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12월 27일 18시 10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2월 27일 18시 10분 KST

중국 자동차 시장은 '기회의 땅'이었다. 지금은 '재앙'이 됐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올해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STR via Getty Images

16년 전인 2002년 12월, 연합뉴스에는 ”향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최대 격전장이 될 중국시장”을 전망하는 기사가 실렸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중국은 자동차 분야에서 최근들어 높은 성장을 지속, 지난해 233만대를 생산해 세계 8위 생산국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승용차 대중화와 중서부 지역 대개발 등에 힘입어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2002년 12월2일)

며칠 뒤에는 ”중국의 자동차 시장이 현재의 절반 정도 속도로 성장하더라도 3년 내에 세계 2위 규모로 변모할 것”이라는 전망이 뒤를 이었다.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적어도, 한동안은 그런 것처럼 보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지 업체들과 합작회사를 세웠고, 대규모 공장을 짓고 생산라인을 확장했으며,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중국은 단숨에 세계 최대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도약했다. 압도적인 1위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았던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최근 중국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대규모 시설 투자를 단행했던 자동차 업체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는 내용이다. 

상황이 너무 나빠져서 푸조의 한 공장에서는 숙련직 노동자들이 바닥을 닦거나 직장 내 중국 공산당 정치 스터디를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직원들에 따르면 한 포드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의 조업이 한 달에 며칠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제 이 자동차 업체들은 고통스러운 딜레마를 마주하고 있다. 그 막대한 투자들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죽어가는 공장들을 살려내기 위해 이 불확실한 시기에 핵심 시장에 오히려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지 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 12월25일)

보도에 따르면 한 푸조 우한 공장 직원은 한 온라인 포럼에 올린 글에서 노동자들이 담장 페인트칠을 하거나 ”사상 교육”을 받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적었다. WSJ은 ”그들은 4개 공장 중 2개가 10월부터 가동 중단된 상태이며, 나머지 두 개도 부분적으로만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China Stringer Network / Reuters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건 괜찮아 보였다.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14% 늘어난 2800만대를 기록했다. 두 자릿수 성장이 계속된 것이다. 그러나 2017년이 되자 판매량은 고작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8년 11월까지의 통계는 더 충격적이다. 오히려 2% 줄어든 것이다.

″돌아보면, (공장을 더 짓는 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었다.” UBS의 자동차 애널리스트 폴 공이 WSJ에 말했다. 그를 비롯한 다른 애널리스트들은 ‘광란의 시기’를 거치는 동안 자동차 업체들은 성장이 무한정 계속될 것이고, 성장은 쉽게 달성될 것이라고 여기며 자만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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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에 위치한 포드 공장에서 일하는 한 기술자는 ”우리는 너무 빨리, 너무 많이 확장했다”고 털어놨다. 포드는 2016년에 중국에서 127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17년에는 판매량이 6% 감소했다. 올해 11월까지는 69만5028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고 WSJ는 전했다. 

포드는 지난해 하얼빈에 중국 내 여섯번째 공장을 지었다. 중국 합작회사와 함께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 포드가 1년 동안 중국에서 만들 수 있는 자동차 대수(캐파)는 160만대로 늘어났다. 100만대 가까운 생산능력이 남아도는 셈이다.

현대자동차도 비슷하다. 중국에 처음 진출하면서 세웠던 베이징 1공장은 심심치 않게 ‘오버캐파(공급과잉)’ 등에 따른 철수설에 휘말려왔다.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기아차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중국 내 생산능력은 연 270만대에 달하지만 2017년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량은 114만여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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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자동차 시장이 역성장한 가장 최근의 사례를 찾으려면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제, 2018년이 바로 그 해가 될지도 모른다.

지난달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산업협력사 우웨이 처장은 올해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턱대고 생산 능력을 늘릴 필요는 없다.”

자동차 산업은 그동안 중국의 기록적인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던 주역으로 꼽힌다. 중국은 곧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이기도 했다. 뜨거웠던 시절이 저물고 서서히 겨울이 오고 있다. 그나마 덜 춥고, 짧은 겨울이기를 바래야 할 뿐이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