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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는 다른 의료진들을 먼저 대피시켰다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담은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펴내기도 한, 정신건강의학의 전문가였다.

ⓒSNS에서 확산되고 있는 임 교수 추모 그림

조울증을 앓던 환자 박모씨(30)에게 살해된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사건 당시 ”빨리 피하라”며 다른 의료진들을 챙긴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사건이 벌어진 지난달 31일 오후 5시 44분께 임 교수를 찾아온 박씨는 당일의 마지막 환자였다. 박씨는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뒤 수개월 동안 병원을 찾지 않다가, 갑작스레 찾아왔다.

임 교수는 예약 없이 찾아온 환자를 돌려보내지 않았으며, 박씨가 임 교수를 해치려 문을 잠그자 진료실 안의 대피공간으로 곧바로 몸을 피했다. 그러나 간호사를 비롯해 밖에 있는 이들의 안전이 걱정됐던 임 교수는 대피 공간을 나와 ”빨리 피하라”고 소리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자기만 살려고 했다면 당하지 않았을 텐데, 간호사 안전을 챙기는 과정에서 제대로 피하지 못한 것 같다”며 ”그 와중에 계속 피하라고 알리고, 피했는지 확인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신건강의학 분야의 전문가

임 교수는 20여년간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를 치료하며 100여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한 정신건강의학 분야의 전문가다.

한겨레에 따르면, 임 교수는 2011년 개발된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의 개발자로 2017년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선정한 ‘생명사랑대상’을 받았다.

임 교수는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솔직하게 담은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2016년 펴내기도 했다. 그는 만성 허리디스크 통증에 시달리며 한 개인으로서 ‘마음의 병’을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되었으며, 마음의 고통을 덜어내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의협 ”정신질환자 편견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한의사협회는 1일 이번 사건에 대해 ”예고된 비극”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의료진 폭력 사건에 대하여 심각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대책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의사협회는 ”이번 사건이 피의자의 정신질환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전혀 밝혀진 바가 없다”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의사협회는 ”피의자의 범행동기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정밀한 정신건강의학적 감정을 요구한다”며 ”추측성 보도나 소셜미디어 상의 잘못된 정보를 무분별하게 공유하는 것은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부추길 것”이라고 밝혔다.

임 교수 사망 이후 의료진의 안전보장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고, 추모 그림이 SNS에서 확산되는 등 임 교수를 애도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성명을 통해 ”고인은 본인에게 한없이 엄격하면서 질환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을 돌보고 치료하고 그들의 회복을 함께 기뻐했던 훌륭한 의사이자 치유자였다”며 ”자살예방을 위해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우리 사회의 리더”라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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