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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영국 :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의회 표결을 전격 연기했다

메이 총리의 '벼랑 끝 전술'...?

  • 허완
  • 입력 2018.12.11 11:36
  • 수정 2018.12.11 11:41
ⓒJack Taylor via Getty Images

이것은 또 하나의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10일(현지시각)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11일로 예정됐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하원 표결을 전격 연기했다. ”우리가 예정대로 내일 표결을 진행한다면 합의안은 큰 격차로 거부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메이 총리는 자신이 맺은 합의안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 추가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리실은 표결이 내년 1월로 연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브렉시트가 공식적으로 개시되는 내년 3월29일 전까지 관련 법안들을 처리할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재앙적 시나리오로 꼽히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대체 영국과 브렉시트, 그리고 메이 총리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

 

메이 총리의 ‘플랜B’ : 시간 끌기?

모두가 알고 있었던 것처럼, 메이 총리가 EU와의 지난한 협상 끝에 타결한 탈퇴 합의(Withdrawal Agreement)는 의회에서 부결될 운명이었다. 여당인 보수당 내 강경 브렉시트파 의원들, 연정 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 제1 야당인 노동당 대다수 의원들, 그밖에도 스코틀랜드국민당(SNP)과 자유민주당 등이 모두 반대했기 때문이다.

합의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모든 게 불투명해질 운명이기도 했다. EU는 이 합의안이 영국에게 주어진 ‘유일하고도 최선의 합의’라고 못 박았다. 이게 무산된다는 건 곧 영국이 아무런 대책 없이 쫓겨나듯 EU를 탈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걸 의미했다. 메이 총리가 연말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적었다.

메이 총리가 고심 끝에 내놓은 대책은 일종의 ‘시간 벌기’였다. 겉으로 내세운 이유는 아일랜드 백스톱(backstop) 문제에 대한 ”추가 확답”을 EU로부터 받아내겠다는 것이었다.

백스톱은 북아일랜드-아일랜드 사이의 물리적 국경, 이른바 ‘하드 보더’가 설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영국과 EU는 전환기간(2020년 12월)이 끝날 때까지 양측이 무역 합의를 맺는 데 실패하면 북아일랜드를 EU 단일시장에 일부 잔류 시키고, 영국 전체를 사실상 EU 관세동맹에 남기자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와 DUP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강경파는 영국이 무기한 EU에 계속 잔류하게 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고, DUP는 북아일랜드가 영국 나머지 지역과 다른 규정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일체의 합의에 반대한다고 맞섰다. 

이날 하원에서 의원들 앞에 선 메이 총리는 설령 백스톱이 필요한 상황이 오더라도 ‘일시적’으로 적용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무엇보다 이 백스톱이 필요한 상황, 즉 무역협상이 결렬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하자는 데 있어 EU의 확답을 받아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EU의 입장은 확고하다.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백스톱을 비롯해 재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못 박았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는 재협상 대신 부속 문서 같은 형태로 백스톱 관련 ‘확답’을 받아내려 할 것으로 보이지만, 성공한다 하더라도 반대파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 충분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법적 효력이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메이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투스크 EU 상임의장 등을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Jack Taylor via Getty Images

 

시간이 없다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언제까지 표결을 끝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공식으로 브렉시트가 개시되는 2019년 3월29일 전까지는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합의안에 담긴 관련 규정들을 손질하는 법안을 마련해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표결이 연기됨에 따라 질서있는 브렉시트를 위한 이 모든 절차도 뒤로 미뤄지게 됐다. 최악의 경우에는 아무런 준비 없이 영국이 EU를 떠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의회 통과가 무산되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합의를 타결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질 경우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게 될 시나리오다. 

이런 면에서 메이 총리의 표결 연기 결정은 ‘벼랑 끝 전술‘로 비춰진다. 모두가 재앙이 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는 ‘노딜’ 브렉시트 위험을 잔뜩 높여 놓은 다음, ‘마음에는 안 들지만 그래도 재앙은 막아야 하지 않겠냐’는 쪽으로 의원들의 마음을 돌려 합의안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는 구도다.

그러나 이런 전략이 통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브렉시트 강경파 진영 일각에서는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메이 총리의 ‘위협’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메이 총리가 예고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 없는 패배의 순간을 그저 잠시 지연시켰을 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메이 총리의 ‘도박’이 통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반란 한 강경파 의원은 가디언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우리가 노딜(합의안 부결)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아니면 총리를 몰아내고 새로운 사람을 앉히는 것도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빨리 마음을 정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둘 중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1월을 맞이하게 되면 우리가 정말 곤경에 처하게 된다. 내가 보기에 메이 총리는 바로 그런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고, 이게 통할 수도 있다.” 

그 누구도 결말을 알 수 없는 이 ‘브렉시트 드라마’는 이제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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