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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산천어 축제'에 가지 말아야 할 8가지 이유

반생태적, 비인도적, 비교육적인 축제이다

ⓒ뉴스1
ⓒhuffpost

소위 ‘잘 나가는 축제’로 언론에 소개되고 있는 ‘화천 산천어 축제’가 사실은 한국에서 가장 반생태적, 비인도적이고, 비교육적인 축제이다. 그 이유를 소개한다.

 

1. 산천어는 극심한 고통을 받다가 죽는다

엄청난 수의 산천어가 축제기간 동안 큰 스트레스를 받고 전량 모두 죽음으로 끝난다. 이들은 자연 상태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밀집된 환경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다가 낚이거나 다른 방식으로 폐사한다. 과밀 사육은 어류들간의 접촉 과정에서 찰과상을 입히는 등 신체적 손상을 가져오고, 빠르게 헤엄치게 만들어 급격한 산소의 고갈로 저산소증을 유발한다.

맨손잡이 체험 시 어류는 공기 중에 노출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신체에 손상을 입는다. 영국의 왕립동물학대방지연합(RSPCA)은 어류는 마취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15초 이상을 꺼내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낚시 끝의 안쪽에 있는 미늘은 어류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고안된 장치인데, 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어류의 안면 조직이 손상될 수 있으며 때로는 눈 안을 파고들 수도 있다. 산천어들은 하루 수천 명이 드리우는 얼음낚시 미끼를 물고 잡혀죽거나, 훌치기바늘에 몸통이 찔려 올라와 죽는다. 운 좋게 낚시 바늘에서 탈출했더라도 결국 상처를 통해 급속하게 병이 들어서, 또는 굶고 쇠약해져서 죽는다.

2. 원래 화천에 없는 산천어를 무리하게 운반해 온다

화천은 바다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서 원래부터 산천어가 자생하지 않는다. 영동지방에만 자생하는 산천어를 영서지방에 있는 화천이 축제를 위해 도입한, 사실상 외래종인 것이다. 산천어는 강과 바다가 연결돼 있어야 생육·번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해로 흘러가는 강이 있는 영동 지방에만 산다. 화천군은 전국 17개 업체가 생산한 양식 산천어들을 납품받아 축제에 활용하고 있다. 즉 화천과 산천어는 사실상 서로 무관하다.

이렇듯 없는 산천어를 ‘공급’하기 위해, 화천군은 매년 전국 17개 송어양식장과 계약을 체결한다. 배정받은 물량에 따라 양어장은 10~11월께 인공수정에 돌입한다. 축제가 열리기 전 양어장의 산천어들은 출발 닷새 전부터 밥을 굶긴다고 한다. 이후 대량으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산천어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화천군의 농업정책과 계장도 이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산천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차에 싣고 오밀조밀 가다 보면 토사물을 내놓고 죽는 것도 있고 기절했다가 깨어나기도 하고….” 산천어는 1급수 서식 어종인데, 토사물에 오염된 활어차량의 물은 산천어에게 연쇄적으로 큰 악영향을 끼친다.

3. 아이들에게 생명경시를 가르친다

산천어 축제는 특히 가족단위 참가자가 많아,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동물 학대를 체득하게 된다. 맨손 잡기 등의 비교육적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다루는 법, 고통을 느끼는 존재를 입에 물고 자랑스럽게 기념사진 찍는 법이다. 이렇게 우리의 아이들은 타자의 고통에 무감각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철학자 칸트의 말을 빌리자면, 동물에게 잔인한 사람은 인간에게도 잔인할 수밖에 없다.

4. 축제가 끝난 얼음 속은 물고기 무덤이다

지난 2014년 3월 4일 SBS 정동원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화천군이 축제를 위해 얼음 밑에 일부러 집어넣은 산천어 36만 마리 중 많은 수가 집단 폐사하였다. 원인은 스트레스에 따른 면역력 약화와, 낚시 상처로 인한 수생균 감염 등이다. 축제를 위해 인위적으로 투입된 산천어 중 죽은 개체들은 수거되어 이듬해 축제를 위한 어묵으로 만들어지거나 매립된다. 관광객들과 조직위의 수거를 피해 살아남은 개체들도 봄철을 맞이하여 올라가는 수온을 견디지 못하고 죽는다. 죽은 산천어와 오염물질로 수질은 오염되어 하천은 물고기 지옥으로 전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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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축제 때문에 화천천의 생태계는 파괴된다

상수원보호구역인 화천천에 축제장을 만들기 위해 3~4킬로미터 가량 하천 구간의 모래바닥과 퇴적층을 모조리 긁어내고, 3-4중의 물막이 보를 만들어 수십만 톤의 강물을 가두어 막는 공사로 3~4개의 대형 빙판놀이터가 만들어진다. 강의 상·하류 모두 보에 완벽하게 차단되었고 대대적인 준설로 하천바닥이 드러났다. 이곳은 화천천의 모든 생물종들이 다양하게 보존되고 서식했던 화천천의 보고와 같았던 장소인데, 오직 축제를 위해 원래 있던 수생생태계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산천어 축제의 경제적 흥행이 알려지면서 타지역 지자체들이 화천을 모델로 지역 하천을 이미 무분별하게 개발했거나, 하고 있거나, 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이는 하천마다 고유한 생물 다양성과 멸종 위기 어류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그런데도 이와 관련한 환경영향 평가 등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6. 외국 도입종 산천어도 쓰인다

어류학자들에 따르면 산천어는 양식업자들이 10여 년 전 일본에서 수입한 알을 양식해 대규모로 방류하고, 동해로 흐르는 수계에서만 사는 산천어가 서해 쪽 수계에서도 많이 발견된되고 있다. 토종 계류성 어류인 버들치, 천연기념물인 열목어 등이 포식성이 강한 산천어의 먹이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축제 주최측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2007년 강원도립대와 상지대가 공동 발표한 ‘산천어축제가 주변 수역의 생물자원환경에 미치는 영향’ 보고에서 축제에 일본의 홍점산천어이거나 교잡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였다. 최준길 상지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본 보고서에서 “산천어가 다른 어종에 대해 교란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토종산천어는 경북의 민물고기연구센터가 2017년 12월에나 최초로 인공부화를 성공했을 정도로 아직까지는 양식이 불가능하다. 센터 관계자는 ”유전자 분석 결과 국내에 양식중인 것은 물론 하천에 서식중인 산천어 대부분이 일본산이거나 일본산과 토종의 교잡종으로 드러났다”며 ”당시 우리 연구센터에서 양식 중이던 산천어도 토종이 아닌 교잡종이었다”고 말했다. 즉, 외래종 또는 교잡종이 지금의 ‘산천어’이다.

이렇게 무책임한 외래종 도입은 또다시 자행되고 있다. 화천군은 산천어 축제에 쓸 새로운 어종을 양식하고 있다. 기존의 산천어로도 모자라 홍송어와 곤들매기를 양식해서 축제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치어를 들여오려 했는데 비용부담에 커서 결국 알 10만 개를 들여와 9만 개를 부화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홍송어와 곤들매기는 산천어처럼 동해로 흐르는 영동지역 하천에만 한정해 서식하는 어종이라 영서지역에는 없던 어종이다.

7. 축제기간 동안 상상을 초월하는 수의 산천어가 희생된다

산천어 축제를 위해 매년 국내 양식 산천어의 90% 이상이 이 시기에 화천으로 집결한다. 산천어는 화천군을 비롯해 양양군, 춘천시, 강릉시, 영월군과 경북 봉화군, 울진군 지역의 양식업체 16곳이 납품하는데 각 업체 당 배정된 물량은 최소 5t에서 최대 20t에 달한다. 2018년에 치러질 산천어 축제용 산천어의 규모는 계약 물량만 160t으로 여유분까지 더하면 총 180t에 달한다. 지역축제라고 말하지만 실은 외부 공급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는 생태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낭비 축제이다.

8. 축제의 ‘하이라이트’ 맨손잡기는 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

맨손잡이 체험은 물고기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할 뿐 아니라 인간 감염의 위험도 있다. 어류로부터 인간으로 전염될 수 있는 병원체에는 곰팡이, 박테리아 등이 있다. 마이코박테리아(Mycobacterium)은 감염된 어류나 매개물을 만졌을 때 감염될 수 있으며, 면역 시스템이 손상된 환자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박테리아는 피부의 상처가 있을 때 이를 통해 들어와 내부 면역 시스템을 파괴한다. 스트렙토코커스 이니아에(Streptococcus iniae)의 경우 어류에게서 방향상실, 점상출혈, 안구돌출(exophthalmia), 안구 농(corneal hypopyon) 등의 임상증상을 일으키는데, 인간은 감염된 어류를 손으로 만질때 봉와직염(cellulitis), 심장내막염(endocarditis), 수막염(meningitis), 관절염(arthritis) 등에 걸릴 수 있다. 이 밖에도 맨손으로 어류를 만졌을 때 아로모나스와 비브리오(Aeromonas and Vibrio), 에이스피플로트릭스 루시오파티아(Aeromonas hydrophila Erysipelothrix rhusiopathiae) 등의 감염 위험도 있다. 축제에 들어오는 산천어는 수송, 절식, 과밀사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이미 질병 발생의 위험이 크고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 있다. 이런 산천어를 맨손으로 잡는 체험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이런 위험 때문에 수의학 전문가들은 맨손으로 어류를 함부로 만지지 않도록 조언하고 있다. (참고문헌) Marcy J Souza 외, Veterinary Clinics of North America-Exotic Animal Practice, 2011

위와 같은 사실들을 알고도 이 축제를 즐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런데도 화천군은 “짜릿한 손맛” 운운하며 호객을 하고 있으니, 대체 시민 수준을 뭘로 보는지 의문이다. 당신이 산천어 축제를 방문하려는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방향을 돌려 불필요한 살상과 생태계 파괴에 공헌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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