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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탄핵 가능성에 대한 오해들

트럼프 탄핵은 형사소추와는 다르다. 결국 의회가 결정할 문제다.

  • 허완
  • 입력 2018.12.19 21:27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사람들은 탄핵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앨 그린 하원의원(민주당-텍사스)은 취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탄핵 결의안을 냈다. (민주당 의원 58명이 지지당을 던졌으나 2017년 연말에 부결되었다.)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민주당-캘리포니아) 등 저명한 민주당원은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두기 훨씬 전부터 ‘탄핵 준비’를 거론해왔다.

최근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이자 해결사였던 마이클 코언에 대한 검찰의 선고서가 제출되고 최근 몇 주 동안 탄핵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거세졌다. 트럼프는 코언에게 과거 불륜 상대들에게 입막음 돈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를다. 검찰이 범죄 혐의 전면에 트럼프를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 출범할 하원의 법사위원장을 맡게된 제리 내들러(민주당-뉴욕)는 최근 입막음 돈 지급이 ”탄핵 가능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원의원장으로 유력시되는 낸시 펠로시 의원(민주당-캘리포니아)과 민주당 지도부는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가 끝날 때까지 조심스럽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존재하고, 트럼프 본인 역시 탄핵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트럼프의 행동 중 실제 탄핵 사유는 무엇인가? 의회는 언제 탄핵을 추진해야 하는가?

안타깝게도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명확하지 않다. 서로 다른 대답들이 방송에 등장한다. 완전히 다른 가정에 기반한 다른 논의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입막음 돈이 화제가 되고 있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실제로 저지른 ‘범죄’가 뭔지 말하라고 다그치지만, 사실 꼭 범죄가 있어야 탄핵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은 국가를 헌법의 영역으로 되돌렸다. 경제적 이해 상충 가능성, 러시아와 공모하여 대선에 개입했을 가능성, 사법방해, 언론의 자유 위협, 정적에 대한 괴롭힘이나 기소 촉구, 대통령직의 명예 실추 등 다양한 위법 행위 혐의를 두고 탄핵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의 저명한 교수 마이클 J. 거하트가 때마침 낸 ‘탄핵: 모두가 알아야 할 것들’(Impeachment: What Everyone Needs to Know)에 쓴 글이다. “과거에 자주 그랬듯, 탄핵에 대한 논의에서는 이 영역에서 헌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무지가 자주 보인다.”

거하트에 따르면 탄핵에 대해 모두가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점’이다.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탄핵은 형사소추가 아니다

일단, 대통령이 연방법이나 그밖의 다른 법을 위반해야만 하원이 탄핵안을 내고 상원이 유죄 선고를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직 대통령이 기소될 수 있는지에 대해 엇갈리는 의견들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혼란이 더 커진다. 이에 대해서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논란이 있다. 법무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문제에 대해 몇 차례 의견서를 냈는데, 가장 최근은 거의 20년 전이었다. 여기서는 ’위헌적으로 행정부의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은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차기 하원정보위원회장 아담 쉬프는 최근 현직 대통령을 기소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법무부가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대법원에서 결정해야 할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형사소추는 탄핵과 별개의 문제다. 대통령은 위법 행위로 탄핵될 수 있지만, 그것만 탄핵 사유가 되는 건 아니다. 형사소추 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권력 남용이 있었다는 판단 만으로도 대통령은 탄핵될 수 있다. 탄핵 사유는 의회가 결정한다. 헌법에서는 ‘중대한 범죄와 비행’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항상 논쟁이 있어왔다.

ⓒSAUL LOEB via Getty Images

 

탄핵은 의회에 달려있다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을 당시 하원은 두 가지 이유로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안을 냈다. FBI에 거짓말을 한 위증죄, 사법방해다. 둘 다 미국 법률 위반이긴 하지만 개인의 성적인 일에 대한 거짓말의 문제여서 상원에서 탄핵안 통과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했다. 거하트가 지적하는 것처럼 상원의원 상당수는 후에 클린턴의 행동들이 탄핵 사유라고 보지 않아 반대표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하원 공화당 의원들의 당파적 목적에 따른 탄핵이었다는 지적도 많았다.

정반대로 불법적이지 않은 행동으로도 탄핵은 일어날 수 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하원법사위원회가 탄핵안을 작성하자 먼저 사임했다. 닉슨이 FBI와 IRS(국세청)에 자신의 정적들을 괴롭히라고 명령한 것이 탄핵 사유 중 하나였다. 대통령이 기관장들에게 여러 행동을 지시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트럼프가 자신의 정적들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건 분명 권력 남용이었다. 당시 하원법사위는 이를 탄핵 사유로 보았다.

그러므로 트럼프와 지지자들은 ‘공모’가 미국 법상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범죄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선 캠프가 외국 세력과 공모하여 선거에 영향을 준 것이 탄핵 사유인지는 의회가 결정할 문제다.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수많은 혐의들

트럼프가 러시아와 공모하여 대선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 해도, 러시아에서 펼치던 개인적 사업 프로젝트인 모스크바 ‘트럼프 타워’와 관해 러시아 측과 함께 일하면서도 대선 기간 후반까지 미국인들에게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 계속 거짓말을 한 것은 탄핵 사유로 간주될 수 있다. 코언의 증언으로 모스크바 트럼프 타워 프로젝트의 타임라인이 명확해졌다. 그러나 그게 없다 하더라도 트럼프가 러시아 제재 해제 및 대 우크라이나 미국 정책 변경 등 러시아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주장했던 것을 미국의 국익보다 자신의 개인적, 사업적 이득을 우선시한 사례로 본다면 탄핵 사유로 간주될 수 있다.

또한 미 의회의 승인없이 미국 정부 관리들이 외국 정부로부터 선물이나 이익을 받지 못하게 하고 있는 헌법의 보수 조항 위반 혐의가 있다. 트럼프 소유의 호텔 등의 시설을 해외 외교관들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감세안처럼 자신의 사업에 유리한 정책을 펼친 것과 비슷한 사례다. 외국 정부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 결정을 하도록 (호텔을 통해) 트럼프에게 돈을 줄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국경에서 국토안보부가 인권을 침해했을 가능성도 있다. 언론자유 공격, 정적 수사 지시 등 혐의는 아주 많다.

트럼프는 이런 행동들로 인해 민사, 심지어 형사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여러 소송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그건 탄핵과는 별개의 일이다.

일부 전문가와 정치인들이 뮬러의 특검과 각종 소송, 곧 민주당이 장악하게 될 하원이 펼칠 수사 등의 결과를 기다리는 게 좋다고 말한 이유도 이에 따라 분명해진다. 탄핵 여론이 커질 수 있고, 혐의가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결국 탄핵은 정치다

이에 따라 마지막 논점은 탄핵에 정치적 측면이 항상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이르게 된다. 건국 당시부터 그렇게 설계됐다. 거하트는 무모한 이라크전을 이유로 조지 W. 부시를 탄핵하자는 요구가 있었으나 민주당이 숙고 끝에 그러지 않기로 했다고 지적한다. 일부 공화당원들은 버락 오바마가 권력을 남용한다며 탄핵을 생각했지만, 당시 국민적 합의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니 민주당은 트럼프의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 해도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옳다. 내년에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탄핵해야 할 이유를 분명히 제시하기 위해 의회 차원의 조사를 더 많이 펼쳐야 하며, 2020년 대선에 가까운(그러나 너무 가깝지는 않은) 시기로 탄핵 일정을 잡는 게 최선이다.

상원이 결코 탄핵 찬성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통념은 조금 과장됐다. 얼마나 혐의가 많고 심각하냐에 따라, 또한 다양한 상원의원들이 2020년 대선과 2022년에 있을 자신의 재선을 얼마나 염려하느냐에 따라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2018년 중간선거 결과를 볼 때, 공화당 의원들인 콜로라도의 코리 가드너, 메인의 수전 콜린스, 노스 캐롤라이나의 톰 틸리스는 2020년에 민주당의 주요 타깃이 된 상태다. 텍사스에서 비토 오루크가 테드 크루즈를 꺾을 뻔하기 전까지는 텍사스에서 존 코닌이 막상막하의 승부를 펼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11월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 텃밭인) 조지아, 심지어 캔자스에서도 상원의원 선거 승부가 치열할 수 있고, 이젠 민주당이 애리조나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공화당이 따놓은 당상으로 여길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지난 주에 로버트 커트너는 허프포스트 칼럼에 다음과 같이 썼다.

트럼프 탄핵의 근거는 너무나 강력하여, 2020년이나 2022년에 재선 가능성이 불확실한 공화당 상원의원 10명을 난처하게 만들 것이다. 비교적 충성스러운 사람들조차 이제 트럼프를 버리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선택해야 할 때라고 결정할 수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트럼프의 관계는 기회주의적, 냉소적, 거래적이었다.

클레어 맥캐스킬 민주당 상원의원은 뉴요커에 미치 맥코널이 “상원 다수에게 이득이 되는 한 [트럼프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탄핵은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취해야 할 조치로 보인다.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며 정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탄핵에 맞서기보다는 닉슨처럼 그냥 사임할 수도 있다. 하원에서 그에 대한 논의와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미국인들은 조금은 눈을 뜰 수 있고, 정보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2020년에 어떻게 투표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 허프포스트US 편집인 Michelangelo Signorile의 글 Let’s Talk About Impeachmen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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