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이면에는 '부동산'이 있다

금리 인상 단행의 2가지 배경

  • 백승호
  • 입력 2018.11.30 15:58
  • 수정 2018.11.30 18:00

한국은행이 1년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한국은행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회의를 열고 현재의 기준금리 연 1.50%에서 0.25%p 인상된 1.75%p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당시 기준으로 6년5개월 만에 처음으로 0.25%p를 인상한 이후 다시 1년 만의 인상이다

한국은행이 이번 금리 인상의 이유로 든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내외금리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먼저 미국 연준이 올 12월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 연준은 지난 9월, 올해에만 벌써 세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인상 폭은 0.25%p로 연 2.00%∼2.25%다. 연준은 12월, 또 한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0.75%p 차이다. 미국이 12월에 한차례 금리를 더 인상하고 한국이 인상하지 않을 경우 1%p까지 차이가 나게 된다.

그렇다면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쉽게 말해서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도 더 높은 금리가 지급되는 미국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되고 그만큼 한국에 있던 투자금은 빠지게 된다. 실제 작년 10월에도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사한 지 이틀 만에 외국인들은 약 3조원에 이르는 국내 채권을 매도하며 투자금 회수의 신호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10년과 2006년 경에 있었던 ‘한미 금리역전 기간’에도 외국인들은 자금을 유출하거나 주식을 순매도한 적이 있다.

투자금 회수로만 그치지도 않는다. 투자자들이 금리가 더 높은 미국으로 옮겨가게 되면 달러가 강세를 띠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다른 나라 특히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통화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된다. 수출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다시 투자 회수로 이어진다. 특히 한국같은 수출국가에 더욱 치명적이다.

 

 

그러나 과거보다 한국 경제의 외환 건전성이 개선됐고 기초 체력이 양호해 외국인 자금 유출이 제한적일 수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 미국 지난 10월 말에 벌어진 ‘증시폭락사태’ 때에도 한미 금리차이로 인한 ‘셀 코리아’ 현상이 아닌가 의문을 제기했지만 실제 외국인들은 채권시장과 주식 선물 시장에서 매수세를 이어갔다. 자본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국내에서만 돌고 있다는 의미였다. 10월 한때, 2000대까지 붕괴되며 ’2008년 금융위기급 위기’는 말도 돌게 만들었던 코스피 지수는 한달이 지난 현재 2100대를 회복한 상태다.

한국은행도 이번 금리 인상에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27일,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미 예상된 만큼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미국은 앞으로도 금리를 올릴 계획이기 때문에 금리차에 좀 더 경계심을 갖고 자금 흐름 추이를 봐야겠다”고 말한바 있다.

 

가계부채 상승률이 심상치 않다

이번 금리인상의 또다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것은 바로 가계부채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2012년 기준 약 963조원이었다가 2013년에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긴 뒤 2018년 현재 1500조원을 넘어섰다.

 

 

증가율 또한 가파르다. 2005년부터 상승폭이 커지기 시작한 가계부채 증가율은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당시와 2012~2014년 부동산 시장 침체기를 제외하고는 줄곧 8~12%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국정감사 등을 통해서 ”소득 증가율보다 여전히 빠른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낮춰야 한다”며 금융 안정을 거듭 강조했다.

그런데 단순히 ‘리스크‘만 놓고 보자면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 자체는 경계해야 하겠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건전성이 나쁘지 않다. 가계대출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 ‘담보’가 확보된 부동산 대출인 데다가 차주를 신용등급별로 놓고봐도 중신용, 고신용 대출자가 전체의 87%(대출 잔액 기준)에 이른다. 2012년(79%)과 비교해서도 8%p나 높아졌다. 고신용자만 따로 떼놓고 보면 57%다. 대출 금액을 놓고 봐도 저신용자의 대출 분포는 1천만원 미만이 40.2%, 1천~5천만원 미만이 44.4%로 전체의 85% 가량을 차지한다.

 

 

연체율 또한 하향 안정세다. 2012년에만 해도 3%를 웃돌던 가계부채 연체율은 2018년 현재 1.1%대로 낮아졌다. 120일 이상의 악성연체만 놓고 보면 전체의 0.6%다. 미국의 연체율이, 다소 낮아진 지금 4.7%를 기록한단 점을 살펴보면 한국의 가계부채 관리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이 부채상환 여력이 약한 취약차주들에게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기준금리 인상은 시중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데 실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10월 기준 1.93%를 기록했다 집계됐다. 2015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코픽스는 수신상품 금리 등 조달비용을 바탕으로 산출하며 추후 변동금리의 기준이 된다.

그러나 이같은 금리 인상은 지난 1년간 천천히 반영되었다. 기준금리를 정하는 한국은행이 계속 ‘금리인상 신호’를 줬기 때문이다. 한 은행 종사자도 “이미 대출금리에 금리 인상 기대감이 반영돼있어서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크게 반영될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2018년 하반기, 한국을 휩쓸고 간 ‘부동산 폭풍’

가계부채의 내용을 살펴보면 금리 인상의 또다른 속내가 보인다. 전체의 2/3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담보대출’이다.

2018년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 56%는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한다. 16%는 주택 외 부동산 담보대출이다. 합치면 한국의 부동산 담보대출은 전체 가계대출의 72%를 차지한다. 신용대출은 전체의 17%다. 한국의 전체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54%에서 2018년 56%로 소폭 늘었고 대출 잔액으로 따지면 517조에서 840조로 62% 증가했다.

대출의 ‘질’을 살펴보면 주담대 또한 건전한 편이다. 신용점수별 주택담보대출 증감 추이를 보면 가계대출이 급증한 시기에 대출이 대부분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증가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부실가능성이 ‘매우 낮은’ 신용등급인 1~2등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미국의 모기지대출 상당부분이 저신용자(서브프라임)에 집중되었다는 점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오히려 단서는 ‘집값‘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폭등’했다. 이번 폭등은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10월15일 기준 9.84%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 2006년 이후 최대치이다. 거의 대부분 올 하반기에 올랐다. 정부가 지난 9월, 강도높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상승세는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정부는 조마조마하는 눈치다.

 

 

실제 이낙연 총리도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금리 문제’를 꺼내기도 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와 ”금리가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딜레마가 되는 것 아니냐”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금리 인상에 대해) 좀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데 동의한다”며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금 유출이나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에 따른 문제, 가계부채 부담 증가도 생길 수 있고 현재와 같은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고민이 있다”고 답했다.

물론 중앙은행은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고 정부가 금리인상의 의지를 보인다고 해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이주열 총재도 ”올해 청와대에서 금리 인상하라는 얘기 (개인적으로) 들은 적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정부의 직접적 입김은 없었을지라도 정책적 고려는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총재는 지난 9월, ‘금리는 부동산 정책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가계부채와 집값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분석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서 볼 때, 이번 금리 인상이 시사하는 ‘부동산 정책’적 방향은 대출 리스크의 감소라기보다는 부동산으로 향하는 자금을 묶으려는 의도가 더 크다. 30일, 금리 인상 발표 이후 많은 언론사들은 부동산 거래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리 인상’ 단행한 한국은행의 딜레마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국 경제의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0월 산업활동동향’을 살펴보면,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p 하락한 98.4를 기록하며 2009년 5월(97.9) 이후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으로의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대비 0.4p 하락한 98.8을 기록하며 2009년 4월 이후 9년 6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27일 ’2019년 경제·산업 전망’에서 올해 국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 6월 전망한 3.0%에서 2.7%로, 내년 GDP 성장률을 2.6%로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7%와 2.6%로 하향 조정했다.

사실상 내년도 한국의 경제는 하향국면에 접어드는 상황이고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소비 및 투자를 위축시키며 이자부담을 높이는 이번 금리 인상이 경기 하강속도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오랫동안 지속된 저금리 기조로 누적되었던 부작용 해소가 더 우선적으로 해결할 과제라고 보았다. 이는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금리인상을 발표하며 했던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정부가 거시건전성 대책을 강화하고 있고, 주택시장 안정대책도 펴고 있는 만큼 금융안정 측면에서 모든 효과가 복합적으로 같이 작용을 해서 불균형을 축소하는데 분명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금리를 소폭 인상했지만 여전히 완화적 수준인 만큼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 금리인상은 코스트(가격)를 올려 소비·투자에 영향을 줘 성장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일 것”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금리인상 이전에도 안정세를 찾았으며 앞서 살펴보았듯 가계부채도 ‘질’을 살펴보면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내년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는 더욱 더 커져간다. 한국은행은 어떤 결정이라도 해야했지만 어떤 결정도 그 미래를 확답할 수 없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 #한국은행 #금리 #연준 #가계부채 #금리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