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 여사를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수억원을 뜯기고, 채용까지 알선해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다.
5일 현재 네팔에 머물고 있는 윤 전 시장은 전남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에베레스트 산 앞에 있다. 바보같이 속았는데 광주 시민들에게 죄송하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가 끝나는 13일 이전에 귀국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전 시장은 지난해 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김아무개씨(49살)한테 속아 올해 1월까지 총 4억5000만원을 보냈다. 당시 윤 전 시장이 속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광주시장 후보 공천 경쟁이 치열했다는 점에서 그가 공천을 염두에 두고 ‘가짜 권양숙 여사’한테 거액을 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윤 전 시장은 ”불법도 공천과 관련한 것도 없다. 바보같이 노 대통령 이야기라고 해서 눈을 감았다. 그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게 죄”라며 선을 그었다. 또 그는 “13일이 공직선거법 수사 만료인지도 몰랐다”며 ”그 전에 귀국해 소명할 것은 소명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자신이 김씨의 두 자녀 채용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뉴스1에 따르면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들이 순천에서 살다가 광주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는 말에 속았다”며 ”노 전 대통령 혼외자 이야기를 듣는 순간 부들부들 떨렸다. 온 몸이 얼어붙었다. 나라가 뒤집어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전 시장의 도움으로 김씨 아들(27살)은 광주시 산하 김대중컨벤션센터 임식직으로, 딸(30살)은 광주의 한 사립중학교 기간제 교사로 채용됐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시장은 ”‘인간 노무현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누구와도 이 사안에 대해 상의하지 않았다”며 ”공인으로서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