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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령견'으로 기록된 순돌이가 세상을 떠났다

잘 가, 순돌아

  • 박수진
  • 입력 2018.11.23 21:10
  • 수정 2018.11.23 21:15

 

기록 나이 24세(1994년 발견), 추정 나이 27세. 국내 최고령견으로 기록되어 있는 순돌이가 숨졌다.

순돌이는 수의사 심용희씨의 반려동물 7마리 중 하나였다. 순돌이의 사망 소식은 심씨가 21일 순돌이의 사진과 함께 애도의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전략)

 

저의 순돌이는 믹스라고 불리는 ‘유기견’ 출신의 반려견이었습니다. 오늘 순돌이를 떠나보낼 때, 장례업체에서 ‘특별한 아이’라 불러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만, 사실 24살의 나이까지 살았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순돌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혼종의 반려견이었습니다.

 

여러분께 순돌이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순돌이라는 너무나도 착하고 빛나는 존재가 이 세상에 왔다 갔다는 것을 저만 알기에는 너무 안타까워서요.

 

1994년에 어느 놀이터에서 작고 겁 많은 혼종의 유기견이 발견되었어요. 체격은 작았지만 강아지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좀 든 상태였다고 해요. 그래서 순돌이 나이를 발견 당시를 기준으로 24살이라 하기도, 당시 추정 나이를 기준으로 27살이라고도 한답니다.

 

불행히도 순돌이는 발견 당시 예전이나 지금이나 전염성과 치사율이 높기로 유명한 ‘홍역’에 걸린 상태였지만, 꿋꿋하게 살아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가족을 만나, 그댁의 초등학생 친구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답니다. 하지만, 산책 중에 차에 치어 골반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고, 다시 동물병원 앞에 유기되게 됩니다. 다행히 순돌이는 큰 부상에서 회복을 했지만, 사고의 아팠던 기억이 남았는지, 보호 중이던 동물병원에 오는 보호자들만 보면 자기의 엉덩이를 쓰다듬어 달라고 응석을 부리곤 했습니다. 제가 동물병원의 수련 수의사로 출근해서 순돌이를 처음 만났을 때도 순돌이는 어느 보호자님께 애교를 부리고 있었죠. 순돌이가 동물병원에서 생활한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순돌이의 안락사에 대한 건의가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고, 그때 저는 8마리의 고양이들과 생활하고 있기는 했지만,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순돌이에게 작은 공간을 내어준다 정도의 가벼운 생각으로 순돌이를 임시보호하게 되었습니다.

 

순돌이와 생활한 지 4개월 정도 되었을 때, 제가 살던 아파트 4층의 현관문이 열리면서 순돌이가 가출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반나절 지나지 않아, 산책 중이시던 다른 보호자님들 덕에 순돌이를 찾을 수 있었지만, 그 때 얼마나 당황했었는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답니다. 그 일 이후에 저는 순돌이의 아빠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지금까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순돌이와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순돌이는 24세(27세)라는 나이 덕에 공중파 방송에서 국내 최고령견으로 소개되는 영광도 얻을 수 있었고, 부족했을지는 모르지만 저의 보호 하 에서 노년을 보냈습니다.

 

주제 넘을지 모르지만, 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꼭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유기된 아이들의 입양도, 반려동물에 대한 섬세하고 수준 높은 관리도 너무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자신을 찾아온 생명들을 유기하거나, 학대하거나 방치하지 말아주십시오. 두서 없고 장황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심용희씨 인스타그램(@vet_on_mars) 글 중에서

 

아래는 심씨가 공유한, 순돌이가 ‘동물농장’에 출연했을 당시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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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개 #반려동물 #강아지 #최고령견 #순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