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12월 20일 14시 06분 KST

살인범에게 연애편지를 보내는 여성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표면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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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주의 유전 기사 크리스 와츠(33)은 지역 TV를 통해 처음으로 널리 존재를 알렸다. 햇볕에 잘 그을린 피부와 탄탄한 몸매를 지닌 그는 괴로운 표정으로 카메라를 보며 가족들에게 제발 집으로 돌아오라고 빌었다.

그의 임신한 아내와 두 딸이 사라진 것이다.

하루만에 그는 수갑을 찼다. 경찰은 그의 고용주 소유 유전에 가매장된 그의 아내 섀넌 와츠(34)을 발견했다. 근처의 기름 탱크에는 그의 두 딸 벨라(40)와 셀레스트(3)의 시체가 떠 있었다.

가정내 살인 사건은 흔히 일어나며, 오랫동안 전국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달랐다. 타블로이드 센세이션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자신의 모든 행동을 소셜 미디어에 기록했던 예쁜 엄마. 실종. 임신. 그리고 잔혹하고 납득이 가지 않는 범죄.

인스타그램에서 완벽해 보일 젊은 백인 가족이었다는 점 역시 작용했다.

크리스 와츠는 결국 3건의 살인을 인정하고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사건이 완료되자, 지방검사는 정보 공개법에 따라 이 사건에 관련된 수천 페이지 분량의 서류들을 공개했다. 대부분은 일반적인 것들이었다. 범죄 현장 사진, 증인 인터뷰, 문자 메시지 복사본 등이었다.

그러나 좀 특이한 것들이 있었다. 와츠가 재판을 기다리며 수감되어 있던 동안 배달된 러브레터들이었다. 먼 곳에서 지켜보는 일부 여성들에겐 와츠는 멋진 남성, 사귀고 싶은 사람이었다.

“당신을 너무너무 알고 싶어요. 농담이 아니에요.” 콜로라도주의 39세 여성이 보낸 편지다. “당신이 뉴스에 나온 이후 문자 그대로 매일 당신을 생각하고 있어요.” 다음 편지에서는 와츠가 답장을 보내준다면 자신은 “현존하는 가장 행복한 여성”이 될 거라고 썼다. 편지 마지막에는 #TEAMCHRIS, #CHRISISINNOCENT, #LOVEHIM, #SOOOOCUTE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표면상으로는 폭력적인 범죄를 저지른 것만으로 유명해진 남성에게 반하는 여성이 있다는 걸 이해하기가 어렵다. 특히 자기 가족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람인데 말이다. 그런데도, 그런 여성들이 나온다.

 

악명에 이끌리다

수감된 살인자에게 여성들이 반하는 현상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테드 번디, 존 웨인 게이시 등 악명 높은 연쇄 살인범들은 여성 그루피들을 끌었다. 찰스 맨슨은 십대 때부터 교도소로 편지를 보내온 여성과 약혼했다.

최근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학교의 총기난사범 니콜라스 크루즈에게도 러브레터가 쏟아졌다.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시리즈 ‘살인자 만들기’(Making a Murderer)에 등장하는, 테레사 홀백 살인 혐의를 받은 스티븐 에이버리도 마찬가지였다. 2015년에 교회에서 흑인 신도 9명을 학살한 백인 우월주의자 딜런 루프와 편지를 주고받던 여성이 바 공격 계획을 짜다 체포된 일이 2018년 12월에 발생했다.

그러나 허프포스트가 자문을 구한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가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화를 다룬 범죄물(true crime)에 대한 대중의 사랑과 소셜 미디어의 등장이 원인이다.

“미국인들은 언제나 셀러브리티들을 숭배해 왔다. 과거에는 영화 배우들만이 그 대상이었다. 지금은 심지어 살인까지 포함해 뭔가 특이한 일을 한 사람은 전부 셀러브리티가 된다.” ‘살인하는 남성을 사랑하는 여성들’(Women Who Love Men Who Kill)이란 책에서 살인자들에게 집착하는 여성들을 인터뷰한 셰일라 아이센버그의 말이다.

이것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트루 크라임 그루피들이 모여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페이스북이다. 와츠 살인 사건에 대한 한 페이지는 회원수가 19,000명이 넘는다. 최근 스레드에서는 와츠 사건이 영화화되면 라이언 고슬링과 제이크 질렌할 중 누가 와츠 역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즉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범죄자를 영웅으로 만들 수 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흔한 현상이 되었다.” 아이센버그의 말이다.

 

FACEBOOK

콜로라도주가 공개한 와츠에게 보낸 손으로 쓴 편지들 중에는 하트 그림이 있는 것들도 있었다. 많은 여성들이 이 사건 소식을 전해 듣고 그에게 불가해한 매력을 느꼈다고 적었다. 아이들을 죽이지 않았다는 주장을 믿는다는 여성들도 있었고(와츠는 처음에는 경찰에 아내가 아이들을 죽였다고 말했다), 어떻게 된 일이든 상관없다, 자세한 건 묻지 않겠다는 여성들도 있었다.

“나와 당신이 모르는 사이라는 건 알아요- 하지만 나는 당신과 당신 상황에 마음이 쓰여요. 억누를 수가 없어요. 필요한 게 있나요? 뭔가 보내줘도 될까요- 책이라든가?” 브루클린의 한 29세  여성은 줄이 쳐진 공책 종이에 깔끔한 글씨로 적은 편지를 보냈다. “꿋꿋하게 잘 버티세요. (나처럼) 당신을 아끼는 낯선 이들이 있다는 걸 알아주세요.”

그녀는 비키니를 입고 찍은 사진을 동봉했다.

“사건에 대해서는 절대 아무것도 묻지 않을게요.” 금융 범죄 때문에 투옥 중이라는 39세 여성의 편지다. “왠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어떻게 지내는지 신경이 쓰이네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있다는 것뿐이에요.”

살인자들에게 푹 빠진 여성들은 범죄를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판타지 연애 속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이 전했다. 와츠에게 보낸 편지의 애정어린 분위기와 와츠가 저지른 사건의 끔찍한 팩트는 기이한 대조를 이룬다.

부검 보고서에 의하면 와츠는 2~4분간 아내의 목을 졸라 천천히 죽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두 딸은 질식시켜 죽였다. 벨라(4)는 혀에 깨문 자국이, 입에 베인 자국이 있었다. 살려고 몸부림쳤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크리스 와츠가 가족을 죽인 이유는 그가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임신한 아내와 어린 두 딸이라는 짐 없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어서였다고 경찰은 믿고 있다. 섀넌 와츠는 남편이 소원해진 것을 느끼고 관계 개선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심지어 ‘꼭 안아줘요: 사랑의 삶을 위한 일곱 가지 대화’(Hold Me Tight: Seven Conversations for a Lifetime of Love)라는 책을 주기까지 했다.

경찰은 그 책을 쓰레기통에서 발견했다. 읽지 않은 듯했다.

 

이유를 이해하기

가공할 범죄로 투옥된 남성들에게 여성들이 끌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유명세를 원해서 그러는 경우도 있다고 아이센버그는 설명한다. 그들은 주목을 받고 싶고, 유명한 살인자와의 연애가 TV 인터뷰나 책 출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범죄를 보지 않는다. 그의 유명세를 본다. 의식적 수준에서 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그와 관련이 생기면 자기 이름도 신문에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데살레스 대학교의 범죄 과학 수사 심리학 교수 캐서린 램슬랜드는 남성이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는 사실에 여성이 성적으로 흥분을 느끼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고 한다. 이것을 하이브리스토필리아(hybristophilia)라 한다.

“폭력에 가까워진다는 자극적 요소가 있다.”

그러나 보살펴주고 싶다는 본능에 이끌리는 경우가 더 흔하다고 한다. 그들은 순진하게도 자신의 사랑으로 그런 남성을 고쳐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길들이고 싶어한다.

“특별한 관계를 맺어 이 남자를 바꾸고 구해줄 수 있다,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은 여성에게 힘을 준다.”

여러 여성들은 편지에서 크리스 와츠에게 잘 버티라고 말하며 그의 정신 상태를 걱정했다. 자신의 일상 생활과 관심사,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 팀 등을 자세히 적은 여성, 감정적 지원을 주겠다는 여성들도 있었다.

“당신의 얼굴은 솔직히 내가 본 중 가장 다정한 얼굴 중 하나에요. 나는 당신을 알지도 못하지만, 당신이 외롭다고 느끼지 않길 바라요.” 오스트레일리아의 35세 여성이 보낸 편지다.

‘나쁜 남자들: 그들과 사는 법, 그들을 떠나야 할 때’(Bad Boys: Why We Love Them, How to Live With Them and When to Leave Them)를 쓴 캘리포니아의 정신과 의사 캐롤 리버맨은 자신의 경험으로는 감옥에 있는 남성에게 연락하는 여성들은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과거에 학대를 경험한 여성들도 있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이 사랑받을 수 없다고 느낀다. 자신에게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남성을 만날 자격이 없다고 느껴, 살인자와의 특별한 관계를 택한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