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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대첩 고수외전'은 왜 망했나?

있어야 하는 밸런스가 없다.

  • 박세회
  • 입력 2018.11.21 12:18
  • 수정 2018.11.21 13:29

2016년 ‘한식대첩 4’ 이후 한 해를 쉬고 외국인 셰프들을 데리고 돌아온 올리브티비의 간판 프로그램 ‘한식대첩-고수외전‘이 말 그대로 ‘폭망’했다. 지난 17일 방송한 마지막회 시청률은 0.6%. 케이블과 지상파의 시청률 격차가 점차 줄어드는 요새 추세로 보면 다른 표현을 찾기가 힘들다. 

컨셉 자체는 화제를 끌기에 충분했다. 한식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셰프 5인을 선정하고 한식대첩 시즌 1~4에서 우승 또는 준우승을 한 국내 고수들과 팀을 지어줬다. 한식 고수가 스승이 되고 외국인 셰프가 제자가된다는 콘셉트. 전통을 강조하고 한식 재료의 우수성을 알리는 아주 약간의 ‘국뽕’에 외국인의 시선을 합쳤다. 

외국인의 시선은 성공의 공식이다. 우리는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한국 음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무척 궁금해한다. 고궁에 데려가고, 아이돌 공연을 보여주고 김치를 먹이고, 파전을 먹이고 외국인의 반응에 귀를 기울인다. ‘비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최근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이르는 외국인 중심 프로그램들이 화제를 모은 이유다. 사회자는 김성주가 맡았고 심사위원은 최근 인기가 절정에 달한 백종원이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다. 망하기 힘든 요소들이 이렇게나 모였는데, 망했다. 

한식대첩 시리즈가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과거를 살펴보면 그 이유가 나온다. 한식대첩3 에는 40년을 한식만 연구하며 제3공화국 시절부터 정재계 부인들에게 요리를 가르쳐왔다는 심영순 선생, 한창 주가를 올리는 중이었던 당시 ‘엘본 더 테이블’의 최현석 셰프, 요식업계의 떠오르는 중견기업 더본코리아의 백종원 대표가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다. 이 셋이 있었기에 한식으로서의 정통성(심영순), 파인다이닝의 창의성(최현석), 기능으로서의 요리(백종원)에 대해 입체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당시 현장에서 참가자들이 내놓은 요리에 대한 각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달라 목소리가 높아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갈등이 있었다는 건 프로그램으로서는 좋은 징조다. 그만큼 출연진들이 열정이 있고 진지하다는 증거다. 하나된 목소리는 스포츠에나 필요한 법이다. 이때의 시청률이 한식대첩 전 시즌에서 가장 높은 3.2%(닐슨코리아 기준)를 찍었다.

ⓒ올리브 티비/ CJENM

반면 이번 시즌에 메인 심사위원은 백종원 대표 한 명뿐이었다. 경연 내내 참가자들이 요리하는 현장을 살피고 이들의 요리에 조언하는 이도 백종원뿐이었다. 우승자를 뽑는 것은 투표 방식을 택했으나 백종원 씨의 의견에 따라 기울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연예인 평가단과 전 시즌 고수들이 출연했지만, 백종원 씨 만큼의 권위를 가지고 대거리를 할 만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백종원 씨의 평가 한마디 한마디는 가치가 있었지만, 이 가치가 빛나려면 다른 이의 입체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올리브티비/CJ ENM

한식대첩만의 ‘진귀한 재료’들이 사라진 것도 한몫을 했다. 한식대첩이 시즌 4까지 시청률 1%를 넘기며 성공한 케이블 프로그램이 된 데는 진귀한 한식 재료를 보여주고 재료의 특성과 재료를 다루는 적절한 조리법을 알려주는 정보 프로그램적인 성격이 큰 기여를 했다.

특히 각 지역의 요리 장인들이 진귀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 산지 장터를 돌아다니는 장면 등이 인상 깊었다. 당나귀고기 구이, 수탉 고환 요리, 고래 불고기를 요리하는 과정을 보면서 세상의 모든 고기는 저마다의 형태로 단백질과 지방과 힘줄이 엮여 있고 이에 따른 적절한 조리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 바로 ‘요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반면 한식 대첩 고수 외전에서 기억에 남는 가장 진귀한 재료는 화이트트러플과 철갑상어 알이다. 예전이었다면 ‘세계 3대 진미’라며 떠들었을 요리지만, 미식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요즘은 티비 시청자에게 익숙한 식재료다. 

현재 한식대첩 고수외전의 클립 영상이 올라와 있는 네이버 티비에서 가장 여러 번 재생된 영상의 조회수는 3만 번이 조금 넘는다. 1만 조회수를 넘는 영상 클립은 15개 뿐이다. 화제도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 한식대첩이 망한 건 아니다. 고수외전이 망했을 뿐이다. 오랜 팬으로서 한식대첩의 5번째 시즌이 제발 나오기를, 고수외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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