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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5천억 회계사기 삼성바이오 ‘상장 유지’ 결정…봐주기 논란

4조 5천억 규모의 대규모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고의적 분식회계로 검찰에 고발돼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돼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코스피 상장을 유지하고 11일부터 주식거래가 재개된다. 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4조5천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분식회계를 저질렀음에도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상장 폐지를 면한 것을 두고 봐주기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10일 삼성바이오 상장적격성을 심사하는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삼성바이오에 대해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 주식의 매매거래 정지는 11일 오전 9시부터 해제될 예정이다. 기업심사위는 개선기간 부여 조처도 하지 않았다. 기업심사위는 외부 법률·회계·학계 등 분야별 전문가 6명과 거래소 임원 1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됐다.

 

 

한국거래소는 “기업 계속성, 재무 안정성, 경영의 투명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일부 미흡한 점에도 불구하고 기업 계속성, 재무 안정성 등을 고려해 상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삼성바이오의 기업 계속성에 대해 “매출·수익성 개선이 확인된 가운데 사업 전망 및 수주잔고·수주계획 등을 고려할 때 심각한 우려가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재무 안정성에 대해선 “2016년 11월 공모 증자 및 2018년 11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등으로 상당 기간 내에 채무 불이행 등이 현실화될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거래소는 삼성바이오 경영 투명성에 대해서만 일부 미흡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는 현재 진행중인 행정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감사 기능 및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선 계획을 제출했다고 거래소는 밝혔다. 거래소는 경영 투명성 개선 계획의 이행 여부에 대해 앞으로 3년 동안 점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회계 문제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빠른 결정을 했지만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바이오 주식거래 정지가 장기화하면 재산권 보호 문제 등으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런 점을 우려해 기업심사위가 한번 더 회의를 하지 않고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의 시가총액은 20조원이 넘고, 소액주주는 8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그는 “상장 유지 결정이 분식회계에 대한 본질적 판단을 다룬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또다른 전문가 역시 이런 결정이 나온 배경에 대해 “상장실질심사 기준이 증권선물위원회의 판단 기준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장기업의 분식회계가 드러나면 상장실질심사의 대상이 되지만, 상장실질심사 때는 현재 회사의 상태만을 보고 판단한다”며 “상장 폐지를 한 뒤에 만약 2∼3년 뒤 삼성바이오가 행정소송에서 이기게 되면 회복할 수 없는 피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거래소의 상장 질적 심사 요건을 보면 기업 계속성, 경영 투명성, 재무 안정성 등을 가지고 심의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의 상장 유지 결정을 두고 분식회계를 한 기업에 대한 ‘봐주기’라는 비판도 강하다. 회계 투명성이 부족한 것이 국내 기업의 주가를 낮추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인데 이를 고칠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회계사)은 “증선위의 분식회계 판정이 달라진 게 없고, 삼성바이오는 증선위 판정에 따른 수정공시를 하지도 않는 등 바뀐 게 없는데도 주식 거래를 재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문제는 ‘상장 폐지’를 넘어, 법적 공방으로 나아가게 됐다. 삼성바이오는 지난달 14일 증선위가 고의 분식회계 결정을 내리고 검찰 고발과 함께 과징금 80억원, 재무제표 수정, 대표이사 해임 권고를 하자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낸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오는 19일 삼성바이오의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한 심문기일을 연다. 삼성바이오 회계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가 집행정지 심문기일에 상장 폐지 위험을 언급하며 집행정지 인용을 주장할 수 있었는데, 이번 상장 유지 결정으로 삼성바이오가 주장할 카드가 하나 사라졌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자회사 장부를 합치는 과정에서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드러나자, 2015년 재무제표 회계에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4조5천억원의 회계상 이익을 얻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 삼성바이오에 대한 감리에 들어갔고, 증선위는 지난달 14일 “회사의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해 이를 해결하려 지배력 변경을 포함한 다소 비정상적인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삼성바이오가 고의적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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