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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는 신용카드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제로페이가 성공하려면 ‘소득공제 40%’ 말고 다른 답을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 백승호
  • 입력 2018.12.28 14:41
  • 수정 2018.12.28 14:42

수수료 0%, 제로페이

 

지난 12월 20일부터 ‘제로페이’ 시범운영이 시작됐다. 제로페이는 카드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은행과 민간 간편결제 사업자가 내놓은 결제서비스로 소상공인이 부담하는 수수료율이 0~0.5%에 불과하다.

제로페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후속책으로 마련됐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달 26일,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카드 수수료 개편안을 내놓은 데 이어 아예 부담을 제로로 줄인 결제시스템을 대안으로 제공한 셈이다.

시범운영 첫날, 현장에는 혼란과 아쉬움이 가득했다. 결제방법을 모르는 가맹점 점원도 있었고, 큐알 코드를 아직 받지 못해 결제가 안되는 가맹점도 있었다. 제로페이 연동 앱에는 가맹점을 알려주는 기능이 없어 가게 문밖에 제로페이 가맹점임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으면 가맹 여부를 직접 물어봐야 했다. 아직 도입 초기라 운영이 미숙한 탓이다. 다만 이용에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앞으로 계속 절차를 개선한다면 불편함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유인책도 마련했다.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연말정산에서 사용액의 40%*를 소득공제로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기존 신용카드의 공제 혜택은 15%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공제범위가 늘어난 결과 실제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어느 정도일까? 서울시는 이를 ’47만원’으로 소개했다.

*근로소득자를 계산으로 총급여액의 25%를 초과하는 범위에서 공제한다. 공제율은 신용카드 15%, 체크(직불, 현금영수증 등 포함) 30%, 제로페이 40%다. 공제 한도는 총급여액 7천만원 이하 최대 연 300만원(또는 총급여액의 20%), 1억 2천만원 이하 연 250만원, 1억 2천만원 초과 연 200만원이다.

 

소비자 혜택은 정말 47만원?

그런데 한국경제가 운영하는 ‘뉴스래빗’은 지난 26일 기사를 통해 제로페이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제로페이 사용처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제대로 안 내도 되지 않는 데다가 서울시가 내건 ‘연말 소득공제 + 47만원’의 조건을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서울시는 제로페이를 이용해 47만원을 더 받기 위한 조건을 홍보물 아래 작은 글씨로 써놨는데 이 조건은 ”연봉 5000만원 직장인이 제로페이로 2500만원을 사용”할 경우였다. 뉴스래빗 측은 ” ’47만원‘은 적지 않은 벌이를 가진 사람이 한 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제로페이로‘만’ 썼을 때 공제되는 추가 금액”이라며 ”사용자가 가맹점 위치를 파악할 수 없는 현재 상태에서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예시, ‘과장 광고’라 해도 지나침이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이득을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총급여 3000만원의 근로소득자가 제로페이를 통해 1500만원을 지출한 경우에는 약 28만원을 추가로 환급받게 된다. 2017 근로소득자 평균임금이 3519만원이고 경제활동인구 1인당 카드 사용액은 약 1900만원*이다. 이를 통해 추정해볼 때 평균 수준의 근로소득자가 ‘모든 지출을 제로페이로 사용할 경우’ 연간 33만원 가량을 추가 환급받게 된다.

*현금서비스 제외한 개인금액 기준, 2017년 연도별 신용카드 이용실적을 이용한 추정치

 

소득공제 높아지면 이용률 높아질까?

그렇다면 이 33만원은 과연 소비자를 신용카드에 제로페이로 유인할 수 있을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작성한 리포트를 살펴보면 답을 엿볼 수 있다.

올 9월에 발간된 ’2018 조세특례 심층평가′ 자료에 따르면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전반적인 소비/지출에 영향을 미쳤나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 중 61.2%는 ”변화가 없었다”고 답했다. 또 체크카드처럼 더 높은 공제율을 제공하는 결제 수단이 등장했을 때 신용카드 이용에 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50.1%가 변화가 없었다고 답했다.

 

또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50.9%가 결제의 편리성을 꼽았고 41%는 신용카드 마일리지 혜택을 들었다. 소득공제 혜택을 이유로 든 사람은 31.2%에 불과했다.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소비자의 관성이 만만치 않다는 대목이다. 신용카드와 사용방법이 거의 동일한 체크카드가 등장함에도 신용카드 사용을 고수하는 사람이 절반이나 되는 점을 볼 때 제로페이가 높은 소득공제를 제공한다고 해도 상당수의 사용자는 기존에 하던대로 신용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이유로 사용자의 41%가 답한 ‘신용카드 혜택’도 주목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카드 이용자는 연회비로 8000억원을 내면 4조5000억원의 혜택을 누린다”고 말한 바 있다. 신용카드 사용 자체로 소비자가 얻는 혜택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제로페이의 ’33만원 혜택‘을 온전히 33만원으로 보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제로페이가 내세운 ‘연말정산’의 유리함을 신용카드의 혜택이 상쇄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신용카드와 다른 방식으로 결제해야 하는 제로페이를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제로페이와 비슷했던 전통시장 활성화

 

제로페이의 맹점은 또 있다. 정부가 내건 ‘소득공제 40%’가 소상공인(상시근로자 수 5인 미만 ) 가맹점에만 해당한단 점이다.

정부는 과거에도 비슷한 유인책을 내놓은 적이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전통시장 활성화를 명목으로 전통시장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은 15%가 아닌 30%가 소득공제됐다. 이 공제율은 2018년에 40%로 상향됐다.

 

결과는 어땠을까? 매출로만 따져보자면 정책 도입 이후 전통시장의 일평균 매출액은 소폭 늘었다. 도입 첫해에는 전년보다 478만원 감소한 4502만원을 기록했고 2013년에도 줄어들었지만 2014년부터 반등해 2016년에는 5000만원에 육박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전통시장 매출 증가가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효과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2017년 기준 전통시장에서의 신용카드 이용률은 6.7%에 불과하다. 여전히 현금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조세재정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5.6%가 전통시장에서 결제할 경우 소득공제가 추가로 된다고 알고 있었으나 응답자의 61.3%는 추가 소득공제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 사용에 변화가 없었다고 답했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상생을 유도하겠다며 제시한 ‘추가 소득공제 40%‘는 아직 효과적인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를 절감하고 소비자에게도 세제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내세운 제로페이가 신용카드라는 관성을 이겨내고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어쩌면 ‘소득공제 40%’ 말고 다른 답을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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