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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해 군인 3500명을 준비시킨다

노딜 브렉시트가 벌어지면 영국은 준전시상황과 다름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 허완
  • 입력 2018.12.19 18:28
ⓒTanaonte via Getty Images

브렉시트(Brexit)가 꼭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국 정부가 ‘노딜(no deal) 브렉시트’에 대한 비상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이 EU와 아무런 합의를 맺지 못하고 무작정 EU를 탈퇴하는 것을 가리킨다. 다양한 분야에서 큰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돼 최악의 시나리오로 간주된다.

영국이 EU와 체결한 브렉시트 합의안은 영국 하원을 통과해야 효력을 발휘한다. 만약 부결되면 이 모든 합의는 물거품이 되고, 양측이 합의했던 전환기간도 소용없게 된다. 2019년 3월29일에 즉시 EU를 탈퇴해야 한다. 

18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총리실은 내각 각료들이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한 비상 계획안 마련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ASSOCIATED PRESS

 

노딜 브렉시트 비상대책 

총리실 대변인은 메이 총리가 EU와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최우선적인 과제라면서도 ”노딜 (브렉시트) 상황을 포함한 모든 결과에 대비하는 임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료들은 EU (공식) 탈퇴가 3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지금, 이와 같은 준비들을 가속화해야 할 시점이라는 데 동의했다.” 

영국 정부의 대책 중에는 식료품 및 의약품 공급로 확보를 위해 여객선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이날 하원에 출석한 국방장관 개빈 윌리엄슨은 정부 부처의 긴급 대책 시행을 돕지원하기 위해 ”정규군 및 예비군 병력 3500명을 대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은 TV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대응 방법을 안내받게 된다. 

영국 국세청은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할 수 있도록 100쪽짜리 안내문을 기업들에게 보내는 한편, 8만여통의 이메일을 발송할 계획이다.

정부는 20억파운드(약 2조85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내무부와 환경부에 투입하기로 했다.

ⓒDANIEL LEAL-OLIVAS via Getty Images

 

예고된 혼란

그러나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규제, 검역, 국경 통제, 선박 및 항공편 운항, 관세 등을 앞으로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 없이 덜컥 EU를 떠나게 되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고크 법무장관은 각료회의에서 ‘관리된(managed) 노딜 브렉시트’라는 건 환상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 정부 관계자가 허프포스트UK에 말했다.  

″(상상 속의 동물) 유니콘들을 번식시키는 건 내각이 할 일이 아니다. 그들을 죽이는 게 내각이 할 일이다.” 고크 장관이 각료회의에서 했다는 말이다.

기업들도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상공회의소, 소상공인연합회, 산업연맹, 관리자협회, 제조업협회 등 경제 5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까지만 해도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낮아 보였던 탓에 많은 기업들이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정치인들이 현실적 조치들 대신 당파적 논쟁에 집중하는 동안 기업들은 두려움으로 이를 지켜봐왔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준전시상황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의 기업들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일상에도 큰 혼란을 초래하게 될 전망이다. 거의 준전시상황과 다를 바 없다. 가디언이 분야별로 정리한 ‘노딜 브렉시트 시나리오’들을 간략히 소개하면 대략 이렇다.

EU에 거주하고 있는 영국 시민 : 100만명에 달하는 영국인들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EU 국가에서 취업, 거주 등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EU 시민 : 영국 정부가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하긴 했으나 일부 권리는 축소될 예정이다.

항공편들 : 영국과 EU 회원국들을 오가는 항공편에도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 다만 영국 교통부는 주요 내용에 대한 합의를 EU와 별도로 맺을 수 있다고 밝히긴 했다.

기업활동 중단 : 제품을 수입 및 수출하는 기업들은 ”환헷지, 재고, 서플라이 체인” 같은 기본적인 것들부터 생각해봐야 할 전망이다. 제품의 원산지를 엄격히 따져봐야 하고, 이에 따르는 상당한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한 제품에 여러 국가에서 만들어진 부품들이 들어갈 경우에는 문제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통관과 검역이 지연되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수도 있다.

식료품 부족 : 검역이 지연되면 토마토나 양상추, 오이, 과일처럼 상하기 쉬운 식료품들이 크게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려동물 : 반려동물과 함께 EU 회원국으로 여행하려는 영국인들은 최소한 4개월 전부터 검역 절차에 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로밍 : EU 국가로의 여행이나 출장을 떠나는 영국인들은 이제 휴대폰 로밍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운전 (개인) : 일부 EU 회원국들은 이제 더 이상 영국 운전면허증을 인정하지 않게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영국인들은 국제면허증을 발급 받고 국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운전 (상업) : 이제 영국이 제3국으로 분류됨에 따라 영국 국적의 화물운송 차량이 EU에서 운행하려면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할 예정이다. 특별 허가를 발급 받을 수 있는 차량의 숫자는 제한되어 있다. EU는 연간 984대, 아일랜드는 고작 60대에 특별 허가를 내줄 수 있다. 도버해협을 통해 영국과 EU를 오가는 트럭은 하루에 1만1000여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를 오가는 트럭은 매일 1만3000여대에 달한다.

버스 서비스 : 노딜 브렉시트가 벌어지면 EU는 영국에서 발행된 운행 허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영국에서 EU로 향하는 버스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같은 노딜 브렉시트 시나리오는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 더 이상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어졌다.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여전히 매우 낮기 때문이다.  

노딜 브렉시트가 초래할 혼란이 워낙 큰 탓에 2차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브렉시트를 취소하는 것도 재앙을 피하는 하나의 방법이긴 하지만, 이 역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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