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미국의 급식 세대는 어떻게 참치 통조림을 죽였나?

밀레니얼들이 바로 타노스다

  • 박세회
  • 입력 2018.12.10 12:00
  • 수정 2018.12.10 18:15

밀레니얼 세대의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 2000년도 즈음에 주도권을 잡고 있던 기성세대가 ”요즘 애들”이라고 부르던 나이대를 뜻한다. 대략 1980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이 ‘밀레니얼 세대’의 어감을 아주 쉽게 우리식으로 풀어 쓰자면 그 당시 ‘미국의 급식 세대’라 할 수 있겠다.

이 미국의 급식 세대는 수많은 세상의 소비문화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물론 진짜로 ‘죽였다’기 보다는 밀레니얼의 소비 습관이 그 전 세대와 확연히 달라 음식 산업을 비롯한 여러 업계에서 ”밀레니얼 세대 때문에 장사 못 해 먹겠다”고 징징거리는 걸 비꼬는 표현이다.

예를 들면 한국 동원참치 그룹의 계열사이자 세계 최대의 참치브랜드인 ‘스타키스트’의 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대부분의 밀레니얼들은 심지어 캔 따개도 없다”고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

“55세 이상의 소비자 중 45%가 최근에 캔에 든 어패류를 구매한 반면 18세부터 34세의 밀레니얼 소비자 중에는 32%만 어패류 통조림을 구매했다”고 징징거리는 아래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의 일부다.

참치 캔을 사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렇게 미국의 급식 세대는 참치 캔 살인마가 됐다. 

밀레니얼들은 집에서 넷플릭스나 보는 바람에 골프를 칠 생각을 하지 못한 혐의도 받는다. 언론들은 ”밀레니얼들은 실내에서 하는 스피닝을 즐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짜 길에서 자전거를 타지는 않”기 때문에 실외 스포츠 산업이 죽어 나가고 있다고 불평불만이 가득하다.

밀레니얼들은 팬시한 레스토랑에서 식사하지 않는 잔악무도한 짓을 저질러 미국의 외식산업, 특히 레스토랑 업계의 목을 서서히 조르고 있다. 맥도날드가 건강에 신경 쓰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토르티야에 닭고기와 채소를 넣어 맥랩을 만들었는데, 밀레니얼들이 안 먹는 바람에 맥랩이 죽었다. 사람 성의도 모르고 맥랩도 안 먹는 바람에 맥랩이 죽었다. 아주 그냥, 밀레니얼들이 큰 잘못을 했다. 

밀레니얼은 술은 잘 마시지 않아서 주류 업계를 죽였고, 포르노를 다른 세대보다 많이 보지 않아서 수많은 영상 제작업자들이 직업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X-세대보다 섹스를 훨씬 덜 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마블의 세계는 멀리 있지 않다. 미국의 8000만 밀레니얼들이 바로 타노스다.

밀레니얼을 향한 기존 세대의 감정이 잘 드러난 2013년 타임매거진의 커버를 보면 이렇게 쓰여 있다. 

″나, 나, 나밖에 모르는 세대. 밀레니얼은 게으르고 자아도취적이고 아직도 부모와 같이 산다.”

비록 기사의 결론은 조금 달랐으나 분노를 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타임매거진 커버

그러나 최근의 분석에 따르면 밀레니얼들이 경제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경제가 밀레니얼들을 죽였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밀레니얼들의 소비 성향은 이전의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다만 밀레니얼들은 이전 세대가 그들의 나이였을 때보다 수입과 자산이 적고 재산이 없다”고 결론 지었다.

밀레니얼이 골프나 레스토랑에서 하는 데이트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필드에 나갈 돈이 없고, 1인당 100달러가 넘는 식사를 부담할 만큼 부유하지 않다는 얘기다. 어쩌면 미국의 세대 간 몰이해는 다른 점을 찾고 그것만 확대해 현미경으로 본 잘못 때문에 생긴 일인지도 모른다. 

*제보는 박세회(sehoi.park@huffpost.kr)로 보내주세요.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 #참치 #통조림 #참치캔 #급식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