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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의 시나리오

브렉시트 '운명의 순간'이 다가왔다.

  • 허완
  • 입력 2018.12.10 18:23
ⓒDylan Martinez / Reuters

영국이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결정한 지 2년이 넘게 흐른 지금, 브렉시트는 거의 눈 앞에 오고야 말았다. 영국이 2019년 3월29일에 공식으로 EU를 떠날 예정인 가운데 영국은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그 어느 때보다 분열되어 있다.

테레사 메이 총리는 EU 회원국들과 ‘이혼’ 조건에 관한 협상을 벌여 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이 탈퇴 합의(Withdrawal Agreement)는 영국 의원들이 인준해야만 법적 효력이 생긴다.

보통 때였다면 하원 다수당을 점하고 있는 보수당 정부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안건을 통과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보기 드문 시기다. 메이 총리로서는 여당인 보수당에만 의지할 수 없는 상태다. 지난해 총선에서 재앙과도 같은 성적을 거둔 뒤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가까스로 연정 파트너로 끌어들였던 북아일랜드의 민주연합당(DUP)의 도움은 더더욱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메이 총리가 마치 선거운동을 하듯 전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브렉시트 계획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하원에서 진행될 표결에서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메이 총리가 얼마나 크게 패배할 것인지가 유일한 관전 포인트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 바로 그 지점에서 상황은 예측 불가능의 영역으로 진입하게 된다. 조기 총선에서부터 브렉시트 자체를 취소하는 방안까지 옵션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니 말이다.

어떤 결말이 나오든 영국 정치에 있어 역사적 한 주가 될 이번주에 대한 가이드를 마련해봤다.

ⓒASSOCIATED PRESS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지난주 화요일, 의원들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인준 표결을 앞두고 토론을 개시했다.

토론 대상에 오른 ‘탈퇴 합의’는 영국이 어떤 조건에 따라 EU를 탈퇴할 것인지,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에 대한 합의사항을 담은 문서다. 하원 표결은 11일로 예정되어 있지만 그마저도 분명한 건 아니다. 현재 노동당 의원 두 명은 토론 기간을 연장하자는 수정안을 제시한 상태다.

 

메이 총리가 합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여당인 보수당에서는 20명의 의원들이 이미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예고했으며, 45명은 메이 총리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합의안이 불만족스럽다고 밝힌 의원도 추가로 20명이 넘는다. 이들은 합의안이 영국을 EU에 너무 가깝게 유지시키는 내용이라는 점을 불편해 한다. 메이 총리가 이름 뿐인 브렉시트를 하려고 한다는 논리다.

과반 찬성표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메이 총리는 야당의 지지를 호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우선 연정 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은 평소 법안을 통과시킬 때 정부를 지원해왔으나 이번 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아일랜드-영국 통합주의 성향이 강한 민주연합당은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북아일랜드를 영국 본토와 분리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야당인 노동당 역시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거부하고 있다. 일자리와 북아일랜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밝히면서다.

요약하면, 하원에서 투표권을 가진 639명 중 과반인 320명이 메이 총리의 합의안을 지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얘기다.

ⓒDominic Lipinski - PA Images via Getty Images

 

수정안은 뭔가?

표결, 혹은 표결‘들’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 노동당은 영국이 메이 총리의 합의안에 따라 EU를 떠나거나 어떤 합의도 없이 EU를 탈퇴하는 상황(노딜 브렉시트)을 막기 위한 ”모든 옵션을 모색”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한 상황이다.

보수당과 노동당 평의원들도 이와 비슷한 방안을 제시했으며, 사실상 ‘탈락(crashing out)’이나 다름 없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 만큼은 막아보자는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토론 첫 날 의원들이 통과시킨 안건에 따라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면 의원들은 사실상 총리에게 추가 협상이나 수정을 지시할 수 있게 됐다.

 

메이 총리가 승리하면 어떻게 되나?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메이 총리가 여당 및 야당 의원들로부터 찬성표를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면 정부는 이제 크리스마스 전이나 1월까지 브렉시트 관련 법안을 하원에 제출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어쨌든 EU 탈퇴로 가는 질서있는 절차가 가능해진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메이 총리가 패배하면?

테레사 메이의 총리직이 끝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다시 시도한다

이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은 메이 총리가 얼만큼의 격차로 패했는지에 달려 있다.

EU는 ‘이걸 받든지 떠나든지’ 둘 중 하나의 선택지만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 재협상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재앙을 초래할 게 뻔한 노딜 브렉시트의 위험, 그리고 하원에서의 근소한 패배를 가정했을 때 메이 총리는 최소한 포장 만이라도 좀 바꿔보자고 EU를 설득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해 2차 표결에서 승리하기 위한 의원들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큰 표차로 패배할 경우...

- 테레사 메이 총리가 사임한다

메이 총리는 하원 표결 결과와는 무관하게 총리직을 지킬 것이라고 분명히 밝혀왔다. 그러나 200여표 차로 패배한다면 이는 보수당 내부의 반란이 승리했음을 뜻하게 될 것이다. 그나마 우아하게 물러날 수 있는 기회라는 얘기다.

- 메이 총리가 보수당 내 반란 세력에 의해 쫓겨난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강하게 반대하는 보수당 의원들은 메이 총리를 축출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2주 전 불신임 투표 개시를 위해 필요한 숫자를 채우는 데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표결이 끝나면, 그리고 메이 총리가 사퇴를 거부하면 마침내 불만 많은 보수당 의원들이 추가로 불신임 쪽으로 기울게 될 수 있다. 

- 2차 국민투표

합의안을 투표에 부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메이 총리는 그와 같은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노동당은 이를 지지하고 있다. 단, 조기 총선이 실시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만 그렇다. 2차 국민투표를 위해서는 2년 안에 브렉시트 협상을 끝내야 한다는 리스본조약 제50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연장을 요청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보수당 원로 정치인들도 2차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절차들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5월은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메이 총리가 조기 총선을 발표한다

이건 그야말로 최후의 시도가 될 것이다. 메이 총리는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 자신의 합의안을 지지해 주기를 바랄 수 있다. 그러나 보수당 의원들은 이를 그다지 반기지 않을 것이다. 2017년 메이 총리가 전격 단행한 조기 총선 승부수가 통하지 않았던 데다 제러미 코빈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이 다시 부상해 정권이 교체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 노동당이 선거 실시를 추진한다

야당인 노동당이 총선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의회에서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통과시켜야 한다. 민주연합당과 보수당 내 반란 세력들이 노동당 제러미 코빈 편에 서야 한다는 얘긴데, 가능성은 매우 낮아보인다.

- 노딜 브렉시트

여러 차례의 끔찍한 경고들 중에서도 가장 잔인한 경고는 중앙은행인 영국은행(the Bank of England)로부터 나왔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3월29일에 EU를 탈퇴하게 되면 이는 재앙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일부 보수당 반(反)EU 정치인들은 이같은 예측이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모든 게 실패하면 영국이 EU에서 쫓겨나듯 ‘탈락’하게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 브렉시트 취소

가장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의회 표결을 하루 앞둔 10일, 유럽재판소(ECJ)는 영국이 다른 회원국들의 동의 없이도 일방적으로 브렉시트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정부는 ‘브렉시트를 번복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 이번 판결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지만, 어쩌면 어느 것도 배제하지 않는 게 현명한 선택일지 모른다.

 

* 허프포스트UK의 Brexit Vote Explained: Here’s What Happens If Theresa May Lose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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