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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이렇게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

러시아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돕기 위한 여론전을 벌였다.

  • 허완
  • 입력 2018.12.18 18:09
ⓒASSOCIATED PRESS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미국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을 겨냥해 러시아가 벌인 여론전의 보다 구체적인 실상이 공개됐다. 17일(현지시각) 미국 상원 정보의원회가 공개한 두 건의 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러시아의 작전 세력들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 경쟁자들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 흑인 유권자들을 겨냥해서는 투표 포기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퍼뜨렸다. 이들이 작성한 포스트는 페이스북에서 1억2600만명, 인스타그램에서 2000만명에게 전파된 것으로 분석됐다. 

ⓒASSOCIATED PRESS

 

러시아는 트럼프를 도왔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는 두 건이다. 하나는 옥스퍼드대의 ‘컴퓨터를 활용한 프로파간다 프로젝트(Computational Propaganda Project)’ 팀과 네트워크 분석업체 그래피카(Graphika)’가 작성했다. 다른 하나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사이버보안 업체 ‘뉴놀리지(New Knowledge)’와 컬럼비아대, 캔필드연구소가 공동으로 작업한 보고서다.

상원의 의뢰를 받은 두 연구팀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의회에 제출한 관련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소셜미디어에 게재됐던 수천만개의 트윗 및 포스트를 분석했다.

두 보고서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기반한 트롤팜(troll farm)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의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보고서에 따르면 IRA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텀블러, 레딧, 핀터레스트, 바인, 구글플러스 등 거의 모든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가짜 계정을 만들어 여론전의 도구로 삼았다. 

IRA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사업가 예브게니 프리고친이 자금을 지원한 업체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에 의해 기소된 곳이기도 하다.

IRA의 목적은 분명했다.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는 것. 이들은 공화당 경선 때는 경쟁 후보들에 대한 부정적 내용을 퍼뜨렸고, 경선 이후에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겨냥했다. 인종과 종교, 이념에 따른 분열을 조장하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확산시켰다. 

이같은 분석 결과는 지난 2년여 동안 다양하게 이뤄졌던 조사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ASSOCIATED PRESS

 

러시아는 흑인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뉴놀리지의 보고서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정보도 담겼다. 흑인 유권자들을 집중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 IRA가 페이스북에 개설한 81개 페이지 중 30개가 흑인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들은 미국에서 흑인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불합리한 처우에 대한 분노를 조장했다. 페이스북 말고도 ‘쏘지 마세요(Dont’ Shoot)‘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 인스타그램의 ‘@블랙스타그램’ 계정 등을 운영했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에서는 흑인들의 시위가 큰 이슈로 떠올랐다. 비무장 흑인들이 백인 경찰관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전국적으로 퍼졌다. 

IRA는 이처럼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 실제로 존재하는 균열을 포착했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메시지는? ‘정치인들은 다 똑같은 놈들이고, 투표를 보이콧 하는 게 흑인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시위다’라는 것이었다.

일례로 한 포스트는 다음과 같은 허위정보를 퍼뜨렸다. ”힐러리는 자신의 선거캠프를 통해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로부터 2만달러의 기부금을 받았다.”

또 IRA가 만든 계정들은 민주당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를 지지했던 이들을 향해 투표를 포기할 것을 독려한 것으로 분석됐다. 모두 단 하나의 목표, 바로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서였다.

그밖에도 IRA가 벌인 소셜미디어 여론전은 ‘러시아 스캔들’ 로버트 뮬러 특검도 공격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그동안 러시아의 온라인 여론전에 대한 많은 조사와 분석 작업이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인스타그램으로 작전 세력들이 대거 옮겨갔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언급됐다. 

놀라운 건 이같은 여론전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러시아 정부의 일부 목표가 달성됐고 외교적으로든 다른 식으로든 반발이 적었으므로, 가까운 미래에도 미국은 계속해서 러시아의 개입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 작성자들의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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