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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07일 16시 00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2월 07일 16시 55분 KST

[허프 팩트체크] 국회의원들은 정말 ‘세금 도둑질’을 했을까요? ②

‘규정 미숙지’와 ‘실수’도 도둑질로 봐야 할까요?

뉴스타파 보도가 국회를 강타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국회의원들이 하나의 영수증으로 선관위와 국회사무처 양쪽에 금액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국회 예산을 ‘부당하게’ 빼돌렸으며 이는 ‘비자금 조성’이자 ‘세금 도둑질’이라는 내용인데요. 내용이 길어 분량을 둘로 나누었습니다. 앞의 내용을 확인하시기 위해 아래 링크를 먼저 클릭해주세요.

 

Huffpost KR

 

몇몇 의원실에 전화해 해명을 들어보았습니다.

대표적인 두 사례를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먼저 규정 미숙지입니다. ‘영수증 이중 지출’에 언급된 한 의원실의 회계담당자는 “몰랐다”고 이야기합니다. “정치자금법에 관련한 설명회를 매년 하고 있지만 거기서 관련 내용에 대해 한번도 안내받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중앙선관위도 마찬가지 대답입니다. ‘영수증 이중 제출’에 관해 공문을 보낸 적이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말했습니다. 별다른 교육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처벌기준이 없는 내용이기 때문에 중점 확인 대상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중앙선관위는 뉴스타파의 보도로 해당 내용이 문제가 되자 6일, 설명회를 열어 실무자들에게 해당 내용을 주지시켰습니다.

뉴스타파 측은 “2015년 중앙선관위 정치자금 회계실무에는 ‘①정치자금으로 지출한 내역을 국회사무처 예산으로 중복 청구하는 행위‘를 중점 조사할 방침이라고 적혀있다”고 후속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처음 선관위와 통화할 당시에는 이런 내용이 실무 책자에 있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7일, 선관위에 추가 질의하자 ‘뉴스타파의 보도내용을 보고 확인해 보니 내용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
'뉴스톱'이 취재했던 내용처럼, 해당 방침은 2015년에만 등장하고 20대 국회가 출범한 뒤  발행된 2016년 중앙선관위 정치자금 회계실무 자료에는 빠져있습니다.

 

선관위를 비난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선거 관련 규정, 정치자금법 규정 등은 그 내용이 방대하고 모든 것을 ‘법으로 처리’하기 보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이나 가이드라인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선관위 조차도 해당 내용을 명확히 주지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실무자도 해당 내용을 ‘놓치고’ 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사례를 더 보겠습니다. 한 의원실은 저희에게 ‘어떻게 영수증을 중복 제출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주었습니다.

11/6 - 문자 메시지 발송업체에 세금계산서를 이메일로 받음. 평소에 실무담당자는 이 금액을 정치자금에서 지출했고 따로 보전받지는 않았으나 이날은 발송 금액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사무처에 금액 보전을 신청하기로 함

11/13 - 국회 사무처에 서류 제출

11/21 - 문자메시지 발송 업체에서 요금 납부 용지를 다시 한 번 발송했고 이 금액을 정치자금에서 제출

11/26 - 국회 사무처에서 청구 금액이 들어왔으나 실무자가 후원회 영수증 처리 때문에 너무 바빠 신경 쓰지 못했다고 함. 따라서 이 금액은 다시 정치자금 계좌로 이동되지 않고 운영 계좌에 묶임.

이 의원실은 이전에도 문자메시지 비용 등을 사무처에 청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모두 정치자금 계좌로 입금했습니다. 그러나 이날은 너무 바빠서 넘기지 못했다며 ‘실수’를 인정했습니다. 뉴스타파의 보도를 보고 해당 내용을 인지한 뒤 비로소 금액을 금액을 사무처에 반환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선 사례와는 다르게 규정 미숙지가 아니라 말 그대로 ‘실수’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뉴스타파는 이런 내용도 보도했습니다. “유동수 의원실 소속 한 직원은 “의정보고서 발간비 명목으로 국회 예산을 (이중)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은 국회 직원의 설명을 들어 이미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즉 국회 내에서 영수증 이중제출은 서로 공유하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저 괄호 안의 ‘이중’이란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 괄호 안에 ‘이중’ 이라는 말이 들어가냐 아니냐에 따라 문장의 내용이 매우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의정보고서 발간비 명목으로 국회 예산을 이중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은 국회 직원의 설명을 들어 이미 알고 있었다”

“의정보고서 발간비 명목으로 국회 예산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은 국회 직원의 설명을 들어 이미 알고 있었다”

어떠신가요? 차이가 보이시나요? 국회 예산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이중청구라는 편법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다른 의미입니다. 그런데 저 부분을 ‘괄호’ 처리되어있습니다. 뉴스타파가 해석한 맥락이라는 의미입니다.

Kritchanut via Getty Images

 

 

이 건을 취재하고 제가 확인한 사례는 ‘규정 미숙지’와 ‘실수’였습니다. 뉴스타파는 “돈을 생활비로 쓰는 사람도 있었고, 의원이 직접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한 의원실은 이번 뉴스타파의 취재로 해당 의원실 행정직원이 영수증을 이중 제출하는 수법으로 돈을 타낸 사실이 드러나자 이 직원을 면직 처분했다”고도 보도했습니다. 이 경우는 명백히 ‘공금 유용’이 맞습니다. 하지만 의원실 직원이 다른 직원과 의원실을 속이고 ‘공금을 횡령’한 것과 의원실이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은 다른 성질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세 가지 사례가 한 데 섞여 있습니다. 모두가 “(이중) 청구”라는 편법을 공유했다고 곧바로 해석하기 힘들 듯 모두가 ‘정치자금을 전용해 사적으로 유용했다’고 말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또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영수증 이중제출은 그 자체로 도덕적 논란과 함께 법적 문제까지 야기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여러 번 “처벌 기준도 없는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게 중앙선관위의 설명입니다.

뉴스타파는 또 ”중앙선관위는 영수증 이중제출이 확인될 경우, 각 의원실에 해당 금액을 정치자금 계정에 입금하거나 국회사무처에 반납할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많은 의원들은 이 권고를 무시했다. 말 그대로 권고일 뿐이었다.”고 말했지만 이 내용도 사실과 다른 측면이 많았습니다.

중앙선관위는 자신들이 사무처 경비계좌를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특정 의원실을 대상으로 ‘반납을 권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전체 의원실 회계 담당자에게 ‘영수증 이중 제출‘과 관련한 내용을 따로 안내문을 내보낸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즉 ‘중앙선관위가 특정 의원실의 위법행위를 발견하고 시정을 권고했지만 의원실에서 이를 무시했다‘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선관위 측 설명입니다. 아울러 선관위는 해당 내용에 대해 ‘정치자금법’상 조사권이 자신들에게 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중앙선관위는 “선관위는 국회사무처 등의 비협조로 의원들의 영수증 이중제출 행위를 조사할 계획만 발표했을 뿐 실행은 하지 못했다”는 뉴스타파의 보도에 대해서도 특별히 국회 사무처 등이 ‘비협조’ 적이어서 조사를 실행하지 못한 게 아니라 자기들에게 의원실 공금 계좌를 들여다볼 권한이 없기 때문에 실행하기 힘들다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설명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국회의원 정책자료 발간비 및 발송료의 회계처리 오류로 인한 이중청구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계처리 기준을 더욱 엄격히 지키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선관위도 국회사무처에서 지원받은 예산도 정치자금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리하자면, 뉴스타파의 보도는 의미가 있습니다. 실수와 가이드라인 미숙지로 인해 정치자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여지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 편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횡령의 마음을 품을 수도 있고요. 나쁜 관행과 불완전한 제도는 개선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세금 도둑’으로 몰아세울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한 의원실은 제게 익명을 당부하고 아래와 같은 말을 전했습니다

“열시쯤 뉴스타파 측에서 메일이 왔습니다. 저희도 아침에 바빠서 바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후에 문자가 계속 오고 의원에게도 문자가 갔습니다. 계속 독촉하며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해명할 시간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상황을 설명하니 우리는 금액이 적고 해명도 납득 가능하다며 ‘좋은 방향으로 나가는 게 낫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보도를 위해 저희를 살살 달래고 ‘꼬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는 실수한 게 맞고 그걸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보도를 보니 저희는 횡령, 사기범이 되어있었습니다. 보도 행태에 대해 참 맘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