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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나 절도를 저지른 일본 전 국가대표 선수가 실형을 받지 않은 이유

2만엔 상당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382엔 어치의 사탕 등을 훔쳤다.

ⓒMichael Dalder / Reuters

지난 2월, 일본 군마현 오타시에 위치한 슈퍼에서 전 국가대표 마라톤 선수가 사탕 1봉지 등 3개의 물건을 훔친 혐의로 체포됐다. 모두 합쳐 382엔(한화 약 3천8백원)으로, 범행 당시 이 선수는 2만엔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범인은 2005년 나고야 국제 여자 마라톤대회에서 우승했고, 같은 해 세계 육상 헬싱키 대회에서 6위에 오른 마라톤 선수 하라 유미코였다. 하라 유미코는 2017년에도 화장품과 식료품 등을 훔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보통 집행유예 기간에 죄를 지으면 실형이 내려진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3일, 한 차례 더 하라 유미코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마에바시 지방법원 오타 지부에서는 하라 유미코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상습적인 도둑질이 일종의 ‘병’에 의한 것으로 판단, 치료를 통해 회복할 수 있도록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하라 유미코에게는 ‘병적 도벽(kleptomania)’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진단 기준인 DSM-5에 따르면 ‘병적 도벽’의 평생 유병률(평생 동안 한 번은 병적 도벽에 걸리는 사람의 비율)은 0.3~0.6%로 희소한 편이다. 보통 도둑 범죄의 경우 ”돈이 없었다”거나 ”재판매를 위해” 등 자신의 이익에 대한 동기가 확실하다.

ⓒAlexander Hassenstein via Getty Images

그러나 병적 도벽의 경우 그런 것이 없다. 훔치는 것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DSM-5에 따르면 병적 도벽 환자의 경우 물건을 훔치기 직전에 느끼는 높은 수준의 긴장감이 도둑질과 함께 해소되며 쾌감, 만족감, 해방감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반사회성 인격 장애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절도 자체가 나쁜 일이라는 인식은 갖고 있기 때문에, 절도 후에도 강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체포되거나 주위에서 비난을 들어도, 치료를 하지 않으면 재범을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독전문치료기관으로 유명한 아카기 코겐 병원타케무라 미치오 원장에 따르면, ‘병적 도벽‘에 빠지는 사람들은 대체로 어린 시절 무언가에 좌절하거나, 외상 경험이 큰 경향이 있다. 이런 경험들이 성인이 됐을 때 스트레스와 결합하면 ‘병적 도벽’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훔치는 행위는 성공률이 가장 높은 도박으로, 여기에 스릴을 느끼고 습관이 된다.

특히 병적 도벽은 섭식 장애와 큰 연관성이 있다. 1996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섭식 장애 환자의 12~24%가 절도를 반복했다. 하라 유미코 역시 선수 시절 가혹한 체중 감량과 성적에 대한 압박으로 음식을 먹기만 하면 토하는 섭식 장애를 갖고 있었다.

이런 병적 도벽의 경우 정신 질환이라는 자각이 없고, 스스로 어떻게든 처리하려고 생각하다보면 전문 의료기관의 힘을 빌리지 못한 채 절도가 반복될 수 있다. 쉽게 치료가 되는 병은 아니지만, 전문 기관에서 인지 행동 치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 허프포스트 일본판 기사를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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