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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위험의 외주화 막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공개토론’이 필요하다며 법 통과에 제동을 걸었다

  • 백승호
  • 입력 2018.12.27 14:25
  • 수정 2018.12.27 14:39

김용균씨는?

김용균씨는 태안화력발전소의 현장설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한국발전기술은 김씨의 첫직장이었다. 그는 1년을 근무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조건으로 계약한 뒤 일했다. 그리고 12월 11일, 김씨는 밤새 일을 하다 기계에 끼여 숨졌다.

 

 

김씨의 죽음 이후, 그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지적이 계속됐다. 비용절감을 위해 하청업체에 일을 맡기고 위험한 업무까지 같이 외주를 주는 산업구조가 참변을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다.

실제 김씨의 동료들도 ‘한국서부발전이 낮은 단가를 제시한 하청업체에 일을 맡겼고, 적은 돈을 받고 사업을 따낸 하청업체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2인 1조 근무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가 벌어졌다’고 말을 한다.

김씨의 동료 한모씨는 “컨베이어벨트가 힘이 세니까 기계에 몸이 달려가는 일이 종종 있는데, 2인1조로 일하면 안전 스위치가 있어서 다른 동료가 줄을 당기면 기계가 멈춘다”며 “순찰할 때 한 사람씩만 들어간 게 문제”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장도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안전사고와 중대 재해를 예방하고 책임을 져야 할 사용자의 의무까지도 하청업체로 외주시키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원청 사업주는 하청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에 관해 더 이상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용균씨의 죽음 이후 국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비롯해 산업 현장의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논의를 재개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내용은?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안은 이번 사고로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이미 올 2월에 고용노동부가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의 내용은 이 법이 보호하는 대상을 ‘근로자‘에서 택배기사나 배달원까지 포함할 수 있는 ‘일하는 사람’으로 바꾸는 것, 위험한 작업을 외주화한 원청에 대해 사고예방 책임을 강화하고 또 위험 발생이 높은 작업에 대해 외주화를 금지하는 것, 안전조처 미비로 사고 발생시 원청이 하청업체와 동일하게 처벌을 받는 것,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노동자에게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분명히 하는 것 등이었다.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자 재계는 반발했다. 경미한 안전·보건조치 위반에 따른 사망사고까지 하한의 징역형을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개정안은 수정됐다. 정부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 하한선을 빼고 하도급을 금지하는 ‘위험작업’에 대한 예외조항을 신설했다. 재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었다. 수정된 내용은 지난 10월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김씨의 사고 이후 이 산업안전보건법이 다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여야는 이달 21일, 임시국회 회기 내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여야는 마찰을 빚었다. 몇 가지 쟁점, 원청 사업주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 확대, 사고 발생 시 원청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 , 사내하도급 전면 금지 범위 확대 등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자유한국당은 27일, 본회의를 바로 앞두고 ‘공개토론’이 필요하다며 법 통과에 제동을 걸었다. 한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이 이번 본회의에는 올리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합의를 보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연내 통과는 무산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의 반대 이유는?

자유한국당은 법안 통과를 가로막은 이유에 대해 ‘산안법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산안법이 이대로 가게 되면 대한민국 산업계 전체를 민주노총이 장악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원청의 책임이 무한정 확대되면 기업 경영 존립 기반이 와해된다”고 말했고 또 다른 자유한국당 관계자도 “한국당에서 못 받을 내용이 이미 합의된 내용 안에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김용균씨의 사망을 보며 정말 안타까운 죽음이고 다시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법조문이 굉장히 많아 환노위에서 제대로 검토해 합의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며 “그동안 강사법과 근로시간 단축법을 합의해줬는데 잘못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는 것을 많이 봐왔다”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자유한국당은 재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봐야 하니 속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법안의 반대가 아닌 ‘공개토론’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기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환노위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공개토론 주장에 대해 “정부가 지난 2월 입법예고를 하고 11월 산안법 전부개정안을 내기까지 수십차례 의견을 듣고, 공청회도 했다”며 “합의가 안 되는 쟁점도 아닌데 다시 토론회나 공청회를 하자는 것은 쟁점을 다시 원래대로 돌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외 다른 야당도 비슷한 입장이다. 환노위 간사인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그간 한국당 의원들이 문제제기했던 건 다 해소시키고 보완했는데, 왜 이제 와서 다시 공개토론을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야 3당 환노위 간사들과 정책위 의장은 27일 오후 3시경에 다시 모여 김용균법의 쟁점 사항을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 일정은 연기됐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여야 간 최종적으로 조율을 다시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국회 일정을 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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