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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4일 11시 21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2월 24일 11시 32분 KST

스카이캐슬 팬들이 염정아와 이태란으로 편을 갈라 싸우는 게 이 드라마의 주제다

JTBC의 최고 시청률을 갈아 치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JTBC

JTBC의 드라마 ‘SKY 캐슬’의 시청률이 11%를 넘겼다. 지난 토요일(22일)에 방영한 10회가 11.3%(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조금 있으면  JTBC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관심이 모이는 곳에 다툼이 있다. 학부모들이 많기로 유명한 ’82쿡’ 게시판과 방송 시청자들의 실시간 대화가 올라오는 네이버 ‘토크’의 반응을 보면 격론이 오간다. 

크게 이수임(이태란 분) 파와 한서진(염정아 분) 파로 나뉘는데 그 어느쪽의 말을 들어도 공감이 간다.

이수임과 한서진의 싸움

9화와 10화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장 중요한 장면은 이수임이 박영재 가족의 이야기를 소설로 쓸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주민투표가 벌어지면 현장에서 나왔다. 약 200명의 주민이 모여 이수임 한 명에게 따지는 모양새를 취하는 이 장면은 집단 린치를 연상케 한다. 

힘의 구도나 정의로 따지면 이수임에게 동정이 쏠려야 마땅한 장면이지만 작가는 밸런스를 맞춘다. 잠시 복기하면, 이수임은 스카이캐슬의 주민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한서진에게 ”없는 사람 심정 누구보다 잘 알잖아. 등록금 없어 힘들어하던 시절 잊었냐. 선지 팔던...”이라며 한서진이 가장 숨기고 싶어하는 과거를 폭로하고 만다. 

한서진은 이에 “그래. 나 선지 팔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내 아버지가 도축장 옆에서 부산물 가게를 하셨으니까. 차라리 곽미향이라고 부르지 그랬니”라고 체념한 듯 말했다.

한서진을 이해하는 쪽의 입장은 이렇다. 

″터트리고 사과하는 이태란이 더 싫어지고 오히려 딸과 남편에게 공격받는 염정아가 조금 불쌍해 보인다.”

″그런 사람 있잖아요. 자기앤 전교1등인데 성적 바닥치는 아이 엄마한테 ‘애 들볶지 마. 공부 다 소용없어’ 뭐 이런소리 하는 타입이요. 자기 남편은 월수 몇천에 겁나 가정적인데 실업자 남편 둔 여자한테 그래도 ‘너희 남편한테 잘해’ 뭐 이런 식.”

″누구나 자기처럼 멘탈이 강하고 건전한 것은 아니고 당연히 부모를 부끄럽게 여길 수 있는데, 거기다 그딴 소리 하면서 남이 듣기 싫어하는 ‘선지 선지’ 하는 거..착한 척 하면서 남 엿먹이는 행동.”

″저 혼자 착한 척 정의로운 척. 남의 약점 들춰내며 혼자 이익 챙기려는 혼자만 착한 척하는 이기주의자 정말 싫네요.”

″학창시절부터 학대당하고 공부도 못하게 하는 가정에서 갖은 고생은 다 했지만 이수임에게 아버지가 창피하냐고 비꼬는 소릴 듣고도 진짜 속사정을 말하지 않는다. 신분세탁 관련해서도 비굴하게 변명하며 말하지 말아 달라고 빌지도 않는다.”

이수임에게 정의가 있다고 생각하는 쪽의 입장은 이렇다.

″못돼먹고 뒤틀린 집단 광기 속에서 유일하게 온전한 정신 갖춘 캐릭터.”

″이태란 반감글 보니까 이태란이 싫은 게 아니고 정의가 싫으신 것 같아요.”

″이태란이 흥분해서 염정아 과거 폭로한 건 욕 먹을 짓인 거라 쳐요. 그렇다면 이태란이 재혼이고 계모란 사실을 폭로한 염정아는요?”

″염정아는 못된 짓 해도 안 만만하고, 이태란은 만만하니 난리인 거죠. 현실에서 주위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일 거예요. 느끼는 이에게 비굴하고, 약자라 아래로 보려는 사람을 밟으려는 심보.”

″염정아씨 연기는 신들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분들이 현혹되신 듯.”

이수임 vs 한서진

이수임과 한서진의 캐릭터를 대척점으로 둔 작가는 20화 내내 이 균형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임에게 동정이 쏠리는 구도가 만들어지면 이수임의 ‘정의’ 내지는 선함이 얼마나 얄팍하고 가벼운지를 보여줄 것이고, 한서진에게 동정이 쏠리려는 순간이 오면 실재 그녀의 행동이 얼마나 악한지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에서 이수임이 집단이기주의의 피해자가 될 상황에서 하는 실수를 가장한 폭로가 바로 이 작가가 밸런스를 맞추는 전형적인 방식을 보여준다. 학종 시대, 약육 강식, 결과의 세계를 대표하는 한서진의 캐릭터와 선한 교육, 정의, 가치의 세계를 대표하는 이수임의 캐릭터가 마지막까지 하는 줄타기가 이 드라마의 주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