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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렌의 강점과 약점

워렌은 대선 출마 선언 영상에서 자신의 강점을 상기시키려 했다.

  • 허완
  • 입력 2019.01.02 17:43
  • 수정 2019.01.02 18:12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엘리자베스 워렌 미국 상원의원(민주당)은 대선 후보에 도전하는 첫 공식 행보의 일환으로 4분30초짜리 영상을 발표했다. 그가 애초 진보의 영웅이 됐던 이유를 모두에게 일깨워주려는 영상이었다. 또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가 민주당 경선과 대선 승리 가능성이 강한 경쟁자임을 보여주려는 영상이기도 했다.

매사추세츠에서 2012년에 처음으로 상원의원에 당선된 워렌에게 있어 최근 몇 달은 힘든 기간이었기 때문에 이런 점을 상기시키도록 하는 게 필요했다. 문제가 시작된 건 10월이었다. 워렌은 DNA 검사 결과까지 공개하며 조상 중에 아메리카 원주민이 있었다는 자신의 과거 주장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려 했다. 그러나 그의 지지자와 비판자들 사이에서 비판이 나왔고, 이를 가라앉히기 위해 그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친척들이 등장하는 영상을 추가로 공개하자 논란은 더 커졌다.

워렌은 어렸을 때 아메리카 원주민 선조가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여러 번 주장해왔다. DNA 검사와 증언들은 이 주장과 일치한다. 미국 원주민 선조가 있다는 주장이 워렌이 텍사스 대학교,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의 법대에서 일하게 된 것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보스턴글로브의 철저한 탐사 보도 결과 이후에 나온 내용들이었다.

그럼에도 아메리카 원주민 활동가들은 워렌의 행동에 분노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포카혼타스’라며 조롱했다. 언론은 워렌의 가족력과 정직함에 대한 의심 보다는 워렌의 정치적 판단에 대한 새로운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의 모든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같은 규칙을 적용받고, 스스로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것을 위해 싸운다. 그래서 대선을 위한 예비 위원회를 시작한다. 나는 당신의 지지가 필요하다.

 

2016년에 워렌의 대선 출마를 권하던 여러 진보 세력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 버몬트)에 더욱 열광하게 되었고, 샌더스는 민주당 경선에 나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도전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텍사스 상원의원 선거에서 테드 크루즈 현역 의원에게 도전해 아쉽게 패했으나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친 베토 오루크 하원의원 등 더 젊고 덜 알려진 정치인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정치에 관심을 가진 미국 유권자들에게 있어 워렌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고, 친숙한 후보이지만, 그 이후 있었던 여론조사들에서 민주당 후보들 가운데 워렌의 지지도는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여론조사들의 결과가 정확하지 못하다는 건 잘 알려져 있지만, 진보 진영 일각에서 워렌의 당선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 워렌의 문제 중 하나이다. 그들은 워렌의 입장은 지지하지만, 너무 진보적이거나 너무 ‘날카롭게 보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날카롭게’라는 형용사에 대해 설명하자면, 그들은 유권자들이 여성 후보에게만 유독 그런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이건 미친 생각이 아니다. 워렌에겐 심각한 정치적 약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이 여론조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는 모른다. 민주당측은 최근 역사만 봐도 그 사실을 잘 알 것이다.

1992년부터 지금까지 민주당은 5명의 대선 후보를 냈으며, 그 중에서 두 명의 후보가 엄청난, 그리고 상대편의 공격에 치명적일 수 있는 약점을 가지고도 승리를 거뒀다. 빌 클린턴의 경우, 그가 바람을 피웠고 여러 번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이 문제였다. 그때는 그런 특징이 어느 정도는 문제시되던 때였다. 버락 오바마에게는 피부색, 중동 이름 같은 미들 네임(후세인)이 정치적 약점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종차별은 미국 정치에서 강력한 힘이다.

그들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두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처음 대선에 도전했을 당시의 정치 환경 때문이었다. 현직 대통령을 꺾으려면 경제가 좋지 않을 때 도전하는 게 좋다. 그러나 클린턴과 오바마의 성공은 결국 카리스마, 웅변력, 더 뛰어난 선거 조직, 궁극적으로는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상대 후보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 같은 자산 덕분이었다.

앨 고어, 존 케리, 힐러리 클린턴은 그러지 못했다. 물론 그들은 경험이 많고 영리한 후보들이었지만, 그들에게는 대중의 늘 변하는 기분에 맞춰 위치를 바꾸지 못한다는 애매한 정치적 정체성과 평판이 있었다. 그런 평가가 정당하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그들은 뛰어난 연설 능력을 지녔지만 열정을 담지는 못했다. 존경받을 만한 사람들이었지만 애착을 자아내지는 못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그렇다면 워렌은 어느 쪽일까? 지금 판단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오바마와 빌 클린턴처럼 워렌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강점을 갖춘 후보라고 볼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특히 상대하게 될 사람이 트럼프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트럼프의 최대 약점을 두 가지 꼽자면 아마도 개인적 부패, 그리고 기업과 부유층에 혜택을 퍼붓고 그외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제도지원을 빼앗는 전통적 공화당식 경제 아젠다 추구일 것이다. 부패에 강력히 맞서 싸워 온 전력을 지닌 민주당 후보라면 기업의 후원을 공격할 수 있을 것이다. 중산층과 빈곤층을 위해 싸워 온 후보라면 사회 안전망 약화를 공격할 수 있다. 워렌은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

영상이 일깨워 주는 사실은 다음과 같았다. 워렌이 정치인으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영문을 모르고 있는 빈곤층과 중산층 고객들을 착취하는 은행들을 공격해서였다. 워렌은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새로운 정부 기관 설립을 주창하고 이것이 실현되도록 싸웠다. 전적으로 그의 공이라고 해도 좋다. 금융업계 전반을 보다 진보적으로 만드는데 대한 정치적 논의를 일으킨 것도 어느 정도는 워렌의 공이다.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워렌이 오래 전부터 여러 핵심 이슈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과 선호하는 방향을 만들어 온 꼼꼼한 정책통이라는 것도 강점이다. 대단한 성취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에 필요한 고민과 연구를 해낸 정치인은 놀라울 정도로 적다. 유력 대선 경쟁자 중에서도 권력욕 외에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를, 당선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후보는 많지 않다.

워렌에게는 다른 강점도 있다. 많은 미국인들이 경험하고 있는 어려움을 겪었고 이를 극복했다는, 설득력 있고도 인상적인 이력을 지녔다는 점이다. 경제적으로 위태로웠던 가정에서 자라났고, 워킹맘으로서 자신이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괜찮은 육아 서비스를 찾느라 씨름했다는 것처럼 말이다.

영상에는 워렌과 자녀들의 옛 사진들이 등장한다. 아버지의 재산과 인맥 덕분에 부자가 되었고 베트남전 징집을 기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마 평생 기저귀 한 번 갈아본 적 없었을 트럼프와는 거의 정반대라 할 수 있다. (트럼프는 ‘아내처럼 행동하는’ 남성들을 조롱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워렌이 민주당 최고의 후보인지는 물론 전혀 다른 문제다. 출마를 고려하는 민주당 후보 모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약점도 있다. 트럼프는 워렌의 약점을 공격했듯, 그들의 약점도 공격할 것이다.

민주당 경선 유권자들은 어떤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지, 누가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인지 각자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워렌이 2016년에 출마하기를 바랬던 많은 사람들이 있으며, 당시에 워렌이 지녔던 매력은 그 때보다 오히려 지금 더 큰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허프포스트US의 Elizabeth Warren’s Video Aims To Remind People Why They Liked Her In The First Plac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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