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5일 일선 검찰청에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한 판단지침’을 배포했다. 관련 사건을 처리하면서 이른바 ‘양심의 진정성’을 판단할 때 참고하라는 뜻이다.
왜 이게 중요한가?
대법원은 11월1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14년 전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따라 수감되어 있던 58명이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이에 따라 검찰도 바빠졌다. 그 이유는,
▲ 현재 수사중인 20여건,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930여건의 관련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 대법원이 밝힌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의 심리와 판단을 위해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지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간접사실과 정황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는 원칙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 일관된 기준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마련한 판단지침은 다음과 같다. (몇몇 언론은 이를 이른바 ‘진정한 양심‘(뉴스1), ‘병역거부 진정성’(YTN)을 가리기 위한 판단지침으로 표현했다.)
△ 종교의 구체적 교리
△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는지
△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는지
△ 피고인이 교리를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 피고인이 주장하는 병역거부가 교리에 따른 것인지
△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 개종했다면 그 경위와 이유
△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 삶의 모습
이걸로 문제 해결?
그렇지 않다. 대검찰청이 마련한 이 판단지침은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그동안 병역거부로 처벌 받은 사람 중 절대 다수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비록 소수일지라도 개인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검찰이 마련한 판단지침으로는 이들의 ‘진정성’을 판단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 알면 좋을 것들
한편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그럼 군대 갔다온 사람은 비양심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양심(conscience)은 ‘선한 마음’을 뜻하는 게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정의한 양심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
따라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군대를 다녀오는 것보다 도덕적이거나 더 우월하다는 말이 아니”라고 국제앰네스티는 설명한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