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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회장이 전격 은퇴를 선언하며 털어놓은 "금수저"의 어려움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는다."

  • 허완
  • 입력 2018.11.28 20:38
  • 수정 2018.11.28 20:40
ⓒ뉴스1/코오롱 제공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꼈다.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는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내년 1월1일부터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임한다고 코오롱그룹이 28일 밝혔다. 창업주 이원만 회장의 손자이자 이동찬 명예회장의 아들인 이 회장은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한 뒤 1996년부터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 있었다. 코오롱그룹은 이 회장이 물러난 뒤 새 회장을 선임하지 않고 한동안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One&Only)타워에서 임직원 200여명이 참석해 열린 ‘성공 퍼즐 세션’이 끝나기 전 연단에 올라 “내년부터 그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며 “앞으로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해당 발언은 그룹 임직원들에게 생중계됐으며, 이 회장은 이후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편지를 통해 사퇴를 공식화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코오롱 제공)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코오롱 제공) ⓒ뉴스1

 

그는 편지에서 “이제 저는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며 “1996년 1월, 40세에 회장직을 맡았을 때 20년만 코오롱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다짐했었는데 3년의 세월이 더 지났다. 시불가실(한 번 지난 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난다”고 썼다. 이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산업 생태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면 도태된다. 내가 스스로 비켜야 진정으로 (회사에) 변화가 일어나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코오롱으로 입사한 뒤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등 국외지사에서 주로 근무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12년 만인 1985년 임원(이사)으로 승진했고 1991년 부회장을 거쳐 1996년 회장에 취임했다. 취임 직후 닥친 1997년 외환위기로 26개 계열사를 15개로 줄이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하고, 회장 재임 중인 2016년에는 4월에는 그룹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에서 세무조사를 받은 뒤 검찰에 고발되는 등 시련도 있었다.

이 회장이 경영권을 바로 가족에게 승계하지 않고 사퇴하는 것은 다른 많은 재벌들과 다소 다른 점이다. 이 회장은 총수가 숨지거나 현실적으로 경영이 불가능할 때가 되어서야 친족에게 경영권을 승계한 다른 기업들과 달리 이른 사퇴를 택했다.

사진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부친 이동찬 코오롱 그룹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맞이하는 모습. 2014년 11월10일.
사진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부친 이동찬 코오롱 그룹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맞이하는 모습. 2014년 11월10일. ⓒ뉴스1

 

코오롱그룹은 장남만 경영에 참여하고 딸이나 사위는 참여하지 않는 뚜렷한 ‘장자승계’ 원칙을 따라왔다. 이날 발표한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이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면서 코오롱인더스트리 에프엔씨(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입사 6년, 상무 승진 1년 만의 전무 승진이다.

이에 대해 코오롱 관계자는 “이 회장의 부친인 이동찬 명예회장도 70대에 물러나서 아흔 넘어 별세했고, 평소 아들(이웅렬 회장)이 40살이 되면 물러난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며 “이웅열 회장도 60살엔 경영권에서 물러나고자 했지만 아들이 어려 4년가량 회장을 더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남을 그룹 핵심인 패션 사업 부문 총괄로 임명함으로써 경영 참여 경험을 쌓게 하되, 자신은 일찌감치 일선에서 물러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앞으로 코오롱그룹의 장기 경영방향, 대규모 투자, 계열사 간 협력 및 이해 충돌 등 주요 경영 현안은 계열사 사장단 협의체 성격인 ‘원앤온리위원회’에서 이뤄진다.

원앤온리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코오롱 유석진 대표이사 부사장이 맡게 됐다. 2013년 ㈜코오롱 전무로 영입돼 전략기획 업무를 맡아오다 지난해 대표이사 부사장에 발탁 승진된 인사다. 코오롱그룹은 “최근 몇년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보다 젊고 역동적인 최고경영자(CEO)라인을 구축해왔다”며 ”젊은 씨이오들이 그룹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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