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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흑인이 뉴욕 고급 아파트에서 백인 이웃에게 당한 인종차별 (영상)

흑인들은 평범한 일상에서 이렇게 불쑥 인종차별을 겪곤 한다.

  • 허완
  • 입력 2018.12.26 16:27
  • 수정 2018.12.26 16:31
ⓒTwitter/ChikaO_13

‘뉴욕의 청담동’으로 불리는 미국 뉴욕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Upper East Side)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치카 오카포(29)는 지난주 수요일 아파트 로비에서 앱으로 호출한 리프트(Lyft) 차량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사 송년 파티에 가려던 참이었다.

그에게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이었다. 한 이웃 주민이 갑자기 다가와 말을 걸기 전까지는 말이다.

″내 빌딩에서 뭐하는 거요?” 한 백인 중년 남성이 물었다. ”여기 안 살잖아요.” 그가 일면식도 없으면서 그렇게 무례한 질문을 할 만한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으로 보였다. 오카포와 그의 친구가 흑인이라는 것을 빼면.

스포츠 매체 블리처리포트에서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는 오카포는 이 신원미상의 백인 남성으로부터 겪은 일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함께 있던 친구가 촬영한 영상이다.

이 사건은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해 미국 언론에 보도됐다.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은 5일 만에 140만건 넘게 조회됐다.

이 남성은 소셜미디어에서 ‘복도의 해리(Hallway Harry)’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건이 벌어진 장소(복도)와 전형적인 백인 이름(해리)을 조합한 것이다.

보다시피, 그는 내가 누구이고 내가 어디에 사는지 자신이 알아야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그건 그저 자기가 그곳에 27년 동안 살았기 때문이다.

이 오만함은 끔찍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놀랍지는 않았다. 유색인종 사람들은 이런 식의 행동에 의한 피해자가 되는 일을 너무 많이 겪어왔기 때문이다. 사건 영상을 보라. 

  

″전에 당신을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영상에 따르면 백인 남성은 항의하는 오카포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여기 27년을 살았어.”

영상을 촬영하고 있던 친구가 거듭 ”그는 여기에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 백인 남성은 거꾸로 ”어느 아파트에 살고 있느냐”고 묻는다. 

″(로비에서 뭘 하든) 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잖아요? 여기 건물주세요?” 오카포가 따져묻자 이 백인 남성은 ”상관이 있다. 내가 여기에서 27년을 살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어젯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인종 프로파일링을 당했다. 내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살고 있는 아파트 1층에서 친구 카시우스 플레밍과 함께 리프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남자가 나한테 어디 사느냐고 나를 추궁했다.

 

오카포는 ”모욕을 당한 느낌이었다”고 NYT에 말했다. ”나는 모독을 당했다고 느꼈다. 내가 느끼기에 그의 행동은 첫째, 우리가 유색인종이어서 그들의 안전에 위협이 되며, 둘째, 우리 같은 유색인종은 이런 (고급) 아파트에 살 능력이 안 된다는 뜻으로 비춰졌다.”

NYT는 백인들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흑인들을 경찰에 신고한 사례가 올해 수도 없이 많다고 짚었다.

소셜미디어에서 ”복도의 해리”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신원 미상의 남성은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한 공원에서 고기를 굽고 있던 흑인 남성 두 명을 경찰에 신고했던 “BBQ 베키(*Becky; 백인 여성을 뜻하는 은어)”, 샌프란시스코에서 ”허가 없이 불법적으로 물을 팔고 있다”며 8세 흑인 소녀를 신고한 ”퍼밋 패티(Permit PattY)”, 그리고 이곳 뉴욕의 브루클린의 식료품점에서 자신을 더듬었다는 틀린 진술과 함께 흑인 소년을 경찰에 신고했던 ”코너스토어 캐롤린(Cornerstore Caroline)”의 뒤를 잇는다. (뉴욕타임스 12월24일)

그밖에도 필라델피아에서는 스타벅스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흑인 2명이 ‘무단 침입’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켄터키주의 한 식당에서는 한 무리의 손님들이 ”우리는 흑인에게 팁을 안 준다”는 모욕적인 글을 냅킨에 남긴 일도 있었다. 

조지아주에서 백인 어린이들을 돌보던 흑인 베이비시터는 힌 백인 여성에 의해 경찰에 신고됐고, 세인트루이스의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흑인은 백인 관리인으로부터 ”여기 사느냐”, ”아파트 (현관) 전자키는 가지고 있느냐”는 추궁을 받았다.

기숙사 거실에서 잠든 예일대 흑인 학생은 다른 백인 학생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마주해야만 했고, 캘리포니아주에서 에어비앤비 숙박을 마치고 체크아웃하던 흑인들은 이웃 주민으로 보이는 ”나이 많은 백인 여성”의 신고로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으로부터 심문을 당하기도 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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