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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1월 03일 14시 44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1월 03일 17시 36분 KST

[뉴디터의 신혼일기] 이상형의 외모를 가진 사람과 결혼하면 좋은 점과 나쁜 점

좋은 점이라면, 얼굴만 보면 안 설렐 때가 없다.

huffpost

허프 첫 유부녀, 김현유 에디터가 매주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게재합니다.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만을 따라가지만 나름 재미는 있을 예정입니다.

내 이상형은 고등학교 때부터 확고했다. 까맣고, 갸름하고, 입술 두껍고, 눈썹이 진한데 싸나운 눈빛을 가진 동아시아 남자. 정확히 묘사하면 일본 축구선수 혼다 케이스케 그 자체였다. 미남형도 아니고,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지만... 그치만... 이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설명하기 어려운 걸!

Mark Metcalfe via Getty Images

 이렇게 생긴 사람이다. 짱구에 나오는 장미반 치타 st

이상형이 확고했던 만큼 이성을 볼 때 제일 중요한 건 외모였다. 비스무리하게 생기지 않으면 애초에 이성적 감성조차 들질 않았다. 과거 잠시 데이트를 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와 비스무리한 외모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오래 가진 못했다. 그들은 턱선이 날렵하지 않았거나, 눈빛이 싸납지 않았거나, 동아시아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상형이란 게 그렇게 복잡하다.

신랑은 이 조건에 아주 완벽하게 부합하는 남자였다. 심지어 혼다와 나이도 같고 생일도 비슷하며 키와 몸무게도 같았다. 다른 거라곤 머리 색깔과 국적밖에 없었다(실제로 신랑도 나를 꼬실때 그 점을 가장 크게 어필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고작 두 번 본 남자의 고백을 받아들인 것은 그저 외모 때문이었다. 외모가 제일 중요했으니까!

얼굴 뜯어먹고 살 거냐는 소리 수없이 들었지만, 오히려 5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그때 그랬어서 오히려 연애도 원활했고 결혼생활도 행복한 것 같다. 성격이나 배경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이상형의 외모를 갖춘 상대를 만나는 것은 행복한 연애와 결혼생활에 긍정적이면 긍정적이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상형의 외모를 갖춘 사람과 결혼을 했을 때 가장 좋은 점은 얼굴 보고는 잘 안 싸우게 된다는 것이다. 연애 때도 카톡으로 잔뜩 화나서 싸우다가도 얼굴 보는 순간 사르륵 언제 그랬냐는 듯 “오빠는 참 잘생겼네” 이러고 있고 만날 때마다 그렇게 칭찬일색. 얼굴만 보면 안 설렐 때가 없다. 매번 볼때마다 멋있어 보이니까 항상 설레고 떨리고 연애초반의 그 불꽃튀는 사랑이 여전한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가끔씩 대선 토론에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aka 홍카콜라)를 보이콧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처럼 말도 섞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도 홍카콜라 선생님의 모습으로 홍카콜라처럼 말하면 이게 뭐야 싶지만 혼다 케이스케처럼 생겼는데 홍카콜라같이 말하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줄 만은 하지 않겠어?

다만 나쁜 점이라면 신랑은 나 정도로 외모에 약한 편도 아니고, 경상도 남자라 애정표현도 나만큼 많지는 않아 가끔 나 혼자 덕질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남편을 덕질하는 아내라니 무슨 중학생이 쓴 팬픽 설정도 아니고 아니고 이런 상황 무엇? 하며 현타 느끼기도 한다. 

근데 어차피 덕질은 쌍방이 아니라 일방이다. 게다가 덕후 중 최고의 성공한 덕후는 최애와 닮은 사람과 결혼한 덕후이지 않겠어? 그런 생각만으로도 일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그렇다.

단, 자꾸 덕질하니까 지 되게 잘난 줄 알고 상대방 맘고생시키는 인간들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에 40~50대 여성분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편이 잘생기신 분들은 기분이 어떻냐”는 질문이 올라온 적이 있다. 많은 잘생긴 남편 혹은 나처럼 잘생긴 건 아니지만 이상형의 외모를 가진 남편을 둔 유저들의 댓글이 이어졌는데, 대체로 비슷한 이야기였다.

”화가 났다가도 얼굴 보면 풀려요”, ”항상 설레서 잘 안 싸우게 돼요”, ”어디 같이 나가면 기분이 좋아요”

등등. 커뮤니티 특성상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주작’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럼에도 많은 댓글들이 대체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결혼생활에서 시각적인 것도 꽤 중요하다는 걸 엿볼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외모 때문이었지만 사귀고 같이 살고 결혼하고 나니 이제는 다른 모습들 덕분에 외모가 더 잘생겨 보일 때가 있다. 애초에 외모 따위 상관 없었음에도 사랑하다 보니 서로가 예쁘고 멋있게만 보인다는 사람들도 많다. 뭐든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들 사이엔 다 제눈에 안경일 터, 그런 의미에서 호주 A-리그 멜버른 빅토리에서 맹활약 중인 혼다 케이스케 선수가 18-19시즌 조니 워렌 메달을 받고 혼다 케이스케 감독이 이끄는 캄보디아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이 건승하기를 바랍니다.

PS. 덤으로 대학 시절 혼다 뺨치는 프리킥 실력으로 ‘S대 혼다’라고 불렸다던 우리 신랑도 이번주 토요일 마포 조기축구회 MOM 등극하길...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