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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4일 21시 29분 KST

에어아시아 회장이 국내 재벌 항공사의 '경영세습'을 비판했다

자서전 출간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에어아시아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그룹 CEO가 14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자서전 ‘플라잉 하이(Flying High)’ 출간 행사에서 승무원 옷을 입은 직원들과 함께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국에는 진짜 저비용항공사가 없다.”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아시아의 토니 페르난데스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찾았다. 자서전 <플라잉 하이>(Flying High)의 한국어판이 공식 출간되면서다. 1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페르난데스 회장은 “한국은 관광객 수에 견줘 항공기 수가 매우 적고 가격도 합리적이지 않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을 장악하는 바람에 진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싼 가격과 높은 운항빈도, 26개국 130여개 취항지란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에어아시아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타이·필리핀·인도·일본에는 계열사가 있지만 한국에는 서울사무소만 있다. 현행 항공법이 외국인이 지배하는 법인에는 면허를 주지 않는 등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한국 진출을 시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없다.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지만, 한국이 우리를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한국의 손해”라며 “한국에는 진짜 저비용항공사가 없다. 우리는 땅콩을 봉지째로 주는데, 한국의 저비용항공사들은 아직도 땅콩을 컵에 넣어서 서비스한다. 제주항공은 비교적 잘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비싸다”고 했다. 그는 또 “삼성 핸드폰은 전 세계에서 팔리는데, 뛰어난 외항사의 한국시장 진입을 막는 것은 옳지 않다”며 “내가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면 대구·광주·목포 공항을 오가는 다양한 노선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저비용 중장거리 노선을 다양하게 갖춘 에어아시아는 ‘누구나 하늘을 날 수 있게’를 사명으로 내세우고 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이런 생각을 영국 기숙학교 엡솜(EPSOM) 컬리지를 다니던 때 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출신인 그는 인종차별과 낯선 문화를 견디며 영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비행기 표가 비싸 엄마를 자주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다가 저비용항공사 설립을 막연히 꿈꾸게 됐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학교 졸업 뒤 워너 뮤직에서 일하다가 퇴사하고, 만년 적자였던 에어아시아를 1링깃(약 300원)에 매입했다. 당시 부채 4천만링깃(약 120억원)도 함께 인수했으나 적극적인 저가 영업전략으로 수십억달러 가치의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를 만들었다. 출간된 책 <플라잉 하이>에는 그가 대형 항공사의 견제와 9·11 테러, 2014년 항공기 추락 사고 등 악재를 넘어, 어떻게 재도전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이날 한국의 대형 항공사들에 대한 질문이 잇따르자 “나의 아이들은 에어아시아에서 단 하루도 어떤 형태로든 일한 적이 없다. 절대 아이들에게 내 일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벌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및 갑질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나는 사무실에 별도의 공간이 없고 책상 하나만 두고 일해 어느 직원이나 나를 만날 수 있다”며 “항공사는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도 문제가 있을 때 자유롭게 내부에 신고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열린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한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일부 항공사들과) 180도 다른 문화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페르난데스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은 비행기, 음악, 스포츠”라고 했다. 그는 박지성 선수가 뛰었던 영국 런던의 퀸즈 파크 레인저스 구단주이기도 하다. 부인이 한국인이라 한국 문화를 잘 알고 각별하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이날 오후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강의 하고 15일엔 방송인 오상진·김소영 부부가 운영하는 서점 ‘당인리 책발전소’에서 자서전 출간 기념 사인회 등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