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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테레사 메이 총리와 브렉시트의 미래를 전망해보자

메이 총리가 신임을 받았지만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건 아니다.

  • 허완
  • 입력 2018.12.13 16:57
ⓒASSOCIATED PRESS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불신임 투표에서 승리하며 ‘축출’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제 메이 총리에게는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표결을 성공시키고 영국의 질서있는 유럽연합(EU) 탈퇴를 매듭지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이번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메이 총리와 브렉시트의 미래를 전망해봤다.

 

메이 총리는 이제 안전한가?

당분간은 그렇다. 보수당 규정에 따라 메이 총리는 앞으로 12개월 동안 불신임 투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적어도 당내 ‘반란 세력’의 축출 시도로부터는 당분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메이 총리의 모든 고민이 해결된 건 아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메이 총리의 리더십은 여전히 불안하다

메이 총리는 자신의 리더십에 반대하는 이들이 3분의 1이나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들을 빼면 불신임 비율은 절반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당내 리더십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얘기다.

브렉시트 합의안도 마찬가지다. 메이 총리에 ‘신임’ 표를 던진 의원은 모두 200명이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브렉시트 합의안을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 합의안은 의회 통과를 위해 필요한 과반 이상의 지지를 여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OLI SCARFF via Getty Images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는 여전히 어렵다

모두가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은 ‘노딜(no deal) 브렉시트’ 시나리오다. 영국이 EU와 아무런 합의를 맺지 못하고 2019년 3월29일에 EU를 탈퇴하는 것. 이는 출입국, 통관, 규제 등 경제 및 사회 전반에 있어 거대한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해서는 영국-EU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체결돼야 하며, 현재까지 유일한 합의안은 바로 585쪽짜리 ‘탈퇴 합의(Withdrawal Agreement)’다. EU는 이미 이를 승인했고 이제 영국 하원의 인준만 남아있다.

11일 하원은 이 합의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참패’를 예감한 메이 총리는 이를 전격 연기했다. 대신 EU로부터 추가 확답을 받아오겠다고 공언했다. 가장 큰 반대에 부딪힌 아일랜드 백스톱(backstop) 문제가 핵심 쟁점이다.

백스톱은 북아일랜드-아일랜드 사이의 물리적 국경, 이른바 ‘하드 보더’가 설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영국과 EU는 전환기간(2020년 12월)이 끝날 때까지 양측이 무역 합의를 맺는 데 실패하면 북아일랜드를 EU 단일시장에 일부 잔류 시키고, 영국 전체를 사실상 EU 관세동맹에 남기자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와 북아일랜드 영국-아일랜드 통합주의 정당 민주연합당(DUP)은 백스톱에 반대한다. 강경파는 영국이 무기한 EU에 잔류하게 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하고 있고, DUP는 이렇게 되면 북아일랜드가 영국보다는 EU와 더 가까워진다며 반발한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메이 총리는 설령 백스톱이 필요한 상황이 오더라도 ‘일시적’으로 적용되도록 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또 무엇보다 이 백스톱이 필요한 상황, 즉 무역협상이 결렬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하자는 데 있어 EU의 확답을 받아내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EU가 줄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EU는 재협상은 없으며, 합의안에서 백스톱을 뺄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번 밝혀왔기 때문이다. 설령 EU가 한 발 양보해 부속 합의 등의 형태로 메이 총리의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그게 합의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 충분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TOLGA AKMEN via Getty Images

 

합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면?

메이 총리가 큰 폭으로 수정된 합의안을 의회에 가져오기 어렵다고 본다면 의회 통과 가능성은 변함없이 ‘매우 낮음’ 수준이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불신임 투표라는 한바탕 소동을 거쳤음에도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다는 얘기다.

만에 하나라도 100명이 넘는 의원들이 마음을 바꿔 합의안을 통과시킨다 하더라도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2017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 달성에 실패한 보수당을 도와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DUP가 합의안 통과에 반발해 연정을 깨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DUP는 합의안이 통과되면 노동당과 힘을 합쳐 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메이 총리와 보수당으로서는 또다른 변수를 마주하게 된다.

조기 총선

반면 일반적인 예상대로 의회 통과가 부결될 경우, 조기 총선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다만 메이 총리가 조기 총선을 선언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는 평가다. 2017년에 ‘승부수’로 띄웠던 조기총선이 참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노동당은 조기총선을 원할 가능성이 높지만 성사 가능성을 장담할 수는 없다. 야당인 노동당이 조기총선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의회에서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먼저 성공시켜야 한다.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인 DUP와 보수당 의원 몇몇이 동참해야 한다는 얘기다. 

끝내 조기총선이 실시된다면 보수당의 정권 유지를 장담할 수는 없다. 메이 총리에 대한 불만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보수당 의원들이 섣불리 노동당 편에 서기는 어려운 이유다. 

2차 국민투표

또다른 시나리오는 2차 국민투표다. 메이 총리는 여러차례 이를 일축했으나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할 수 있다. 

합의안 통과, 불신임 및 조기 총선 실시 같은 옵션들 중에서 현재 그 어떤 것도 하원 과반의 찬성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메이 총리로서는 합의안을 부결시킬 게 뻔한 의회를 압박할 유일한 방법이 국민투표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차 국민투표 문항을 ‘노딜 브렉시트와 총리의 합의안 중 어떤 걸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만약 합의안을 지지한다는 쪽으로 투표 결과가 모여지면 의회로서도 이를 부결시킬 명분이 약해진다.

물론 이 때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이들은 ‘브렉시트 취소’도 문항에 추가해야 한다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전혀 다른 차원의 투표가 되는 것이다. 메이 총리는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노딜 브렉시트

다른 모든 옵션이 실패한다면,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게 된다. 노딜 브렉시트가 영국 사회와 경제에 ‘재앙’이라는 것 말고 사실 다른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

브렉시트 취소

그렇다면 브렉시트를 취소해버리는 건 어떨까?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방법이 없지는 않다. 

10일, 유럽재판소(ECJ)는 영국이 다른 회원국들의 동의 없이도 일방적으로 브렉시트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정부는 ‘브렉시트를 번복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 이번 판결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지만, 노딜 브렉시트라는 재앙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어느 정도의 후폭풍은 예상해야 한다. 근소한 차이라 하더라도 다수결에 따라 결정된 브렉시트를 번복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브렉시트 취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또 한 번의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또는 영국이 브렉시트(리스본 조약 50조 발동)를 철회해 노딜 브렉시트 만큼은 피한 다음, 다시 서명을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2년이라는 협상 시한을 새로 벌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럴 경우 EU가 영국을 좋게 봐줄 리 없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브렉시트 협상을 다시 시작하더라도 EU가 더 뻣뻣한 태도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누가 되든) 영국 총리는 합의안을 맺더라도 의회에서 이를 통과시키기 어렵게 되고... 그렇게 되면 또다시 총리 불신임 투표, 조기총선, 노딜 브렉시트, 브렉시트 취소 등이 거론되면서... 즉, 지금보다 더 나아질 건 없다.

브렉시트의 가혹한 운명이라고 하면 심한 말일까? 사실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긴 하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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