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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8일 14시 33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2월 28일 14시 35분 KST

정자은행 통해 혼자 아이를 가진 여성들의 이야기

"나에게는 이 방법 밖에 없었다."

“연애 대신에 선택한 게 아니다.” 지난 4월 기증받은 정자로 아들 허버트를 낳은 리브 쏜(39)의 말이다. “나는 연애를 하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데이트 중에도 ‘그나저나 난 당장 아기를 낳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랑에 빠지지 않는 이상 나에게는 이 방법 밖에 없었다.”

영국에서는 혼자 아기를 낳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아기 아버지 없이 가정을 시작하는 여성이 지난 2년 동안 3분의 1 정도 증가했다는 통계 수치가 있다. 2016년에 파트너 없이 임신 촉진 치료를 받은 여성은 1,272명이었다. 2014년 942명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유가 무엇일까? 여성들이 그런 선택을 할 능력이 생겼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여성들이 스스로의 생식 선택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면서 인식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커리어에 집중하기 위해 출산을 미루는 것외의 선택지가 늘어난 것이 이유일 수도 있다.

맨체스터의 멜 존슨(40)은 정자 기증을 통해 지난 2월 딸 데이지를 낳았다. 존슨은 여성들이 아이를 갖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좋지 않은 파트너와 정착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이유라 믿는다. “그들은 자신에게 잘 맞는 남성을 만나고 싶어한다. 맞지 않는 파트너와 아이를 낳는 것은 혼자 낳는 것보다 훨씬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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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쏜과 그녀의 아들 허버트

허프포스트 영국판이 만나 본 혼자 아기를 낳은 여성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잘 맞는 짝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어머니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리브 쏜은 늘 대가족을 상상했지만 현실에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15년 동안 연애를 하지 않고 37세가 된 그녀는 혼자서 아기를 갖기로 결심했다. 급히 내린 결정은 절대 아니었다. 28세부터 남성을 찾지 못하면 싱글 맘이 되겠다고 생각해왔다.

처음에는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에게만 이야기했다. “커밍아웃하는 기분이었다.” 응원을 받자 마음이 놓였다. “아무도 ‘대체 무슨 짓이야?’라고 말하지 않았다. 모두 전적으로 지원해 주었다.”

멜 존슨에게는 7년 동안의 연애가 20대 후반에 끝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아이를 너무나 갖고 싶었던 미카 비숍(44) 역시 39세 때 오래 사귀었던 연인과 헤어진 이후 결정을 내렸다. “거의 늘 그 생각 뿐이었다”고 한다. 멜과 미카는 연애를 해보려 열심히 노력했지만, 언젠가부터 혼자서 하지 않으면 절대 엄마가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년 전이었다면 이런 상황의 여성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기를 꺼렸을 수도 있다. 이제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으로 온라인에서 자기 이야기를 공유하는 문화가 강해졌다. 리브와 멜, 미카가 겪은 경험 또한 20년 전의 사람들과는 다르다.

리브는 처음부터 공개하기로 했다. 비밀을 잘 못 지키는 편인데다가, 임신을 가십 거리로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고 블로그에도 올렸다. 사람들이 묻는 모든 질문에도 답해주었다.

먼저 아기를 낳은 다음 파트너를 만날 거라고 했다. 지금도 내 미래 계획은 그것이다. 시간의 압박이 없어졌을 뿐이다.멜 존슨

멜도 마찬가지였다. “오해가 없도록 사람들에게 나이와 임신 능력 저하 때문에 혼자서 딸을 낳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순서를 바꿔서 하는 거라는 설명이 내 마음에는 들었다. 먼저 아기를 낳은 다음 파트너를 만날 거라고 했다. 지금도 내 미래 계획은 그것이다. 시간의 압박이 없어졌을 뿐이다.”

2015년 1월에 쌍둥이 자크와 레오를 낳은 미카는 자기가 말했던 사람들 중에 정자 기증으로 아이를 낳은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미카는 자신의 아들 쌍둥이에 대해서 늘 터놓고 말했고, 유치원의 다른 아이 어머니들에게도 자신은 싱글 맘이며 정자 기증으로 아이를 낳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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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와 그의 아들 자크와 레오

정자 기증으로 아기를 낳겠다는 선택을 하는 여성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일단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 있다. 런던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사려면 950파운드(약 135만원)가 든다. 850파운드(약 120만원) 정도부터 시작하는 곳도 있다. 다른 모든 구매가 그렇듯, 한 번에 많이 사면 단가는 내려간다. 배달비는 최고 150파운드(약 21만원)이고 보관비도 추가된다. 자궁내수정(IUI)은 약 800파운드(약 113만원), 체외 수정(IVF)은 3,000파운드(약 425만원) 정도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런 선택을 하는 여성들은 감정적으로 큰 기복을 겪게 된다. 임신 실패가 이어지는 것 역시 힘든 일이다.

리브는 정자 구매 과정이 아주 놀라웠다고 한다. “[내가 이용한] 웹사이트는 마치 틴더와 아마존을 합쳐 놓은 것 같았다.” 키, 체중, 민족, 병력 등으로 필터링을 할 수 있었고, 선택하고 나자 정자를 장바구니에 넣어 영국으로 배송시킬 수 있었다.

리브는 덴마크인 기증자를 골랐다. 2017년 영국에 수입된 덴마크 정자 샘플은 3천 개에 달한다. 리브는 법에 따라 ‘공개 기증’을 하게 되었다. 아들이 18세가 되면 본인의 선택에 따라 생물학적 아버지에게 연락할 수 있게 된다.

돈이 꽤 든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비용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리브는 주택 재저당을 통해 비용을 마련했다. 정자 4병을 사서 영국으로 배송시키고 병원에 보관하고 IUI를 4번 시도한 리브는 총 14,000파운드(약 1,985만원)를 썼다. “약을 먹거나 IVF를 하지 않아도 되어 정말 운이 좋았다. 그랬다면 돈이 훨씬 더 많이 들었을 것이다. 모든 추가 비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재채기만 해도 돈이 들어간다.”

그녀는 세 번 실패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 “잘 안 되면 정말 끔찍하다. 상실감이 압도적이다. 마치 물에 빠지는 것 같다.” 세 번째 시도 후 리브는 6개월 동안 쉬었다. 네 번째로 시도해 보고 안 되면 IVF를 할 계획이었다.

6개월 후 다시 병원에 가서 IUI를 시도했지만 별 기대는 없었다. 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2주 반 후에 조카들과 놀다가 문득 임신 테스트를 해봤더니 그녀가 간절히 바라왔던 결과가 나왔다.

“솔직히 돌아버릴 것 같았다. 정신이 나갈 듯했지만 정말 멋졌고 마구 울며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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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 존슨과 그녀의 딸 데이지

멜은 36세 때 기증받은 정자로 IVF를 시작했다. 배아 3개가 생겨 모두 냉동했다. 두 번째 배이식이 성공했다. 멜은 맨체스터 인공 수정 병원의 기증 서비스를 이용해 정자를 얻었다.

미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듯 아기를 가졌다. 6개월 동안 알아보고, 세미나에 참석하고, 정자 기증으로 아기를 낳은 여성들과 이야기하고, 돈을 준비했다. “나는 늘 자문해 보았지만 언제나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가족을 만들 시도는 해보아야 할 것 같았다.”

미카는 전세계 정자 은행의 기증자 프로필을 살피긴 했지만, 영국의 한 정자 은행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가끔은 현실을 직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의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게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그러나 미카는 밀어붙였고, 온라인에서 구입한 정자로 임신했다. 첫 번째 시도에서는 유산했다.

두 번째 시도는 화학적 임신으로 끝났고, 다른 정자를 사용한 세 번째 시도가 성공했다.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충격을 받았지만, 아들들에게 늘 서로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자 마음이 편했고 신이 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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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의 쌍둥이 아들 자크와 레오 

3년 반이 지난 지금, 일주일에 4일을 일하는 미카는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어렵지만, 절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우리 세 명 모두는 훨씬 더 차분하고 감정 조절이 더 쉬운 단계에 이르렀다!”

우리가 만나 본 모든 여성들은 자신의 선택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리브는 아들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아들에게 설명할 생각을 해도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이해할 수 있을 때가 되면 바로 말해줄 거라고 한다. “아들이 남들과 다르다고 느끼길 원하지 않고 사실대로 알려주고 싶다. 아들은 사랑으로 태어났다. 어느 친절한 덴마크 남성이 내게 최고의 선물을 준 것이다.”

미카는 벌써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 단어들을 사용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증 임신 네트워크(Donor Conception Network)의 책과 이야기들을 가지고 자신이 어떻게 임신했는지 설명했다. 이 네트워크는 멜, 미카, 리브 같은 어머니들이 아이들이 나이가 들었을 때 설명하며 사용할 ‘우리의 이야기’(Our Story)라는 책을 만들었다. “내 아들들은 전부 다 이해하기엔 아직 너무 어리지만, 최소한 기증이라는 단어는 꼭 이해해야 하고, ‘아빠’가 없어도 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

자신의 경험을 블로그 ‘황새와 나’(The Stork And I)에 올리는 멜도 ‘우리의 이야기’를 활용하려 한다. 본인 역시 자신의 딸이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해 줄 수 있는 이야기책을 만드는 중이다. “특정 나이가 되었을 때 알려주는 사실이라기보다는 자라면서 알게 될 기준이고, 커가면서 조금씩 더 자세히 설명해 줄 것이다.”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멜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첫 아이를 가진 거의 모든 엄마들처럼, “우리의 유대감은 내가 이제까지는 몰랐던 것”이라고 말한다.

*허프포스트영국판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