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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스톱 브렉시트' : 내가 매일 브렉시트 반대 시위를 하는 이유

대체 무엇을 위한 브렉시트인가?

  • 허완
  • 입력 2018.12.02 18:56
  • 수정 2018.12.02 18:57
ⓒBEN STANSALL via Getty Images

* 이 글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반대하며 1년 넘게 매일 영국 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온 스티브 그레이가 허프포스트UK에 보내온 글입니다. 그는 생방송 화면에 “100회 이상” 난입(?)한 것으로 유명해 ‘미스터 스톱 브렉시트(Mr. Stop Brexit)’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나는 첫 번째 SODEM(브렉시트 반대 캠페인) 시위가 열린 2017년 9월5일부터 의원들의 회의가 있는 날이면 매일 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해왔다. 오전 11시에 시작하고 저녁 6시에 끝낸다.

첫 번째 시위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실시된 지 1년 후이자 ‘(EU) 잔류’ 의견이 묵살되던 때 열렸다. 나는 여전히 ‘탈퇴’ 선거운동 진영의 거짓말과 그 모든 끔찍한 반(反)이민 구호에 화가 나 있었고, 정부가 얼마나 이 모든 것들을 부적절하게 처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분노했다. 나는 우리가 경제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겪게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래서 나는 뭐라도 하기 위해서 웨일스에 있는 집을 나서 런던에 왔다.

나는 사회정의를 강하게 지지하는 사람이며, 브렉시트는 엄청난 사회적 불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걸 그대로 지켜봐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정부는 브렉시트에 관한 자신들의 결정을 변호하며 거듭 ‘시민들의 뜻’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영국 정부에게 내려진 가장 중대하고 준엄한 민주주의의 명령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투표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 17명이 탈퇴에 표를 던질 때마다 16명이 EU 잔류에 표를 던졌다. 격차는 근소했다.

탈퇴 찬성표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을 포함해) 전체 유권자의 37%에 불과했고, 잔류에 표를 던진 1600만명과 투표를 하지 않은 이들의 우려를 무시해도 좋다는 권한이 정부에 주어진 적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잔류불평자들(remoaners)‘, ‘방해꾼들(saboteurs)‘, ‘시민들의 적’ 취급을 받아왔다. 이같은 모욕 중 몇몇은 우리의 총리로부터 나왔다. 그와 동시에 국가적 통합을 호소하면서 말이다!

ⓒADRIAN DENNIS via Getty Images

 

SODEM 시위가 처음 시작됐을 때는 나를 비롯해 지지를 표한 몇몇 사람들 뿐이었다. 때로는 험난한 날도 있었지만 나름대로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하원의원과 상원의원들이 우리에게 감사를 표하기 시작하고, 의사당 안에서 우리 목소리가 들린다고 말해주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 덕분에 나는 특히 몹시 춥거나 비가 오는 날에도 시위를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언론들도 우리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우리의 사진들은 뉴스에서 상징으로 떠올랐다. 국민투표 이후 브렉시트가 뉴스에 언급되지 않고 그냥 흘러간 날은 없었다. 매일 뉴스가 벌어지는 의사당 바깥 보다 브렉시트 반대 시위를 하기에 더 좋은 장소는 없는 것이다.

나는 몇몇 기자들을 알게됐고, 그들은 가끔 나에게 언제 방송에 들어가는지 알려주곤 한다. 우리는 100번 중 99번은 배경에 서서 침묵을 지키겠지만 ‘모그(강경 브렉시트파 보수당 의원 제이콥 리스-모그)’는 예외다!

이 길고 흥미로운 여정을 이어오는 동안 놀라울 만큼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었다. 누군가 나에게 ‘반역자‘라거나 ‘똑바로 살라’고 소리친 적도 있었다. 나는 똑바로 살고 있다. 이 일을 하는 건 정말 중요한 것에 나 스스로를 헌신하는 길이다.

나는 매일 많은 격려의 메시지들을 받고 있으며, 이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느끼는지를 보여준다. 깃발을 두르고 혼자서 의회 바깥에 서있던 그랬던 건 옛날의 일이다. 매일 새로운 사람들이 근무 도중 시간을 내서 이곳으로 와서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이 문제가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보여준다. 

ⓒGetty Editorial

 

우리의 목소리가 묵살되는 요즘, 의회 바깥에 서서 ‘브렉시트를 중단하라!’고 외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우리의 목소리가 의사당 안에서도 들린다는 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

EU를 탈퇴하는 건 우리 모두의 삶에, 특히 젊은이들과 그들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에게는 손자가 있는데, 우리가 EU를 떠난다면 그는 내가 누렸던 혜택과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거대한 불의(injustice)다. 대체 무엇을 위해서?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정부가 우리에게 했던 거짓말들을 들어왔고, 그러는 동안 그들은 자신들이 대변한다는 시민들의 진정한 우려를 무시했다. 테레사 메이 총리는 계속해서 똑같은 그 레토릭을 반복하면서 동시에 ‘시민들의 투표(2차 국민투표)’로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의원들의 거듭된 호소를 거절해왔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모든 것들 때문에 우리 모두가 겪어야만 했던 많은 영향들, 또 내가 지난 1년 간 받은 부당한 조롱들은 이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는 나의 다짐을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 첫 번째 시위에서 사람들이 ‘잔류’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두려워했던 것에 비하면 우리는 먼 길을 왔다.

우리를 화면 바깥으로 밀어내려 했던 BBC의 시도 등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메시지는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이번주에 봤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높이 가면 우리는 더 높이 간다. 항상 길은 있으며, 우리는 언제나 길을 찾을 것이다!

 

나는 무언가 나에게 중요한 일이 있으면 내가 가진 모든 걸 던지는 타입이며, 그게 바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다. 나는 혼자가 아니며, 나는 자신들의 의견이 묵살되거나 무시되고 있는 모든 영국인들을 대표한다. 자기가 믿는 것을 위해 싸우지 않으면 이미 패배한 것이다. 브렉시트는 그냥 내버려 두고 지켜보기에는 너무나도 막대한 일이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K에 실린 기고문 I’m The Man Who Stands Outside Parliament Every Day Protesting Brexit – Here’s Why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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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럽연합 #브렉시트 #테레사 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