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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사가 '순결 반지'를 녹여 '황금 버자이너'로 만들려는 이유

여성에게 수치심을 주던 상징적 물건이 '여성 해방' 프로젝트로 다시 태어난다.

‘순결 반지’(purity ring)는 수많은 여성에게 피해를 끼쳐온 가부장적 신학의 상징이다. 크리스천 페미니스트들은 옛날에 끼던 순결 반지를 어떻게 해야 할까?

진보적 크리스천 작가이자 신학자인 나디아 볼즈-웨버(Nadia Bolz-Weber)는 반지를 녹여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라고 말한다.

볼즈-웨버는 트위터에 “거대한 예술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니 순결 반지를 보내 달라는 요청을 올렸다.

일부 복음주의적 교회에서는 어린 소녀들에게 ‘결혼 전까지 섹스하지 않겠다’는 약속의 상징으로 순결 반지를 준다. 그러나 이 반지, 그리고 더 넓게 보면 1990년대와 2000년대의 크리스천 순결 문화는 소녀들에게 수치심을 심어 주었다고 볼즈-웨버는 주장한다.

ⓒNADIA BOLZ-WEBER

볼즈-웨버는 사람들이 보내준 반지들을 녹여 아티스트 낸시 앤더슨(Nancy Anderson)의 도움을 받아 ‘황금 버자이너’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곧 출간될 섹스와 기독교에 대한 그녀의 책 ‘Shameless’(수치를 모르는) 홍보의 일환이며,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여성의 신체를 되찾아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교회가 숨기고 통제하려 했던 것,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고결함을 드러내기 위한 캔버스로 삼았던 것- 그건 사실 여성인 우리의 것이다. 나의 이 부분은 내 것이며, 무엇이 그것에 좋은지, 그것이 아름다운지, 내가 그걸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내가 결정한다.” 볼즈-웨버가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볼즈-웨버는 덴버의 모든 죄인과 성인을 위한 집(Denver’s House for All Sinners and Saints)을 만든 목사다. 이곳은 진보적이며, 퀴어를 포용하는 루터교 모임이다. 그녀는 순결 반지 현상이 일어나기 한 세대 전에 태어났지만, 자기보다 어린 친구와 교구 주민 중에는 순결 문화에 젖어있던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chaluk via Getty Images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은 기독교 커뮤니티에서 여러 세기 전부터 있었지만, 볼즈-웨버가 말하는 ‘순결 문화 현상’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일부 복음주의 사회에서 뿌리내렸다.

‘순결: 젊은 여성들에게 수치심을 부여했던 복음주의 운동으로부터 나는 어떻게 자유로워졌는가’(Pure: Inside the Evangelical Movement That Shamed a Generation of Young Women and How I Broke Free)라는 책을 쓴 린다 케이 클라인(Linda Kay Klein)에 의하면, 순결 문화는 일부 보수 크리스천들의 성적 혁명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운동이라고 한다.

일부 크리스천들은 순결과 전통적 성적 가치를 다시 중요시하는 것이 AIDS 및 기타 성병 확산의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믿었다고 클라인은 설명한다. 미국 정부도 이 믿음에 영향을 받아 금욕만을 강조하는 교육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순결 운동은 가장 편협한 교계를 넘어 주류 복음주의까지 퍼지게 되었다.

수많은 십대가 ‘진정한 사랑은 기다린다’는 금욕 선서에 서명했다. 미국의 최대 복음주의 교파남침례회연맹도 이를 지지했다. 큰 인기를 얻은 1997년의 책 ‘No 데이팅’은 크리스천 10대들에게 연애조차 하지 말라고 권했다. (저자 조슈아 해리스는 최근 이 책을 절판시키고, 그동안 초래했던 피해에 대해 사과했다.)

클라인은 순결 문화란 본질적으로 소녀들에게 ‘너의 순결뿐 아니라 주위 소년들의 순결도 책임져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혼전 섹스를 한 소녀들은 ‘중고’ 자동차, 휴지, 껌 등 다른 누구도 원하지 않는 물건에 비유되었다. 순결 문화는 게이와 레즈비언 십대들에게 특히 위험한 영향을 주었다. 이성애 결혼 외의 모든 섹스를 규탄함으로써 그들로부터 미래의 연애에 대한 희망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볼즈-웨버는 많은 크리스천에게 있어 순결 강조는 ‘신성한 삶을 살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됨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순결함이 신성함을 대체할 때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순결은 규제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이 두 개념은 교체 사용할 수 없다고 볼즈-웨버는 말한다.

“순결과 신성함의 차이는, ‘순결은 늘 분리를 수반한다’는 것이다. 종교적 믿음이 덜한 사람들과 우리를 분리하고, 우리의 성적인 본능에서 우리를 분리한다. 그러나 신성함은 늘 연결을 중요시한다. 신과, 우리 자신과, 우리의 본능과의 연결이다.”

볼즈-웨버는 새 책을 쓰며 ‘V-넥 셔츠는 야하고, 원치 않는 남성의 성적 접근을 부를 수 있다’고 배워서 아직도 V-넥을 입지 않는 40대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혼 전까지 섹스하지 않은 일부 여성들은 “성적 쾌감을 느끼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타인이 정한 가치의 척도에서 자기 자신을 판단하며, 여러 힘든 일을 겪은 여성들이 많다.”

볼즈-웨버는 12월 17일까지 반지를 받을 예정이다. 반지를 보낸 사람들은 실리콘 ‘불순’(impurity) 반지와 ‘불순 증명서’(Certificate of Impurity)를 받게 된다.

페미니스트 미디어 브랜드인 메이커스(Makers)의 2019년 컨퍼런스에서 버자이너 작품이 공개될 예정이다. (메이커스와 허프포스트USA는 같은 모회사 소속이다.)

볼즈-웨버는 순결 반지 프로젝트를 통해 여성들에게 수치를 주는 데 사용되던 상징적인 물건이 여성들의 해방에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내게 해를 줄 수도 있었던 상징과 말과 행동을 나 자신의 결정으로 다시 찾는다. 다시 정의하고, 치유와 유머를 품은 것으로 재탄생시킨다. 내게는 강력한 일이다.”

* 허프포스트 US의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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