 ‘젖가슴‘이란 표현을 별 고민 없이 관성적으로 쓰고 있는데, 여기에 대판 비평을 ‘폭력’ 내지는 ‘반지성주의’로만 해석하는 작가에 태도 때문이었다.

결국 강동수 작가는 해명글을 내렸고 해당 책을 출간한 호밀밭출판사는 7일 “하루 종일 여러 경로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더 듣고, 더 살펴보려 한다.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오후에 올린 글을 내리는 것을 양해 달라. 조만간 다시 글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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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소설 #강동수 #언더더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