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중국에서의 스마트폰 및 기기 판매 부진 등을 이유로 회계연도 2019년 1분기(2018년 10월~12월)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다고 2일(현지시각) 밝혔다.
팀 쿡 CEO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1분기 매출이 약 840억달러(약 94조6200억원)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기존 전망치 890억~930억달러에서 크게 낮춘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팩트세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910억달러 이상이었다.
쿡은 신흥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 그 중에서도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아이폰 판매량 감소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일부 신흥시장에서 경제 둔화를 예상했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쿡은 ”주요 신흥 시장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특히 중화권(Greater China)에서 경제 둔화 규모를 예측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기존 전망치 대비 매출 전망 감소치 대부분과 100% 넘는 전년대비 전 세계 매출 감소는 중화권에서의 아이폰, 맥, 아이패드(의 판매 부진)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 고조,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심리 저하 등도 언급했다.
″중국 경제는 2018년 2분기부터 둔화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3분기에 발표한 GDP 성장률은 지난 25년 간 두 번째로 낮다. 또한 우리는 중국 경제 상황이 미국과의 무역 긴장 증가로 추가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불확실성 증가가 금융시장을 짓누르면서 그 영향이 소비자들에게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제품별로는 애플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의 판매 부진이 전체 실적 전망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이폰을 뺀 나머지 부문(서비스, 맥, 아이패드, 기타)을 합하면 오히려 전년대비 19% 성장했음에도 아이폰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치는 바람에 전체 매출 전망치가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쿡은 다른 요인들도 언급했다. 중국 등 신흥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실적 전망 하락의 큰 원인이긴 하지만 ”일부 선진국 시장에서 아이폰 업그레이드 수요가 생각했던 것만큼 강하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일부 시장에서 거시경제의 문제가 이같은 흐름의 핵심 요인이지만, 아이폰 판매 실적에 폭넓게 영향을 미친 다른 요인들도 있다고 본다. 통신사 보조금 감소에 소비자들이 적응하고 있고, 미국 달러 강세로 인한 가격 상승이 있었으며, 일부 소비자들이 아이폰 배터리 교체 가격 대폭 인하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쿡은 올해 아이폰 신제품(아이폰Xs, 아이폰Xs Max) 출시 시기가 지난해와 달랐던 탓에 지난해 같은 분기와 분기별 실적을 나란히 비교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아이폰Xs와 아이폰Xs Max의 출하가 9월부터 시작되면서 해당 실적이 전분기(회계연도 4분기)에 일부 반영됐다는 얘기다. 아이폰X가 출시됐을 때 해당 실적이 회계연도 1분기부터 반영됐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큰 틀에서는 그 영향이 기존에 예상했던 것과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쿡은 설명했다.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
긍정적인 소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쿡은 ”이같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여러 부문에서 견고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사용중인 애플 기기 숫자가 지난 1년 사이 1억대 넘게 증가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이폰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은 전년대비 19% 상승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쿡은 서비스 부문 매출이 108억달러(12조1600억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까지 서비스 부문을 2016년 대비 두 배 성장시키겠다는 목표에 부합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애플워치와 에어팟 같은 웨어러블 부문도 전년대비 50% 성장했다. 다만 이 분야가 애플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쿡은 또 주당순익(EPS)이 또 한 번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애플의 발표 이후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7%나 폭락했다. 지난 8월 미국 상장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한 이후 애플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테크 업계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 우려 때문이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애플의 시가총액은 7490억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7760억달러), 아마존(7530억달러)에 이어 세 번째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