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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4일 15시 57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2월 14일 15시 57분 KST

정부가 '골목식당'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

 

 

SBS
huffpost

백종원의 골목식당 홍은동 포방터시장편이 마무리되었다. 해방촌 신흥시장 에피소드부터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하던 함량미달 음식점들은 포방터시장 편에서 홍탁집으로 정점을 찍었으며, 이 때문에 포방터시장 편은 한 회차 연장되어 방영되기도 했다. 물론 나중에는 홍탁집이 닭 전문점으로 변신하며 나름 훈훈하게 끝나기는 했지만. 그런데 포방터시장 편에서는 조금 눈여겨 볼 만한 장면이 있었다. 바로 시장 상인들이 백종원 대표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장면이었다.

이전까지의 에피소드와는 달리 포방터시장 편에서 백종원 대표는 시장 상인들을 일일이 만나고 다니며 홍탁집 사장을 잘 봐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 와중에 상당수의 상인들이 “포방터시장에 활기가 돌아왔다.” 며 백종원 대표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확실히 그래 보이긴 했다. 포방터시장이 방송에 알려지며 많은 사람이 찾아왔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당연한 원리이겠지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화폐도 잘 회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방터시장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현재로서 포방터시장은 ‘백종원이 와서 컨설팅을 해 준 곳’ 일 수는 있어도,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몰락한 상권이 재생되는 가장 큰 요건 중 하나인 다수 소비자의 반복적인 방문을 지속적으로 유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연적으로 쇠퇴한 상권을 정책적으로 되살리려는 시도는 실패의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사실 여태까지 제대로 성공한 케이스도 세계적으로 거의 없기도 하거니와 말이다.

이는 백종원 대표가 ‘골목상권’ 과 ‘먹자골목’ 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더본코리아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더본코리아가 골목상권을 죽인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사실 더본코리아의 브랜드는 포방터시장 같은 골목상권에는 들어갈 일이 없다. 애시당초 임대료가 높고 경쟁이 치열한 상권(먹자골목)에서 저가로 승부하는 브랜드가 백종원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영업 실태를 잘 아는 백종원 대표 입장에서도 이 방송이 골목상권을 정말 살릴 수 있을지 회의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골목식당 본방을 봐도 그렇고, 거기 얽힌 뒷얘기를 들어보면 사실 이 방송은 백종원 입장에서는 본인 사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들을 돕는 것이기 때문에 거의 자선사업이나 마찬가지이다. 한 가지 웃긴 것은 정부가 여태까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겠다고 퍼부은 돈에 비하면 한 줌도 안 되는 골목식당 제작비가 비록 잠시뿐일지는 모르겠지만 망한 상권을 살리는 데 더 큰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시책이 시행된 이래로 전통시장 매출이 비웃듯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처럼)

결국, 여태까지 몰락 상권의 재생에 가장 효과적인 역할을 한 것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 말고는 없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도 문제는 있다. 원 거주민이 수혜자가 되지 못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가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규제하고 정부가 하고픈 대로 돈을 투입하는 것과, 젠트리피케이션은 시장의 자율에 내버려 두고 밀려나는 원 거주민에 대한 주거 대책을 제공하는 것이다.

명확하지 않은가? 망한 상권을 살리는 더 빠른 길은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을 그대로 두고 밀려나는 원주민에 대한 주거 및 교통복지에 힘쓰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물론 이탈리아 등의 사례를 보면 공공 주거단지의 관리 소홀은 재앙을 불러 올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주요 수도권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둘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신경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재정을 늘리고 있지만 이 재정이 윗돌 빼어 아랫돌 괴기 식의 정책에 투입된다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저소득층 어려움은 가중될 수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