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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동안 시체를 촬영한 사진작가 츠리사키 키요타카의 이야기

일본의 사진작가 츠리사키 키요타카.

  • 강병진
  • 입력 2018.12.28 16:34
  • 수정 2018.12.28 16:40
ⓒKAZUHIRO SEKINE

츠리사키 키요타카는 52세의 사진작가다. 그는 지난 25년 동안 시체를 찍어왔다. 교통사고를 당해 내장이 튀어나온 남성, 부검 중인 여성의 시신, 최근 도쿄 신주쿠에서 열린 그의 전시회에는 멕시코와 콜롬비아, 태국 등에서 촬영한 사진 20여점이 전시됐다. 교통사고나 살인사건 현장에서 촬영한 것들이다. 동일본 대지진 현장에서 촬영한 것도 있다. 눈을 크게 뜨고 보기가 꺼려지는 사진들이다.

츠리사키가 처음 시체를 촬영한 건, 1994년 태국 방콕에서였다. 당시 그의 피사체는 살해당한 사람이었다. 그가 처음부터 사진을 찍었던 건 아니다. 대학 재학 중 AV산업을 비판하는 글을 잡지에 썼던 그는 업계에 대한 관심 때문에 졸업 후 AV제작사에 입사했다. 2편의 작품을 연출하기도 했다. “AV산업에 대한 존중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예술가였던 것 같습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집념이 강했습니다. AV비디오에서는 성기를 모자이크로 가립니다. 그러한 규제에 반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교통사고와 살인사건 현장, 부검실을 찾아다니는 사진작가

이후 츠리사키는 미국으로 건너가 포르노 영화업계에 도전하려 했다. 그때 잡지 편집자인 지인이 그에게 색다른 일을 권유했다. 시체의 사진을 찍어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지인은 에로티시즘과 그로테스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잡지를 준비중이었다. 여러 사진 작가에게 시체 사진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한 상황이었다. 츠리사키는 의외의 요청에 놀랐지만,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방콕에서 처음으로 시체를 찍게 됐다. 이후 그는 멕시코와 브라질, 콜롬비아의 교통사고 현장과 살인사건 현장, 부검실을 찾아다녔다.

ⓒKAZUHIRO SEKINE

″대부분의 사람이 시체 사진을 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시체는 그만큼 강력한 피사체입니다. 시체 사진의 강렬함은 시체 자체와 현장에서 비롯됩니다. 시체를 통해 그 사람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습니다. 자살한 사람이라면 그가 어떤 마지막을 원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한 명의 시체를 놓고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대하는지도 볼 수 있습니다. 나라마다 죽음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어 동일본 대지진 현장에서는 사망자들을 파란색 시트로 완벽하게 덮어놓았습니다. 거기에는 죽음에 대한 일본인들의 의식이 있는 것이죠.”

 

츠리사키는 1988년 멕시코 거리에서 촬영한 여성의 오른손 사진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사진 속에는 절단된 손목만이 찍혀있는데, 손가락에는 반짝이는 반지가 끼워져 있다.

″멕시코의 유명한 배우가 스포츠카를 운전하다가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음주 운전이었죠. 현지 사진작가가 그녀의 몸 부분을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손이 더 힘있는 피사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멕시코 여성 중에 깨끗한 손을 가진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손을 본 것만으로도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신성한 권리”

시체를 촬영하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일단 시체가 있는 곳을 찾아가야 하는 게 일이다. 츠리사키는 멕시코와 콜롬비아에서는 현지 친구들이나 기자들로부터 정보를 얻었다고 말했다. 경찰 무전을 듣는 경우도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촬영할 때는 현지 민간 구조대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그는 시신을 보존처리하는 일을 하던 콜롬비아의 한 노인에 대해서도 말했다.

“1990년대의 콜롬비아는 매우 폭력적인 곳이었습니다. 마약을 둘러싼 싸움과 내전 등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남겨진 유족을 위해 시신을 깨끗이 닦고 방부처리한 후 화장까지 한 노인이 있었습니다. 그 분의 이름은 오 로스코였습니다. 그 분의 삶과 죽음과 마주하는 태도에 크게 감동했습니다.”

이후 츠리사키는 오 로스코의 삶에 대한 영상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물론 츠리사키의 작품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시체를 촬영한다는 행위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이자, 선정적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그는 ”단순히 악취미적인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는 아티스트로서 금기가 없는 표현의 자유를 호소하고 싶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신성한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표백하는 시대에 죽음을 보여주는 것

ⓒHuffpost KR

츠리사키는 과거보다 현재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기회가 줄어든 시대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자살한 연예인의 사진이 잡지에도 실렸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학습교재에는 전쟁 중 사망한 사람들의 모습이 게재되기도 했지요. 사람들은 보기 싫어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눈에 비치는 일이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 전체가 표백되어 버렸고, 미디어도 자율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죽음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상의 연장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죽음을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향은 일본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동남아와 중남미에서도 시체의 사진을 신문에 게재하는 일은 사라졌어요. 그런 경향이 가장 뿌리깊게 있었던 멕시코에서도 사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츠리사키는 최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사진집 ‘THE DEAD’를 출간했다. 앞으로도 시체를 주제로 한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그의 다음 행선지는 분쟁 등으로 많은 사람이 사망한 콩고민주공화국이다.

ⓒHuffpost KR

*허프포스트일본판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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