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12월 26일 13시 49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2월 26일 14시 14분 KST

태국이 의료용 마리화나(대마)를 아시아 최초로 합법한 이유

태국은 마리화나를 의약품으로 활용해 온 오랜 전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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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이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의료용 마리화나(대마)를 전면 합법화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태국 군부가 임명한 과도 의회는 25일 회의를 열어 1979년 제정된 마약법에 대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의료 목적으로 마리화나를 사용하고 관련 연구를 벌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마약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가혹하게 처벌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500그램 이상의 마리화나를 소지하는 이들을 마약상으로 간주하며, 최대 사형에 처한다. 말레이시아 역시 200그램 이상을 소지한 이들을 마약상으로 보고 무조건 사형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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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는 1930년대까지만 해도 고통 완화 등을 위해 마리화나를 사용하는 전통 요법이 널리 퍼져있었다. 그러나 마리화나 사용은 물론 관련 연구가 법으로 엄격히 금지되면서 이같은 전통은 계승되거나 산업화 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외국계 거대 제약회사들이 의료용 마리화나 관련 제품의 특허를 신청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현지 언론 ‘더네이션’의 지난 11월 보도를 보면, 태국 특허청(IPD)에 10여건의 마리화나 관련 의약품 특허 신청이 접수됐는데 이는 모두 외국계 업체들에 의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해외 거대 제약업체들이 관련 시장을 독점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허청은 관련 특허 신청을 받아 검토중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비난 대상이 됐다. ”마리화나 의약품 특허 등록 신청을 검토함으로써 다국적 제약 재벌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고의적으로 법적 책무를 방기했다”는 것. 

자국 연구자와 제약회사들의 발이 묶인 상황에서 외국계 거대 제약회사들이 관련 시장을 선점하고, 더 나아가 이 업체들이 의료용 대마를 비싸게 판매할 수 있다는 우려가 거세졌다. 시민단체들은 특허청에 특허 신청 내역을 모두 공개하고 관련 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랭싯통합의료연구소 소장 판테프 푸아퐁판은 ”타이 사람들은 많은 전통 의약품에 대마를 사용하는 방법을 수백년 동안 배웠다”며 ”의료적 처방을 한 대마 사용은 모두에게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태국은 한 때 세계 최고 품질의 마리화나를 수출하는 국가로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태국에 주둔했던 미군을 통해 값싸고 질 좋은 태국산 마리화나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 아시아 전문 매거진 ‘디플로맷‘은 지난 4월 ‘전설의’ 태국산 마리화나를 이렇게 소개했다.

태국산 마리화나는 1960년대에 군 우편국을 통해 처음 미국에 알려졌다. 태국산 마리화나와 대부분의 베트남산 및 캄보디아산의 차이는 마치 욕조에서 마시는 옥수수 위스키와 싱글 몰트 위스키의 차이와도 같았다. 1967년, 미국 마약단속국의 한 요원은 태국산 마리화나를 ”마리화나 세계에서 쿠바산 시가와도 같다”고 표현했다. (디플로맷 4월30일)

태국산 마리화나에 대한 해외 수요가 급증하면서 1970년대와 1980년대에 태국 북동부 이산(Isan)의 메콩강 인근 지역에서는 마리화나 재배 붐이 일기도 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태국이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 하자 곧 기호용(오락용) 마리화나 합법화도 멀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캐나다와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마리화나 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린 러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때 세계 최대 마리화나 수출국 중 하나였던 태국은 마리화나 재배에 있어 최적의 기후와 전통적 노하우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여건이 마련되면 유력한 수출 품목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국가입법회의가 정부와 타이 시민들에게 주는 새해 선물이다.” 의회 법안 심사위원회 위원장이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한 말이다.

한편 의료용 마리화나는 아르헨티나, 호주, 칠레, 콜롬비아를 비롯해 30여개 국가에서 허용되고 있다. 지난달 영국도 의료용 마리화나 처방을 합법화했다.

한국은 정부가 지정하는 특정 성분에 한해 매우 제한적으로 의료용 처방이 허용됐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