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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07일 16시 00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2월 09일 13시 30분 KST

[허프 팩트체크] 국회의원들은 정말 ‘세금 도둑질’을 했을까요? ①

'영수증 이중 제출'은 무슨 말일까요?

 

뉴스타파 보도가 국회를 강타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국회의원들이 하나의 영수증으로 선관위와 국회사무처 양쪽에 금액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국회 예산을 ‘부당하게’ 빼돌렸으며 이는 ‘비자금 조성’이자 ‘세금 도둑질’이라는 내용인데요. 일단 뉴스타파가 공개한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의정보고서 발간비와 우편발송료 비용을 정치자금에서 집행한 뒤, 같은 영수증을 국회사무처에도 제출해 모두 4차례에 걸쳐 국회예산 1,936만 원을 타냈다.

○ 기동민 의원은 정치자금에서 사용한 문자 대량발송 비용영수증을 국회사무처에 다시 제출하고 2차례에 걸쳐 국회예산 1,617만 원을 받았다.

○ 유동수 의원은 의정보고서 발간비와 우편발송료를 정치자금에서 지출한 뒤 같은 영수증을 국회사무처에 제출해 국회 예산 1,550만 원을 타냈다.

○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영상 의정보고 제작비를 국회 예산에서 타낸 뒤, 같은 영수증으로 정치자금 후원회 기부금 계정에서 다시 해당 제작비를 지출하는 방식으로 국회예산 1,300만 원을 받아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그림을 보시면 이해가 더 쉬울 것 같습니다. 가상의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A 의원실에서 11월 한달 동안 ‘문자 발송 비용’으로 100만원을 사용했습니다. ① 한 달이 지나고 문자발송업체에서는 ‘11월 사용분’을 의원실로 청구합니다. 정확히는 세금계산서를 내보냅니다. 세금계산서를 받은 의원실은 이 돈을 정치자금으로 지출합니다. ② 정치자금으로 지출한 금액은 반드시 선관위에 그 사용내역을 통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의원실은 내용을 증빙해 통지합니다. ③ 그런데 ‘문자 발송 비용’은 국회 사무처에서 지원이 가능한 경비입니다. 의원실에서 이 돈을 받기 위해 국회 사무처에 청구하죠. 청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내역을 증빙해야 합니다. 세금계산서를 국회 사무처에 보냅니다.

과정을 살펴보면 돈을 지출했다는 증빙은 ‘두번’입니다. 선관위에 사용내역을 보고하는 데 한번, 그리고 지출 비용을 보전받기 위해 한번. 이 부분이 뉴스타파에서 문제삼고 있는 부분입니다. 뉴스타파는 최초 보도에서 이를 ‘이중 청구’라고 했습니다. “국회사무처에도, 선관위에도 같은 영수증 제출해 국회 예산 등 받았다”며 회계사의 발언을 인용해 “영수증 이중 제출은 한번 지출된 것을 두번 지출됐다고 하는 것으로, 엄연한 허위 경비 계상이기 때문에 범죄 영역”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이 부분부터 따져보자면 돈을 두 번 수령한 것은 아닙니다. 앞서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선관위에 제출하는 영수증은 말 그대로 ‘비용을 썼다’고 하는 일종의 보고입니다. 선관위가 별도의 자금을 지급하는 게 아니라 돈의 지출은 의원의 ‘정치자금’에서 하고 선관위에는 어떤 돈을 지출했다고 알려주기만 하는 것이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뉴스타파가 지적했던 대로, 이렇게 되면 자금의 성격이 달라지게 됩니다. 정치자금은 법의 규율을 받지만 의원실 운영 계좌는 그렇지 않습니다. 뉴스타파는 바로 이 부분을 지적하며 ‘비자금 조성’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사무실 운영계좌는 의원실 임의대로 쓸 수 있기에 이 돈을 가지고 생활비로 사용하거나 술자리에서 지출할 수도 있다는 말이죠. 앞서 언급한 내용은 정치자금법에서는 금지된 내용입니다. 따라서 ④와 같이 이 돈을 다시 정치자금 계좌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왜 의원실은 곧바로 운영계좌에서 돈을 지출하지 않고 정치자금에서 지출했을까요? 김태년 의원실은 의혹에 대해 “사적으로 사용한 것은 없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규정에 맞지 않는 회계 처리가 있었기 때문에 잘못을 인정한다. 앞으로 규정대로 회계처리를 철저하게 하고, 제도 개선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금태섭 의원실은 “돈을 다른 데 쓴 것은 아닌데, 증빙이 부주의하게 잘못 들어갔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으면 반납 등 처리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애초에 의원실 운용 계좌에서 돈을 지출했다면 생길 수 없는 문제 아닐까요? 정말 뉴스타파의 말처럼 ‘횡령’의 의도가 있는 건 아닐까요?

허프포스트는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국회 사무처와 여러 의원실에 연락했습니다. 그리고 ‘정치자금’으로 지출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국회의원은 국회사무처에서 세비 및 보좌진 인건비와는 별도로 의원 1인 당 매년 5000만 원이 넘는 사무실 운영 경비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사무실 운영비, 전화요금 등 공공요금 지원비, 차량유지비, 차량유류비, 사무실 소모품 지원비, 공무수행 출장비, 직원 특근매식비 등입니다. 그러면 이 항목에 따라 맞춰서 지출하면 되는데 왜 굳이 ‘정치자금’으로 지출했을까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앞서 잡힌 항목들은 비용만 책정된 것이고 모두 국회사무처에 ‘청구’를 해야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의원실 통장에 ‘꽂혀 있는’ 돈이 아닙니다. 의원실 직원들은 ‘청구를 하고 돈을 지급받는’ 기간이 20일 이상 걸린다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9월 초에 사용한 돈은 10월 초에 청구가 가능한데 이 돈은 매달 15일에서 20일 정도에 지급됩니다. 이렇게 되면 50일 정도도 차이가 날 수 있죠. 만약 몇 달에 거쳐 특정 행사가 진행된다면 몇 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돈이 늦게 입금되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한 의원실은 이 부분에 대해 “우리가 절차대로 하기 위해 늦게 입금하면 그것 또한 갑질 아니겠느냐”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또 사무실 운영계좌는 돈이 항상 있는 통장이 아닙니다. 아까 언급했듯 먼저 청구하고 나중에 받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치자금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Motortion via Getty Images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운영비 계좌로 보전받을 수 있는 금액’을 ‘정치자금으로 지급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게 아니면 ‘사무실 운영 계좌로 받은 돈’을 다시 ‘정치자금으로 이동하지 않은 것’만 문제인데요. 선관위는 문자 청구비나 정책홍보물 발간비 같은 경우는 정치자금으로 집행해도 문제가 없는 금액이고 따라서 ‘정치자금으로 선지급 한 뒤 국회 사무처에 청구하는 것’ 자체는 문제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하나가 남습니다. 왜 의원실은 운영비 계좌로 들어온 돈을 정치자금으로 다시 이동하지 않았을까요?

뉴스타파가 주목한 사례는 이렇습니다.

“영수증 중복 제출로 타낸 돈은 대부분 의원 명의 통장인 의원실 운영 경비 통장에 관리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의원실은 이 돈을 식비나 야근 택시비 등 의원실 운영에 필요한 자금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국회 모 의원실 보좌관 A씨는 이중 제출이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17대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이 돈을 생활비로 쓰는 사람도 있었고, 의원이 직접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앞선 사례들은 의원실의 해명과는 사뭇 다릅니다. 뉴스타파의 질문을 받은 의원실은 하나같이 ‘사적인 유용을 하지 않았다’ ‘혼선이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들은 거짓말을 하는 걸까요?

다음 내용은 아래 링크에 별도로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