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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참사 당일에…‘악마의 컨베이어벨트’ 다시 돌렸다

태안화력 김용균씨 사망 뒤 작업중지 명령에도 ‘80분 가동’

ⓒ한겨레

하청노동자 김용균(24)씨가 기계에 끼여 숨진 이후 태안화력발전소가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을 어기고 작업을 재개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공운수노조는 1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김용균씨 사망사고 현장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서부발전·한국발전기술·공공운수노조·유족과 전날부터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서 태안화력이 사고 당일 고용부 작업중지 명령을 어기고 1시간20분간 컨베이어벨트를 재가동한 사실이 밝혀졌다. 조사에 참석한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오전 5시37분에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이 태안화력 9·10호기에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는데 당일 오전 6시30분부터 7시50분까지 9·10호기와 연결된 컨베이어벨트가 재가동됐다”고 밝혔다. 이는 김씨와 같은 조에서 일한 동료들의 증언과 메시지 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공공운수노조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현장 작업자들은 카카오톡 단체채팅창에서 오전 6시31분께 “09f 기동 좀 요” “네 기동할게요”라는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아울러 노조는 서부발전 쪽이 사고를 은폐·축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국장은 “오늘(14일) 서부발전에서 하청노동자들에게 ‘공공기관 내부에서 함부로 사진촬영을 하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애초 서부발전이 밝힌 최초 경찰 신고 시각은 오전 3시50분이었으나 실제 신고는 35분 뒤인 오전 4시25분에 이뤄진 것으로 밝혀진 것에 대해서도 조 국장은 “은폐 시도가 아니었을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조사에 참여했던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한국이 선진국인 줄 알았는데 정부가 이렇게 열악한 시설을 가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의 동료 ㄱ씨는 “컨베이어가 작동할 때는 탄가루가 날려 굉장히 어두운데 이동경로에 턱이나 장애물이 곳곳에 있고 기어서 이동해야 하는 곳도 있어 위험하다. 안전장치인 ‘풀코드’는 와이어가 팽팽할 때 즉각 반응하는데 늘 느슨하게 늘어져 있다”고 열악한 작업환경을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11일 새벽 1시께 9·10호기 컨베이어벨트 끝부분에서 이상 소음을 듣고 이를 확인하려 기계 안으로 머리와 몸을 집어넣었다가 벨트에 빨려들어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노조 쪽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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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발전 #김용균 #하청노동자 #공공운수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