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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행 지하철에서 전도자를 만났다

"학생 예수 믿어? 안 믿으면 지옥 가~"

ⓒhuffpost

″학생 예수 믿어? 안 믿으면 지옥 가~”

1호선 동대문행 지하철. 낮 8시. 출근시간인데도 아직 빈 자리가 두 어개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 아저씨는 결코 자리에 앉지 않았다. 그는 강하고 담대한 얼굴로 열차 복도의 중앙에 서서 모두에게 설교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말세의 때입니다. 예수의 이름을 믿지 않으면 지옥 심판을 받는다고 성경에 쓰여있숩니다. 예수천당 불신지옥! 예수 믿으십시오.”

 

ⓒroberuto via Getty Images

 

야근에 회식에 숙취에 찌들어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표정은 놀랍도록 평온했다. 승객들은 대부분 의자에 앉은 채 낮잠을 청하고 있었다. 지독한 하루가 시작되기 전에 1분만이라도 휴식을 충전해두길 원하는 표정이었다. 설교자 아저씨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자 영적전쟁이라도 치루듯 잔뜩 인상을 찌푸렸고 주문을 외우듯 지옥의 두려운 모습들을 허공에 읊어댔다.

하필이면 내가 고개를 들다가 설교자 아저씨와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젠장. 자는 척할 걸... 아저씨는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예수를 믿냐?”고 물었다. 나는 믿는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내가 보기에는 믿음이 부족해보이는데? 한번 대답해봐요. 예수님이 어디 계시는데?” 라고 물었다. 굉장히 귀찮은 사람이 꼬였군. 난 ”그냥 가세요. 저 바빠요. 아저씨.”라고 대답했고, 아저씨는 영적전투에서 승리한 표정이 되어서 ”학생, 심판 안 받고 지옥 안 갈려면 예수를 똑바로 믿어야 돼.”라고 말하곤 지하철의 다음 칸으로 갔다.

그 아저씨는 알았을까? 자신이 심판의 메세지로 인용하는 성경의 구절들이 전부 소외된 이웃들의 살을 발라먹는 이기적인 권력자들을 향한 엄중한 경고 메세지들이었다는 것을. 이사야 아모스등의 예언서에 등장하는 ‘여호와의 심판’이란 예수님, 하나님을 모른다고 하는 사람은 지옥 보내겠다는 요지의 글이 절대 아니다. 가난한 자들과 소외된 자들에게 무관심한 유다와 이스라엘을 향해 하나님의 뜻대로 이웃을 사랑하고 공의를 펼치지 않으면 망하게 하겠다는 요지의 경고들이다.

그 아저씨는 자신이 그런 (선지자들이 정치지도자들에게 맞아 죽을 각오로 전했던) 성경의 내용을 들고 지하철 아침 출근의 피곤에 찌든 이웃들에게 다가가 예수에 대한 지식과 심판 여부를 측정하려고 했던 것을 알았을까?

교회는 교육적인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자기의 낮 8시를 바칠 만큼 열정있고 헌신적인 사람들을. 교회는 그들에게 성경의 참 뜻과 문맥을 가르치지는 않고, 개교회의 전도 프로그램에 최적화 된 사람으로 훈련시킬 뿐이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의 전사들로 만들어놓을 뿐이다. 미안하지만 순진한 사람들을 앞세워 개인 사업을 확장시키려는 이기적인 장삿속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나님은 자기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고 하셨는데, 하나님의 이름과 메세지가 포장되어 개교회 사업확장의 도구, 혐오의 도구가 되게 하는 것을 언제까지 지켜만 보실까.

의기양양 지하철의 다음 칸으로 건너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이 참 쓸쓸해보였다. 뒷 머리가 듬성듬성 빠져있었고, 바지 안에 집어넣으려한 것으로 보이는 셔츠의 밑단이 헤진 채 삐져나와 있었다. 똑같이 어려운 삶에서 발버둥치는 이웃들에게 ”모든 삶이 헛되고 지옥을 피하려면 예수 밖에 없다” 라고 앵무새처럼 기계처럼 반복하게만 배웠을 아저씨에게 진짜 예수님이 찾아오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의 삶. 이미 지옥같이 힘들었던거 다 안다.”고 토닥이는 진짜 예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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