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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0일 17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2월 20일 18시 17분 KST

김태우의 '민간인 불법사찰' 폭로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모든 논란의 시작은 그의 부적절한 경찰청 방문이었다

뉴스1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지난 19일 언론 브리핑에서 민간인 사찰 논란이 빚어질 수 있는 보고는 김태우 수사관이 누구의 지시도 없이 스스로 판단해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수사관이 직접 수행한 뒤 ‘윗선‘에 보고했다는 ‘민간인 불법사찰’ 리스트를 공개했다. 반면 청와대는 민간인 불법사찰 등 문제가 될 만한 문건은 김 수사관이 어떠한 지시도 받지 않은 채 스스로 생산한 문건이라며 반박했다.

자유한국당의 폭로와 이를 뒷받침하는 김 수사관의 언론 인터뷰, 그리고 이에 대한 청와대의 반박 등을 토대로 민간인 사찰 의혹의 내용과 주요 쟁점을 정리해봤다.

 

1.민간인 사찰 맞나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공개한 민간인 사찰 의혹 리스트를 보면, 김 수사관이 작성했다는 100여건의 첩보 보고서의 목록이 나온다. 여기에는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갈등‘과 ‘주 러시아 대사 내정자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금품수수 동향‘, ‘박근혜 친분 사업자, 부정청탁으로 공공기관 예산 수령’ 등이 나온다. 여기까지는 청와대 특별감찰반(특감반)의 업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목록 가운데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자살 동향‘과 ‘진보교수 전성인, 사감으로 VIP 비난‘, ‘고건 전 총리 장남, 비트코인 관련 사업 활동 중’ 등이다. 전 교수 등 이들 모두가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감반은 원래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 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 측근들을 감시하기 위해 꾸려진 조직이다. 검찰과 경찰에서 파견된 수사관이 고위 공직자의 동향이나 첩보를 수집해 보고하고 하명 감찰 등 업무를 수행한다.

특감반 업무 영역에 비춰볼 때,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김태우 수사관의 동향 및 첩보보고 목록에 민간 기업 경영진 가족이나 대학 교수 동향 등이 포함된 사실 자체는 부적절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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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불법 사찰 지시 여부

여기서 따져봐야 할 것은 그 책임 소재다. 김태우 수사관이 청와대 ‘윗선’의 지시에 따라 실제로 민간인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했다면, 이는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히는 사안이 될 수도 있다. 반면 김태우 수사관이 독자적 판단에 따라 움직였다면, 김 수사관은 도덕적 책임과 별도로 민간인 불법사찰에 따른 법적 책임까지 모두 뒤집어써야 한다.

이와 관련해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19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김 수사관 첩보 보고서 목록 가운데 1차로 확인된 10건의 처리 결과를 설명했다.

먼저 그는 10건의 보고 목록 중 자신이 보고받은 것은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갈등‘과 ‘주 러시아 대사 내정자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금품수수 동향‘, ‘박근혜 친분 사업자, 부정청탁으로 공공기관 예산 수령‘, ‘고건 전 총리 장남, 비트코인 관련 사업 활동 중’ 등 4건이 전부라고 밝혔다. 또 박 비서관 본인이 부적절한 보고라고 판단한 ‘고건 전 총리 장남 관련 문건’을 뺀 나머지 3건의 보고서는 정당한 특감반 업무활동 범위에 있다고 보고 이를 조국 민정수석한테까지 보고했다고 말했다.

반면 ‘코리아나 호텔 사장 배우자 관련‘과 ‘전성인 교수 관련’ 보고서 등 6건에 대해서는 ”과거 정부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 결과”라거나 ”신뢰도가 낮다” ”언론 사찰 여지가 있다”등 이유로 폐기된 보고서라고 덧붙였다. 민간인 사찰 논란이 빚어질 수 있는 보고는 김 수사관이 누구의 지시도 없이 스스로 판단해 올린 것이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폐기했다는 이야기다.

김 수사관 주장은 다르다. 그는 20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것을 왜 썼겠나. 다 윗선의 허락이나 선보고 후에 쓴 것이다. 일부는 먼저 알아보라고 지시가 내려온 것도 있다”고 주장했다. 코리아나 호텔 사장 배우자의 동향과 관련해서도 ”특감반 사무관이 내게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수사관은 ‘윗선의 지시‘를 입증할 만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청와대 특별감찰반 업무 프로세스는 텔레그램(SNS의 일종)으로 시작한다. 공개된 첩보 문건은 이들(이인걸 특감반장 등)에게 텔레그램 등으로 ‘오케이’ 사인을 받고 쓴 것”이라면서도 “11월초 내가 청와대 감찰을 받기 전 이인걸 특감반장이 내게 ‘휴대전화를 좀 달라’고 하더니 자신과 개인적으로 나눈 텔레그램을 지워버렸다. 당했다”고 말했다.  

 

3.‘선택적 폭로’의 동기

김태우 수사관은 특정 언론을 통해 자신이 ‘억울한 희생양‘이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우윤근 러시아 대사나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 현 정부와 가까운 인사의 비리 및 비위 혐의에 대한 첩보를 올린 것이 자신이 청와대에서 쫓겨난 결정적 이유였으며, 자신의 폭로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수사관이 잇단 폭로를 쏟아내는 ‘동기‘는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의 신뢰도와 무관하지 않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자체에 대한 면밀한 검증만큼, 그가 폭로를 쏟아내는 배경에 관한 확인도 필요한 이유다.

이에 대한 판단 근거는 비교적 뚜렷하다. 김 수사관이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시점은 그가 비위 의혹으로 청와대에서 검찰로 원대 복귀한 직후다. 그가 지난달 2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방문해 지인 최아무개씨가 연루된 뇌물 사건 등의 진행 상황을 파악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게다가 경찰 확인 결과, 그가 경찰청을 방문한 날 최씨는 오전부터 특수수사과에서 조사를 받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수사관이 지인인 최씨 수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경찰청을 찾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김 수사관은 최씨한테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수사관의 관리자였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19일 ”김 수사관이 (청와대) 감찰을 받을 때 나머지 직원들이 골프친 걸 문제 삼았는데, 자기 (골프 접대 건)도 묻어달라고 겁박하는 것으로 느꼈다”고 전해다. 김 수사관이 비위 행위에 대한 징계를 피하려고 다른 특감반원까지 걸고 넘어졌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김 수사관은 ”내가 생산한 첩보의 실적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청을 방문했다가, 지인 사건을 조회했다는 누명을 쓰고 청와대에서 감찰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물론 범죄 정보를 다루는 수사관이 자신의 실적 조회를 위해 일선 경찰서를 찾는다는 사실부터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김 수사관의 민간인 불법사찰 폭로와 관련해 ”언론이 민간인 사찰 논란에 대한 꼼꼼한 취재 및 보도도 해야겠지만, 김 수사관이라는 사람이 어떤 동기에 의해 이런 폭로를 쏟아내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정보도 함께 제공해야 독자가 이번 사안을 좀더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