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018년 12월 19일 16시 49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2월 19일 16시 54분 KST

성매매 피해자가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들려주었다

자신의 피해 경험을 영화 '아파트먼트 407'로 만든 프리다 패럴은 "누구나 그런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instagram/thefridafarrell

프리다 패럴은 남자친구와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때는 2002년 여름, 건조한 저녁 시간이었다. 24세였던 패럴은 런던의 옥스포드 서커스에서 집으로 걸어갈 생각이었다.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H&M 매장에서 쇼핑을 마치고 나와 북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BBC 건물 옆을 지나는데, 회색 양복을 입은 한 남성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모델 제의

낯선 남성은 ‘혹시 모델 캐스팅에 응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어떤 이들에겐 흔치 않은 접근이었겠지만, 스웨덴 말뫼 출신인 패럴은 십대 때 모델 활동을 한 일이 있었다. 런던에서 왕립중앙연극담화원(Central School of Speech and Drama)에 다니며 새로운 커리어를 쌓으려 하고 있었지만, 그 제의에는 관심이 생겼다.

“내겐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현재 38세이며 싱글 맘인 패럴은 어린 딸과 함께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내게 전화로 말했다.

“그는 그저 한 사람의 사진가로 보였다.”

패럴은 즉시 승낙하지 않고, 명함을 받은 뒤 집으로 돌아갔다. 명함 속 웹사이트를 확인해보기 위해서다. 사이트는 괜찮아 보였다. 돈을 벌 좋은 기회라고 판단한 패럴은 다음날 오디션을 보기로 했다.

할리스트리트의 5층짜리 건물에 도착한 패럴은 회전 유리문을 지나 복도 끝의 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의 펜트하우스로 갔다. 방에 들어가니 여성 조수 한 명이 보였고 커피, 차, 과일이 가득한 테이블이 있었다. “매우 평범한 분위기였다. 시체가 걸려있거나 한 곳이 아니었다.”

그는 사진 몇 장을 찍은 다음 ‘클라이언트가 관심을 보이면 전화하겠다’며 패럴을 돌려보냈다. 약 24시간 후, 사진가가 전화해서 같은 곳으로 찾아오라고 말했다. 반나절 모델료로 7천 파운드(한화 약 995만원)를 제안했다. 패럴이 6개월치 월세를 낼 수 있는 돈이었지만, 상업 모델 세계에서 전례가 없는 정도의 큰 금액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이후 일어난 일은 패럴의 삶을 영영 바꾸어 놓았다. 그녀는 현대판  성노예의 지하 세계에 빠졌다. 이 세계는 그녀가 갇혔던 16년 전보다 더욱 커졌다.

영국에서 인신매매 및 노예 피해자는 2013년 13,000명에서 2018년 136,000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에서 작년에 신고된 사례는 5,145건으로 역대 최다였다.

전날 다녀갔던 터라 자신감이 있었던 패럴은 금요일 오후 할리스트리트를 다시 찾았다. 날씨는 따뜻했고, 그녀는 긴 갈색 코듀로이 스커트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나는 행복했다.”고 회상한다. 그 기분은 오래 가지 못했다.

감금

5층의 작은 아파트로 다시 가보니 통화했던 사진가 피터가 있었다. 하지만 피터는 혼자였다. 그녀가 들어오자 피터는 삼중 잠금장치가 된 문을 잠그며 긴 사냥용 칼을 꺼내 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조차 잘 되지 않았다. 갑자기 영화 속에 들어오기라도 한 것 같았다. 나는 추웠고 동시에 땀이 났다. 모든 게 슬로 모션처럼 움직였다.”

피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패럴은 휴대폰으로 도움을 구해 보려고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피터는 화장실에 보내주기 전, 그녀의 가방을 가져가고 주머니에 있는 모든 것을 꺼내게 했다. 패럴은 변기 위에 서서 랩탑 크기의 창문으로 빠져나가려다, 여기가 5층이고 창문으로 나가면 콘크리트 위로 떨어지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떨어지면 아마 죽을 것이고, 산다고 해도 뼈가 많이 부러질 것이다. 칼과 추락 중 뭐가 더 나쁠까?”

패럴은 피터와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흥분하고 비명 지르는 건 내게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아주 침착하게 행동했다.” 패럴은 혹시 보내주지 않을까 싶어 ‘배가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터는 부엌의 냉장고에 있던 우유 한 잔을 권했다.

“그는 내게 잔을 건넸고 나는 마시고 싶지 않았다. 우유에 뭔가 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칼에 찔리느니 마시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새 것이 아닌 속옷으로 갈아입을 것을 강요받았고, 그녀는 그 뒤 정신을 잃었다.

패럴은 다른 아파트에서 깨어났다. 큰 침대 말고는 가구가 없었다. 부엌 싱크대도, 문도, 심지어 냉장고 안의 조명도 없었다. “내가 그를 공격할 수 있는 물건은 전혀 없었다. 의자를 들고 문 뒤에 서 있으면 어떨까, 잠깐 생각했다.”

약물

그곳은 지하였다. 작고 창살이 붙은 창문이 거리를 향해 나 있었다. 그녀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전등이 없어 밤에는 그냥 어둠 속에 있어야 했다.

고객들이 들락날락했지만, 피터가 센 약물을 먹였기 때문에 패럴은 내내 축 처져 있었고 의식이 반쯤은 없었다. 그녀는 8명 이상의 남성이 다녀간 것 같았고, 갇혀 있는 동안 20명 좀 안 되는 남성들이 성매수를 위해 돈을 낸 것으로 추정했다.

패럴은 네 번째 날 자정쯤에 도망칠 수 있었다. 피터가 고객을 기다리는 동안 실수로 문을 잠그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문을 쾅 닫았지만, 잠그지는 않은 걸 들었다. 그가 속임수를 쓰는 건 아닌지 걱정됐지만, 문을 열고 나가니 아무도 없었다.”

탈출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가 보니, 금요일 오후에 찾아왔던 장소와 같은 건물이었다. 지하실로 옮겨진 것뿐이었다. 눈에 띄지 않을까 두려워 하며, 건물 밖으로 나와 지하철역 근처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그리고 친구 집에서 며칠 동안 머물렀다.

결국 패럴은 런던을 떠나기로 했다. 그들이 자신의 주소를 알 것 같아 두려웠기 때문이다. “나는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와인을 마시고, 재즈 바에 가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그 이후론 모든 게 힘들어졌다. 나를 보고 잡아가려고 하면 어떻게 하나?”

패럴은 자신의 경험에 대한 영화 ‘아파트먼트 407’제작했다. 십년도 넘은 일이지만, 그녀는 스스로 그 건물로 걸어 들어갔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곤 했다.

“현대판 노예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성 노예 피해자’라는 말을 들으면 당신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누구나 판매될 수 있다. 당신은 그저 몸뚱이에 불과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당신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외모인지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그냥 집에 가는 평범한 여성이었을 뿐이다.”

* 허프포스트 UK의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