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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도연의 통일부 차관 인터뷰가 '꿀팁정보페이지'에 올라오게 된 과정

정부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해도 될까?

  • 박세회
  • 입력 2018.12.26 18:11
  • 수정 2018.12.26 18:14
ⓒ페이스북 캡처

지난 12월 24일 보통은 꿀팁을 찾으러 들어가는 ‘꿀팁정보특공대’ 페이지에 코미디언 장도연 씨가 통일부 차관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자세히 보면 ‘영화천국’이라는 페이지에 올라온 영상을 꿀팁정보특공대에서 다시 공유했다. 

영상은 장도연 씨가 통일부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들을 읽어주고 천해성 차관이 이 댓글들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설명을 하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의 영상이 ‘꿀팁정보특공대’에 올라왔다는 점이 의아하다. 통일에 꿀팁은 없다. 

해시태그로 ‘#장도연의롱터뷰‘를 검색하면 ‘마이웨이 너무 사랑해‘, ‘군대나무 숲‘,  ‘뷰티놀이터‘, ‘위로를 전하는 이슈’, ‘웃긴형님’ 등 인터뷰의 내용과는 동떨어진 페이지들이 검색된다. 올라온 시기 역시 12월 20일부터 24일 사이로 비슷했다. 

ⓒ페이스북 캡처

바이럴 문구가 똑같다는 점 역시 의심을 샀다. 여러 페이지들이 ”장도연 기차 타고 북한 가나요?ㅋㅋㅋ”라는 문구를 게시글에 올렸다. 게시글의 문구가 똑같은 경우는 누군가가 한꺼번에 뿌렸거나 한 명이 쓴 걸 베꼈다는 얘기다. 

확인결과 해당 영상은 소셜미디어 채널 ‘대한민국 정부‘의 국민 소통을 담당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부서에서 기획한 것으로 광고 대행 업체 A 쪽에 제작부터 배포까지를 총괄해 맡겼다. 이 업체가 제시한 배포의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요새 유행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었던 것이다. 팔로워가 많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돈을 주고 콘텐츠를 퍼뜨리는 방식이다. 

법적인 문제는 없다. 그러나 정부 부처의 정책을 알리는 방식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과연 효과적인지에는 물음표가 뜬다. 

문화체육관광부 쪽 관계자는 ”대행사로부터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효과적이라는 제안을 받아 진행한 것”이라며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영상이 퍼지는 최종 채널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확인해보니 영상의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채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인플루언서 채널을 처음 활용해 보았는데 정부 부처의 홍보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내리기로 결론 지었다”고 밝혔다.  

팔로워가 10만 단위를 넘어가는 인플루언서 채널(페이스북 페이지)은 보통 수십 혹은 수백개를 회원 형태로 묶어 대행 업체에서 관리한다. 이 대행 업체가 광고주나 기획사로부터 컨텐츠를 받아 페이지 뷰당의 가격을 책정해 각 채널(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들)에 뿌린다. 이런 생리 때문에 말단 채널들이 자극적인 문구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채널의 평소 게시글이 정부의 시책 방향과 동떨어져 있거나 지나치게 저열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롱터뷰가 올라간 페이지 중 하나에는 욕설과 성적인 농담이 난무한다. 모두 광고주 입장에서는 리스크다. 

광고의 제작과 집행을 담당한 A사 쪽 관계자는 ”이런 경우를 막기 위해 영상이 올라간 후 댓글 등을 계속 모니터링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오늘의 교훈 : 정부 부처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는 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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