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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07일 13시 27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2월 07일 13시 27분 KST

[뉴디터의 신혼일기] 핵인싸 부부는 자꾸만 살이 찔 수밖에 없었다

결혼은 증말 너무 재미있고 좋은 것이다.

Palana997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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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 첫 유부녀, 김현유 에디터가 매주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게재합니다.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만을 따라가지만 나름 재미는 있을 예정입니다.

1. 근황

몇 달 전, 유부녀가 됐다. 그리고 무럭무럭 살이 찌고 있다.

결혼 전에도 식장에서도 신혼여행에서도 잘 빠진 육감적 몸매를 과시했던 나였는데, 불과 몇 달만에 육덕 글래머(?)가 됐다. 무슨 몇 달만에 몸무게 몇 배씩 늘어나는 태아냐고... 나는 내가 좀 살찌길래 임신한 줄 알았지 뭐야?

근데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 원래 뱃살만 두툼하고 턱선은 날렵하니 샤프해서 내 이상형 축구선수랑 똑닮았던 신랑은 결혼 준비 과정에서부터 살이 급진적으로 찌기 시작, 지금은 매우 푸근한 볼과 턱살을 갖게 되셨다. 딱 봐도 과장님일 것 같은.

즉 우리 둘 다 살이 부풀어 오른 마냥 쪘다.

비극의 원인은 사실 당연하게도 우리가 맨날 술처먹고 놀아서 이지만, 핑계를 대자면 우리는 매일 술처먹고 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너무나 핵인싸니까...

2. 핵인싸의 조건들

진짜 핵인싸라면 일단 ‘핵인싸템’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마침 얼마 전 각종 가전을 새로 구매하거나 선물받은 신혼부부로, 핵인싸가 될만한 충분조건을 갖춘 상태.

결혼 즈음 필립스 가장 최신형인 거대 에어프라이어와 일본에서 공수해온 생맥주 기계를 축하 선물로 받았다. 페북 켜기만 하면 “에어프라이어도 없는 너, 그러니까 아싸지! 진짜 핵인싸들은 에어프라이어를 쓴다!” 뭐 이딴 광고가 연달아 나오는 만큼 에어프라이어가 핵인싸템인 건 말할 나위가 없겠고, 생맥주 기계야말로 정말 핵인싸템 중에서도 핵인싸템인 것이 나래바에 있는 생맥주기계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한국에는 팔지도 않고 일본에서도 결코 싼가격의 제품은 아닌데, 캔맥주를 꽂으면 정말 부드러운 생맥주로 바뀌어 우리의 맥주컵 위로 스무스하게 흘러온다.

약간 희귀하면서도 재미있고 술을 마시게 하는 기계라니 진짜 핵인싸템 중에서도 핵인싸템이라고 볼수있다. 마지막으로 신랑이 사은품으로 받아온 삼성 블루투스 스피커와 신혼여행 갔던 태국에서 산 미친레이저조명까지.

음식과 술, 음악과 조명까지, 완벽한 핵인싸 준비물이다.

핵인싸의 다음 조건은 최대한 많은 친구를 자주 초대해 파티를 열고 재미있게 노는 것이다. 원래 진짜 진정한 핵인싸 부부라면 1930년대 빠리 예술가 모임마냥 매일매일 투레쥬르 파티를 열어 다양한 사람들을 초대해 사교계의 거물이 돼야 하겠지만, 그렇게 하기에 2018년 평일 서울의 저녁은 너무나 피곤했다. 평일에는 아무도 파티를 하러 우리 집에 놀러오겠다고 안 하는 것이다. 그래서 평일에는 우리 둘만 파티를 열었다.

에어프라이어는 과학의 산물인 동시에 신앙심을 자극했다. 그야말로 “믿숩뉘다”를 외칠 수밖에 없는 예수님의 오병이어 기적이 에어프라이어의 모습으로 우리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에어프라이어에서는 냉동 감튀 냉동 닭봉 냉동 치즈스틱 냉동 치킨너겟 냉동 만두 등이 계속 새 생명을 얻어 나타났다. 거기에 짭쪼름 고소한 명란마요를 찍어 먹으면 그게 아주 아이고.., 내가 참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딱, 한국어로 하면 X쩌는 맛. 그래도 이 글을 읽으며 뭔가 얻어가는 거 하나쯤은 있어야 하니까, 막간을 이용해 영단어 TMI를 뿌려보자면 요즘 미국 10대 청소년들은 이런 맛을 두고 ‘쏘 아이코닉’하다고 표현한다. 영어를 잘할뿐만 아니라 신세대이기까지 한 글로발 핵인싸인 척할 때 쓰면 아주 좋다.

암튼 그 아이코닉함에 맥주 기계도 묵혀둘 순 없으니까, 시원하게 냉장고에 넣어둔 500짜리 캔을 하나 꽂아서 지이이잉 300짜리 컵에 하나 따르고, 또 다른 300짜리 컵에 따라서 둘이 잔 부딪히고 꼴꼴꼴 마시면 비오는 날에도 추운 날에도 마포 신혼집 생맥주가 그리 맛이 좋아. 에어프라이어 안주와 명란마요 그리고 시원한 생맥주의 조합은 뫼비우스의 띠와 같아서 끝이 잘 안 났다.

우리의 파티는 결국 다 마신 맥주캔을 짜부라뜨림과 동시에 정확한템포의땐스뮤직에 맞춰 신혼여행에서 사온 미친조명레이저를 흔들며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러고 다음날 둘다 “으 어제 조금만 덜마실걸” 하며 일어나는 평일의 반복.

3. 마포구 쪼인엠티

주말이 되면 좀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울에 사는 모두가 여유가 있다. 어디든 놀러가고 싶을 시간이다. 그리고 나도 핵인싸, 신랑도 핵인싸. 집엔 핵인싸템까지 완비. 거기에 우리는 우리가 핵인싸인걸 알리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다. 그럼 굳이 밖에서 비싼 돈 주고 술을 마셔야 할까? 굳이?!

맥주 기계를 선물받은 그 주부터 어제까지 우리 부부는 결혼 후 매주 파티를 개최하고 마포구 사교계의 큰손으로 거듭나고 있다. 내 친구와 신랑 친구들이 다 같이 놀러와서 마치 쪼인 엠티를 온듯 -심지어 거실에 가구도 몇개 없어서 증말 콘도같지- 처음에는 어색해도 계속 끊임없이 나오는 냉동식품 안주와 시원한 생맥주를 들이마시다 보면 결국에는 다 같이 깔깔대고 절친되고 스피커로 노래 틀고 태국에서 사온 미친조명레이저를 쏘면 아니 이곳이 마포여 가평 쪼인엠티 펜션이여? 그러다 다 뒤섞여서 잠들고 정신 차리면 다들 부시시 일어나서 알아서 라면 끓여먹고 집에 가는.. 그런 패턴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약간 이런 느낌..

물론 담날 머리 깨지고 속쓰린건 아무도 책임 못진다. 원래 핵인싸들과 노는 게 그렇다.

어쨌든 우리 부부는 매주 금,토요일을 이렇게 아작내고 있는데 넘 꿀잼.. 인생 꿀잼.. 결혼은 John Jam,, 

4. 세상에 이런 일이

이런 즐거움은 신혼이라 가능한 걸까? 아님 우리 둘이 너무 파티피플이라서? 어쨌든 마포구이지만 가평 쪼인엠티펜션같은 우리집은 언제든 열려있고 결혼은 증말 너무 재미있고 좋은 것이다.

비록 과도한 파티로 인해 살은 엄청 찌고 있지만...

그래도 서로 살찐 모습도 편안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나는 너랑 매일 이렇게 파티하고 노는 게 너무 재미있고 좋아.” 파티를 마친 뒤 우리는 그렇게 다정한 인사를 나누고, 따로 잠자리에 든다.

예민하기 짝이 없는 내 옆에서 누가 소리를 내며 자는 걸 견디지 못한다. 신랑은 매우 피곤하면 코를 곤다. 수년간의 연애 동안 이어진 수백차례의 갈등 끝에 결국 우리는 매우 피곤한 날에는 따로 자기로 했는데, 보통 파티를 하면 매우 피곤하다. 그런데 파티를 매일 하잖아? 그래서 우리는 매일매일 투레쥬르 각방을 쓰게 됐다. 그렇지만 행복하다. 너무 연애를 오래 해서일까. 너무 핵인싸끼리 결혼하다 보니 신혼의 달콤함보다 파티의 즐거움이 더 큰 걸까... 아니 세상에 여기 신혼인데 파티에 미쳐 각방을 쓰는 부부가 있다는데?! 놀란 제작진은 황급히 마포로 향했는데!!

제작진: 그 부부가 정말 매일 파티를 하나요?

주민1: 아유, 말도 못 해요

주민2: 정말 굉장하다니까요.

주민들의 증언을 들은 제작진, 오늘의 주인공을 찾아가 봤는데...! (현관문 여는 씬)

“혹시 연남동 파티광 부부를 아시나요?” 

“아 네 그게바로 전데요!”

오늘의 주인공 김현유 씨! (27, 미인 에디터)

“그런데 얼굴이 좀 부으신 건가요?” 

“아 아뇨, 오늘 파티를 할건데 함께하실래요? 맥주 20캔만 사오세요. 네덜란드는 하이네캔 한국은 만원네캔 아시죠?”

(중간생략)

연남동 파티광 부부 두분, 파티도 좋디만 다이어트도 좀 신경 쓰세요~~(안녕 손 흔들며 약간 반짝반짝 빛나는 프레임으로 마무리)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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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시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