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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라구나주의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둘러싼 역학관계

제막식 이틀 만에 철거된 동상이 시장의 집에 있다고 한다

  • 박세회
  • 입력 2019.01.04 11:06
  • 수정 2019.01.04 13:16

필리핀 라구나주 산페드로 시의 한 사유지에 건립됐던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이 설립 이틀 만에 갑자기 철거됐다. 

동상의 제막식은 지난해 12월 28일에 있었고 30일 일본 정부는 ”다른 국가에 위안부 소녀상을 세우는 것에 대해 유감”이며 ”일본 정부의 입장과도 배치된다”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이 동상이 설치되었던 장소는 기독교 계열의 여성 노인요양원으로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동상과 같은 형태다. 

동상 건립은 한국과 필리핀 두 시장의 합작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017년 9월 산페드로 시의 시장이 충북 제천을 찾았다가 평화의 소녀상을 봤고, 이근규 전 제천시장 등의 적극 추천에 따라 산페드로 시에 설치를 약속한 결과물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필리핀 대통령궁 측은 위안부 소녀상 건립에 대해 ”(소녀상이 사유지 안에 있는 만큼) 헌법에 보장된 일종의 표현의 자유로 정부가 타당한 이유 없이 제한하거나 억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누가 어떤 의도로 소녀상을 철거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 요양 시설에 근무하는 한 수녀는 ”아무것도 알리지 않고 철거해갔다”라며 ”해당 동상이 산페드로 시장의 관저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일본의 압력이 어느 선에서 작용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현지 여성단체 ‘라일라 필리피나’는 일본 측과 필리핀 정부 측의 협상을 의심하고 있다. 

단체는 ”오늘날 필리핀은 일본의 전쟁 범죄를 완전히 잊고 있다”라며 ”지금 필리핀 사람 수천명을 죽인 일본의 가미카제 특공대를 기리는 값 비싼 기념물들이 필리핀 곳곳에 세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단체는 ”위안부 여성의 고통을 기리는 작은 동상이 철거되고, 이를 경제 원조를 거래하는 협상의 카드로 사용하는 데 분노한다”고 밝혔다. 

필리핀에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다수 있어 지난해 필리핀 여성을 모델로 한 위안부 피해 여성상 건립을 추진한 바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017년 4월에는 필리핀 국가역사위원회와 위안부 피해자 단체가 건립한 위안부 피해자 추모 동상이 마닐라시의 배수시설 개선 작업을 명분으로 심야에 철거돼 여성단체의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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