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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지사의 '영리병원 내국인 진료 금지' 주장이 위험한 이유

3년전 사업승인 때부터 내국인 진료가 가능했다

  • 최성진
  • 입력 2018.12.07 14:39
  • 수정 2018.12.07 15:08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의 모습.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의 모습. ⓒ뉴스1

원희룡 제주지사가 허가를 내준 ‘국내 제1호 영리병원’ 사태가 또다른 변곡점을 맞고 있다. 원 지사는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병원이 들어서면 의료 공공성이 무너질 것‘이라는 반발 여론을 의식해 ‘내국인 진료 금지’를 조건으로 허가를 내줬는데, 해당 영리병원이 이런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밝혔기 때문이다.

7일 제주도와 보건의료단체의 설명을 종합하면, 제주에 ‘녹지국제병원(녹지병원)‘이라는 이름의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제주도의 ‘내국인 허용불가 조건부 허가’를 두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문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제주도의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 발표가 있던 지난 5일 오후 늦게 제주도 담당 부서에 공문을 보내 ”조건부 허가 사항에 대하여는 법률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대응 가능성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쉽게 말해 ‘내국인 진료 금지’라는 조건을 수용할 수 없으며, 제주가 이런 조건을 철회하지 않으면 행정소송 등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원 지사 발표 하루 만에 녹지병원 반발

 

앞서 원희룡 지사는 5일 녹지병원 개설을 조건부로 허가하며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원 지사가 중국 회사에 제주 영리병원 설립을 허가해주며 ‘내국인 진료 금지‘라는 조건을 내세운 건, ‘의료 공공성 파괴‘를 우려하는 국내 반발 여론 탓이다. 의료계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보건의료단체는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면 의료비 폭등 등 여러 부작용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원 지사가 이런 우려를 피해가려고 마련한 안전 장치가 ‘내국인 진료 금지’라는 조건이다. 

ⓒ뉴스1

아울러 녹지병원이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운영해도 충분히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이 원 지사의 판단이다. 그는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녹지병원의 47병상이 1년 내내 가동되면 1만명 정도의 피부·성형, 건강 검진 고급 관광객들이 오는 것”이라며 ”(녹지병원의 모기업인) 녹지그룹은 중국 상하이 정부에서 투자한 큰 기업으로, 그 임직원만 와도 유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진료거부‘를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적이나 나이 등 그 어떤 기준으로든 환자를 가려서 받을 수 없다. 특히 녹지병원 등 외국의료기관의 설립 근거가 되는 ‘제주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특별법)이나 관련 조례에도 내국인 진료금지 관련 규정이 없다. 이는 제주 녹지병원 개설에 반대해온 의료계와 보건의료단체의 우려이기도 하다.

 

내국인 진료 금지하려면 법 개정 필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7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의료법 15조에는 의료인의 진료거부 금지조항이 있고, 특별법과 관련 조례에도 내국인의 진료를 제한할 근거 조항이 없다”며 ”현행 법령으로 얼마든지 국민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데, 국적에 따라 진료를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2015년 박근혜 정부 시기에 보건복지부가 녹지병원 사업을 승인할 때도 내국인 진료를 금지한다는 조건이 없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제주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로 중앙정부의 사업 승인을 받은 직후인 2016년 제주도가 발행한 홍보자료를 보면 ‘녹지병원은 해외 의료 관광객을 주로 대상으로 하지만 내국인도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국내 여론을 의식한다면 당연히 영리병원의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는 것이 옳지만, 말 그대로 영리를 목적으로 한국에 진출하는 녹지병원한테 국내법적 근거도 없는 ‘내국인 진료 금지’라는 조건을 받아들이라고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 원 지사가 직면한 어려움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7일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전화통화에서 ”결국 내국인 진료 금지라는 영리병원 허가 조건을 관철하려면 제주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등 관련 법안이 개정돼야 하는데, 원희룡 제주지사가 그런 책임까지 이행하려고 할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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