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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위기설'의 실체를 이해하려면 이 두 가지를 봐야 한다

애플 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애플이 중국에서만 겪는 문제도 아니다.

  • 허완
  • 입력 2019.01.07 18:37
  • 수정 2019.01.07 18:43
ⓒNICOLAS ASFOURI via Getty Images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등을 이유로 15년 만에 처음으로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다음날인 3일, 주가가 10% 가까이 폭락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750억달러(약 84조원)가 사라졌다. 다음날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고점(2018년 10월 중순) 대비 40%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충격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증시로 퍼졌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다른 업종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애플의 발표가 경고음을 울린 셈이다. 중국과 대만 증시에 상장된 주요 애플 협력업체들의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국내외 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연일 ‘애플 위기설’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이같은 위기설을 이해하려면 크게 두 가지 맥락을 봐야 한다. 

① 중국 경제성장 둔화

② 스마트폰 시장 정체

엄밀히 말해 두 가지 모두 크게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올 것이 왔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달리 해석하면 애플에게는 훨씬 더 부정적인 신호로 볼 여지도 있다. 애플만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애플이 중국에서만 겪고 있는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Billy H.C. Kwok via Getty Images

 

① 중국 경제성장 둔화

2018년 중국 경제는 둔화 조짐을 보였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 제조업 경기 둔화,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급증 우려 등의 요인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특히 많은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이로 인해 가계 소비지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현재 경제 둔화는 이전의 경기 하강과는 다르다”며 ”이번에는 소비자들이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물가 상승과 소득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것.

WSJ은 이전의 경기 하강 때에도 견고한 흐름을 이어왔던 소매업의 성장률이 11월에 1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8.1%)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그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이 매체는 그밖에도 사치품에 붙는 소비세 세수가 지난 11월 1년 전에 비해 71.2%나 급락했고, 자동차 판매대수 증가율이 5개월 연속 하락해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할 한 해가 될 것이 유력시된다는 점 등이 중국의 소비 심리 위축이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중국은 경제 개방 이후 값싼 노동력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매년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의 공장‘으로 떠올랐다. 경제 성장에 따라 소비여력이 늘어난 중산층이 막대한 규모로 늘어나면서부터는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 했다. 전 세계 기업들에게 중국의 거대한 시장은 약속의 땅이었다.

애플에서부터 제너럴모터스까지,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기업들이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중국은 애플의 매출액 중 미국과 유럽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홍콩, 대만 포함, 약 20%) 지역이다. GM은 미국에서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견고한 성장을 이어가자 해외 기업들도 중국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그러나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상황은 ”성장 엔진을 찾고 있는 세계 경제, 중국의 경제 성장이 당연히 계속될 것이라고 봤던 기업들, 그리고 오랫동안 중국 소비자들을 꾸준한 이익의 원천으로 여겨왔던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망했다.

ⓒBilly H.C. Kwok via Getty Images

 

② 스마트폰 시장 정체 

애플 CEO 팀 쿡이 전날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덧붙인 말이 있다. 중국 등 신흥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실적 전망 하락의 큰 원인이긴 하지만 ”일부 선진국 시장에서 아이폰 업그레이드 수요가 생각했던 것만큼 강하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

″일부 시장에서 거시경제의 문제가 이같은 흐름의 핵심 요인이지만, 아이폰 판매 실적에 폭넓게 영향을 미친 다른 요인들도 있다고 본다. 통신사 보조금 감소에 소비자들이 적응하고 있고, 미국 달러 강세로 인한 가격 상승이 있었으며, 일부 소비자들이 아이폰 배터리 교체 가격 대폭 인하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CCS인사이트의 벤 우드 선임연구원과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닐 샤 연구원은 팀 쿡의 이같은 ‘고백’을 각각 다음과 같이 풀어서 설명했다. 가디언 보도다.

″미국, 서유럽, 한국 같은 성숙하고 부유한 시장의 경우 (신형) 아이폰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지불하고자 할 용의가 있는 이들이 있다.” (벤 우드) 

″아이폰 이용자층 상당수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699달러였던 기본형 아이폰에  1200달러 이상을 쏟아부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 수도 있다. 수억명의 애플 아이폰 이용자들이 전부다 부유한 건 아니다.” (닐 샤) 

ⓒfongfong2 via Getty Images

 

중국 뿐만 아니라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상태다. 소비자들은 기존 제품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신형 스마트폰을 위해 멀쩡한 스마트폰을 교체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평균 교체주기는 18개월에서 3년으로 늘어났다. 기술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스마트폰에 더 이상 혁신은 없다’는 말이 나온지는 꽤 오래 됐다. 애플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애플은 몇 가지 대응책을 냈다. iOS와 맥OS의 경계를 일부 허물어 더 긴밀하게 연동되도록 함으로써(iOS 8, 2014년) 소프트웨어 의존도를 한층 더 높였다. 버그가 가득하다는 비판 속에서도 꾸준히 iOS 고도화에 매달렸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안면인식 도입 기술을 적용해 스크린을 키운 게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아이폰X을 출시하면서 ‘고가 전략’을 도입한 건 포화 상태에 이른 스마트폰 시장에 나름대로 적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했다. 덕분에 대당 평균 판매가격은 껑충 뛰었다. 스마트폰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음에도 애플이 압도적이고도 깜짝 놀랄 만한 실적을 거뒀던 배경이다.

실적을 방어하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성공적인 전략이었지만, 이는 다른 요인들과 맞물려 스마트폰 교체주기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높아진 가격에 대한 거부감이 꽤 컸다는 얘기다. 

ⓒLintao Zhang via Getty Images

 

중국, 애플의 고민

다시 중국 시장에서의 애플의 현재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중국의 소비 심리가 잔뜩 움츠러든 탓에 소비자들이 부쩍 높아진 아이폰 가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애플이 충성 고객을 확보해 온 핵심 요인 중 하나인 독보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중국에서는 덜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애플은 하드웨어(아이폰)만 파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iOS)도 함께 판매한다. 이렇게 구성된 애플 만의 플랫폼에 소비자가 발을 한 번 들이고 나면 쉽사리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을 쓰다가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록인(lock-in)’ 효과다. 

그러나 중국 소비자들에게는 애플의 록인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쓴다는 ‘위챗(WeChat)’처럼 거대한 서비스 몇 개가 사실상의 플랫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챗은 페이스북이나 왓츠앱 같은 소통 수단 및 소셜 네트워크를 훨씬 뛰어넘는다. 이곳은 10억명의 중국인들이 뉴스를 읽고, 정부 서비스에 접속하고, 사업을 하고,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지불하고, 심지어 택시를 부르기 위해 향하는 곳이다.” 가디언의 설명이다.

테크 애널리스트 벤 톰슨은 2017년 작성한 글 ‘애플의 중국 문제’에서 이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이렇게 적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것이다. 세계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중국에서 스마트폰의 가장 중요한 기능을 구성하는 요인은 OS가 아니라 위챗이다. (...) 당연히 위챗은 iOS와 안드로이드에서 똑같이 돌아간다. 이는 중국인들의 일상 생활에서 아이폰을 버리고 (안드로이드로) 갈아타는 데 있어서 어떠한 페널티도 없다는 뜻이다.” 

ⓒANTHONY WALLACE via Getty Images

 

애플은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등에 밀려 시장점유율 5위(약 8%)에 머물고 있다. 늘어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WSJ은 ”애플의 중국 고객들은 미국 고객들처럼 충성스럽지 않다”며 애플이 상황을 반전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나쁜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WSJ은 한 때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삼성전자가 불과 5년 만에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도 애플은 삼성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예전 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아이폰이 여전히 많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고, ‘사드’로 인해 삼성이 겪어야 했던 소비자들의 반발을 현재로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최고급 사양 아이폰의 판매량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럼에도 애플에게 ‘위기‘를 잠재울 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쉽게 말해 ‘아이폰 그 다음’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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