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12월 04일 15시 19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2월 04일 15시 20분 KST

트럼프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강경파' 라이트하이저를 내세운다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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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무역 매파’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 정상회담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일단 휴전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이 실무 협상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1일) 정상회담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진행된 물밑 협상에서 스티므 므누신 재무장관을 상대해왔던 중국 측은 이같은 움직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므누신은 트럼프 정부 내에서 온건파(자유무역주의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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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두 정상은 90일 동안 구체적인 무역 조건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자는 데 합의했다.

미국은 1월1일부터 단행될 예정이었던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상향(10%→25%) 조치를 유예하기로 했다.  

그러나 90일 내에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예정대로 “25%로 상향될 것”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이처럼 협상 기한이 정해져 있고 이견도 컸던 만큼 두 나라의 무역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강경파인 라이트하이저가 협상단을 이끌게 되면서 두 나라의 협상은 한층 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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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은 트럼프 정부가 이같은 변화를 통해 국내외에 엇갈린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짚었다. 

라이트하이저는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반대했고, 지난 2년 동안 중국과의 협상 타결을 하지 말도록 대통령을 설득해왔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를 협상 전면에 내세우면서 중국에 압박 메시지를 보내는 셈이다.

다른 한 편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 다툼을 해소하기 위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회담 성과를 과시하고 있다. 이는 중국 뿐만 아니라 미국 주식시장을 겨냥한 메시지라고 일부 측근들은 말한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로 무역 갈등에 대한 우려 등으로 움츠러들었던 미국 증시는 두 나라가 ‘휴전’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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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지난 주말의 ‘휴전’ 합의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들도 있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와 농산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지적재산권 보호와 기술이전 강제 이슈에 대해서도 두 나라가 ”어느 정도 합의에 거의 근접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측근들은 중국이 협상이 완전히 타결되기 전까지 그런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심지어 중국 측은 협상 데드라인이 90일이라는 미국 측 발표에 ‘격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데드라인이 언제부터 시작되는지를 두고서도 백악관 내에서 혼선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커들로 위원장은 2019년 1월1일부터라고 했지만 백악관은 정상회담이 열렸던 12월1일을 기준으로 90일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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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내내 기싸움을 벌여왔던 보호무역주의자(강경파)와 자유무역주의자(온건파) 사이의 갈등도 재차 드러나는 모양새다.

또다른 강경파로 분류되는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 겸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라이트하이저가 중국과의 협상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온건파에 속하는 므누신과 커들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톱’으로 협상을 이끌면서 나머지 부서들이 각자 맡은 분야를 담당하는 형태라고 말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냉정하게 따져보자면, 현재로서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더 크게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중국 측 관계자들은 그동안 므누신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조정안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에 대해 점점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게다가 트럼프는 1980년대에 이미 무역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정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유무역 때문에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 ‘당하고 있다’는 것.

지난달 WSJ는 그가 다른 주제에 대해서는 입장을 바꾼 사례가 적지 않지만 무역에 있어서만큼은 그 때의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고 조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